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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호주서 협력사와 만든 현대로템 철도부품…'배려의 열차'로 변신

입력 2025-12-02 11:00   수정 2025-12-02 11:07

[르포] 호주서 협력사와 만든 현대로템 철도부품…'배려의 열차'로 변신
퀸즐랜드주 메리버러 QTMP CCF 부품공장, 국내 부품업체 진양테크가 운영
현지화·기술이전 '윈윈' 전략…QTMP에 호주 첫 열차 높이조절·간격 보정장치


(메리버러·브리즈번[호주 퀸즐랜드주]=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진양테크가 운영하는 현대로템 공장'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오후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에서 차로 북쪽으로 3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소도시 메리버러 내 산업단지.
깔끔한 외벽의 공장 건물 입구에는 현대로템과 경남 김해시에 본사를 둔 철도차량 차체 부품 제조기업 진양테크의 로고가 나란히 붙었다. 'Operated by Jinyang Tech'라고 적혀 있어 운영사는 진양테크임을 알 수 있었다.
공장에서는 진양테크 작업자들이 강판 코일을 롤러로 가공해 열차의 앞뒤 공간과 천장, 벽, 바닥 판을 만드는 '롤 포밍'과 용접 작업을 하고 있었다. 호주 내에 롤 포밍 기술을 쓰는 열차 부품 생산 공장은 처음이라고 한다.

이곳은 현대로템이 지난 3월 현지 당국 사용승인을 받아 본격 가동을 준비해 온 6천㎡ 규모의 철도차량 부품 공장(CCF)이다. 건설비용을 포함해 약 165억원이 투자됐다. 공장은 한국 취재진이 찾은 날 업무 개시(지난달 28일)를 앞두고 막바지 설비 시운전 단계였다.
CCF에서는 퀸즐랜드주에서 운행할 QTMP(Queensland Train Manufacturing Program) 전동차의 차체 프레임을 생산한다. 현대로템이 지난 2023년 6월 1조 2천억원 규모 390량을 수주한 열차로, 오는 2027년 10월 초도 물량을 보내고 2031년 12월까지 모든 계약분 납품을 마칠 예정이다. 이를 위해 CCF에서는 한 달에 약 6량분의 부품을 생산 중이다.
퀸즐랜드주 정부가 QTMP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목표 중 하나가 현지 제조업 활성화인 만큼 입찰 과정에서는 현지화와 기술이전 역량이 평가 기준이었다.

현대로템은 이에 국내 철도차량 차체 협력업체 진양테크와 함께 호주로 향했다. 진양테크는 현대로템의 전신인 현대정공 시절(1998년)부터 무궁화 객차를 비롯해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수많은 국내외 현장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기에 호주에 롤 포밍 등 주요 기술을 전수할 파트너로 제격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이승호 현대로템 아태PM(프로젝트 관리) 팀 책임매니저는 "CCF는 열차 납품을 마친 뒤 진양테크가 임대해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영업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CCF를 통한 기술 이전은 현지 산업과 진양테크가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라고 현대로템은 강조했다.

호주는 현지 고용 효과에 더해 철도차량 제작의 기본이자 안전·품질의 핵심 기술인 롤 포밍 역량을 보유하게 됐다. 진양테크에는 QTMP 사업의 추가 물량 수주나 호주의 추가 현지화 요구에 대응할 역량을 갖추며 부품 사업을 확장할 기회다. 박휘섭 진양테크 생산기술팀 차장은 "롤 포밍을 활용해 현지의 건설 자재 사업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금용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진양테크의 지난해 매출은 약 202억원으로 전년(107억원) 대비 88% 성장했는데, 철도업계에서는 진양테크가 호주 사업을 통해 매출을 수백억원 규모로 더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그간은 해외에서 물량을 수주하면 국내 부품 협력업체들과 수익을 나누는 구조였지만 이번 QTMP 사례는 현지 진출이 쉽지 않은 업체들에 새로운 시장을 직접 열어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CCF에서 생산된 부품들은 차로 약 15분 떨어진 토반리 공장으로 옮겨져 QTMP 열차로 조립된다.
브리즈번 6개 노선에서 달릴 이들 열차의 실제 모습은 브리즈번 외곽의 현대로템 실물 목업(모형)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2층인 시드니 NIF 열차와 달리 1층이지만 출입문 폭, 점자 표기 등 호주 장애인 대중교통 표준(DSAPT)을 모두 적용하고 교통약자 등 각계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한 점은 같았다.
허신규 현대로템 책임연구원은 "올해 4∼7월 40여곳의 이해관계자와 183번의 회의를 열어 902건의 건의를 접수했고, 이 중 현재까지 101건의 개선사항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QTMP에는 호주 최초로 교통약자를 위한 혁신 기술이 다수 적용돼 가히 '배려의 열차'라고 부를 만했다.
우선 '전자식 높이 조절 장치'(ELC)가 들어간다. 전동차의 서스펜션을 이용해 출입문과 각 역사 플랫폼의 높낮이를 맞추는 장치다. QTMP가 다닐 브리즈번 등 지역의 150개 역사(1천여개 플랫폼)는 건설 시기가 모두 다르다 보니 높낮이 편차가 다소 심한데, 전동차가 이에 높이를 맞추면서 휠체어에 탄 승객도 안전·편안한 탑승을 돕는 것이다.
전동차 출입문과 플랫폼 간의 간격을 채워주는 '열차-승강장 간격 보정장치'(TDGF)도 호주에서 처음으로 적용된다. 최대 300여㎏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발판이 165㎜까지 뻗어 나오며 어린이의 발이나 작은 바퀴 등이 빠지지 않도록 한다.
<YNAPHOTO path='AKR20251201000900003_06_i.gif' id='AKR20251201000900003_0601' title=''열차-승강장 간격 보정장치'(TDGF) 작동 모습(GIF)' caption='[촬영 임성호]'/>
현대로템 관계자는 "QTMP는 2032년 브리즈번 올림픽·패럴림픽 참가자와 관광객에게 이동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NIF에 이어 교통약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용객이 만족할 까다로운 철도차량 설계를 이뤄낸 또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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