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벗어나 이례적 동행"…中, 유럽서 '프랑스 중시' 부각
'방중 3일차' 마크롱 조깅 모습 SNS '화제'…쓰촨대도 찾아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쓰촨성 청두에서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중국중앙TV(CCTV)가 보도했다.
양국 정상 부부는 베이징을 벗어나 2천500년 된 문화유산에서 함께 걷고 차를 마시고 오찬까지 진행하면서 양국이 각자 동서양을 대표하는 역사·문화대국이라는 공감대 속에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마크롱 대통령의 방중 3일차이자 마지막 날인 이날 중국 남서부에 위치한 청두의 두장옌에서 이뤄졌다.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장옌 댐은 기원전 3세기 전부터 청두 주변의 물 흐름을 관리해왔다.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가 두장옌에 도착했을 때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극진하게 영접했다.
시 주석은 "천부지국(天府之國) 방문을 환영한다"며 "작년에 마크롱 대통령의 고향인 피레네 산맥에 초청해줬는데 이번 (쓰촨) 방문이 중국에 대한 당신의 이해를 더욱 풍부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천부지국'이란 땅이 비옥하고 물자가 풍부해 '하늘이 내린 땅'이라는 의미로 쓰촨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국 정상 부부는 관람로인 '옌궁다오'(堰功道)를 걸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시 주석은 "두장옌의 건설 과정은 중화민족이 스스로 강해지고자 하며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개척하는 정신을 충분히 반영했다"며 "두장옌에 올 때마다 선조들이 물을 다스려 백성을 이롭게 한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랑스 민족 역시 굳세고 꺾이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있다"라면서 "중국과 프랑스 양국은 다른 나라보다 더욱 서로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2천년 전에 건설된 수리시설이 오늘날까지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니 중국인들의 근면함과 지혜에 감탄한다"라면서 "프랑스와 중국은 모두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갖고 있으며 양국의 협력을 통한 공동의 발전과 번영은 양국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 부부는 이어 '화이구팅'(懷古亭)이라고 불리는 정자에 앉아 차(茶)를 음미하며 세계 정세를 논의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프랑스는 각각 동서양 문명을 대표하며 양국이 공유하는 독립·자주 정신은 각자의 깊은 문화적 바탕에서 비롯됐다"며 "양국 수교는 두 국가의 '악수'일 뿐만 아니라 두 개의 찬란한 문명이 합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변화와 혼란이 교차하는 국제 정세 속에 두 역사·문화 대국이 대화와 협력을 통해 세계 평화와 안정, 인류 발전과 진보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국제 정세가 빠르게 변화하고 불확실성이 가득하다"며 "프랑스는 중국과의 소통과 조정을 강화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함께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후 시 주석 부부는 마크롱 부부를 오찬에 초대해 심도 있는 교류를 이어갔다.
시 주석이 베이징을 벗어나 이번 일정에 동행한 것은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 2위 경제대국 정상이기에 보여준 듯한 이례적인 제스처라고 로이터통신은 짚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가 유럽연합과의 관계에서 프랑스를 중시한다는 점이 부각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과 만나기 직전인 이날 아침에는 청두 진청후 공원에서 일행들과 조깅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긴팔에 반바지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하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을 통해 확산했다.
웨이보에서 '프랑스 대통령의 청두 아침 조깅'이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내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두에 있는 쓰촨대학교도 방문했다.
쓰촨대는 최근 몇 년간 파리정치대학과 파리 제10대학교 등 프랑스의 여러 대학과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판다의 고향'으로도 알려진 청두에는 자이언트판다기지도 있다.
앞서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전날 2027년 새로운 자이언트 판다(이하 판다)를 프랑스 측에 대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한편, 시 주석과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항공우주, 원자력, 고령화, 판다 보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고 관련된 12개 협력 문서 협정의 서명식에 함께 참석했다.
평화적 핵에너지 이용, 농업·식품 교류, 우크라이나 및 팔레스타인 문제 등에 대한 공동 성명도 발표했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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