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콩고-르완다 이어 태국-캄보디아 무력충돌 재발
"보여주기에만 치중한 결과"…피스메이커 자찬 흔들리나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교정책 성과로 자부하는 다수 평화협정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매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 중재가 협정이라는 모양새 자체를 위한 억지스러운 봉합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콩고와 르완다는 지난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30여년간 이어진 동콩고에서의 무력 충돌을 끝내기 위한 평화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인 지난 5일 민주콩고 동부에서 정부군과 투치족 반군 M23의 전투가 재개된 데 이어 이날에는 펠릭스 치세케디 민주콩고 대통령이 "르완다가 약속을 위반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다시 촉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무력 충돌 후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10월 휴전협정을 맺은 태국과 캄보디아도 무력 충돌을 재개했다.
지난달 10일 태국 시사껫주 국경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협정을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에는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지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숨지는 등 양국은 계속 충돌했다.
이날도 태국군과 캄보디아군은 국경 지역에서 교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콩고와 르완다, 태국과 캄보디아의 전쟁을 끝냈다며 이를 집권2기 외교정책의 주요 성과로 내세우곤 했다.
그는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과 이스라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이스라엘과 하마스, 세르비아와 코소보를 포함해 자신이 올해 8개 전쟁을 멈췄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누구도 9개월 만에 8개 전쟁을 해결한 적이 없었다"며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노벨 평화상 수상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지구촌 수십명이 지켜보는 축구 월드컵 조추첨식에서 국제축구연맹(FIFA)이 신설한 평화상을 거머쥐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8개 전쟁 종식론을 두고는 예전부터 의문이 많았지만 최근 무력충돌이 재발하면서 논란이 더 거세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중재에 있어 힘든 노력보다는 보여주기에 치중한 결과가 최근 무력충돌 재발이라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가 임명한 특사들이 한 일은 거래 성립이지, 중재된 평화 절차의 힘든 과정과는 매우 다르다"고 꼬집었다.
미국 비영리 연구기관인 국제평화연구소(IPI)의 아서 보텔리스 선임 고문은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기고문을 통해 "거래와 평화 중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거래는 각 입장 간 협상에 초점을 맞추고, 본질적으로 제로섬(zero-sum)적이며 계약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평화 중재는 신뢰를 구축하고, 관계를 변화시키며 분쟁을 만든 구조적·역사적 불의를 해결하려는 것이 목적이다"라고 덧붙였다.
현대 평화학 정립에 기여한 노르웨이 사회학자 요한 갈퉁은 '소극적 평화'와 '적극적 평화'를 구분했다.
소극적 평화란 전쟁이 없는 상태로, 직접적 폭력이 부재해도 근본적 긴장과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지속돼 분쟁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는 개념이다.
반면 적극적 평화는 빈곤과 차별 같은 구조적 문제가 없는 상태를 말한다.
가디언은 트럼프와 그의 특사들이 관여해온 중재 행위들이 갈퉁의 분류에 따른 소극적 평화로도 분류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보여주기식에 치중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는, 평화 협상을 불신으로 진행되는 장황한 과정으로 만들고 실패에 대한 상호 비난을 주고받게 되며, 중재자가 종종 신뢰할 수 없는 행위자가 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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