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전역서 축하 행사…"기적 같다", "미래 낙관"
국제 위상 확보 성과에도 민족·종파 분열 등 과제 여전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시리아 '피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지 꼭 1년을 맞은 8일(현지시간) 현지에선 축제 분위기가 펼쳐졌다.
AF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시리아 각지에선 주민 수만명이 거리로 나와 국기를 흔들며 아사드 축출을 자축하고 기념했다.
다마스쿠스 구시가지 우마미야 모스크에선 새벽부터 축하 기도 방송이 흘러나왔다. 임시대통령 아메드 알샤라도 새벽부터 모스크를 찾아 기도했다.
아사드를 쫓아내고 임시대통령에 오른 그는 기념연설에서 "오늘, 자유의 새벽을 맞이해 우리는 그 유산과의 단절을 선언한다"며 "거짓이라는 환상을 완전히 해체하고 폭정과 독재의 시대에서 영원히 벗어나 정의, 자비, 평화로운 공존을 기반으로 하는 밝은 새 새벽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알샤라 대통령의 기념 연설에 이어 시리아 전역에서 축하 행사가 이어졌다.
탱크, 헬리콥터 등이 등장하는 군사 퍼레이드가 펼쳐졌고, 폭죽이 연달아 터지는 가운데 주민들은 혁명가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거리엔 '하나의 국가, 하나의 국민', '어둠의 시대는 끝났다'와 같은 구호가 적인 광고판이 다수 등장했다.
50여년간 아사드 가문의 독재를 겪었던 시리아 국민들은 지난 1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문, 투옥을 동원한 공포정치 속에 놓였던 시리아인들이 겪은 두려움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또 10여년간의 내전으로 50만명이 넘게 죽고 도시가 폐허가 되면서 주민들이 겪은 절망감은 컸다.
의사 이야드 부르골(44)은 AFP에 "지난 1년간 있었던 일이 기적 같다"고 말했다. 부르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때 지하디스트였던 알샤라 대통령을 파트너로 받아들인 점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전쟁과 경제 위기에 시달렸던 시리아 국민들에게 전기와 같은 기본적인 것들이 필요하다면서도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시민들 평화"라고 강조했다.
무역상 무함마드 하리리(48)는 NYT에 "압제는 끝났다"며 "이제 우리는 미래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렇게 들뜬 분위기 속에서도 시리아가 안고 있는 과제는 가볍지 않다.
지난 1년간 국제 무대에서 시리아의 위상을 회복하고, 제재를 완화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일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민족·종파간 갈등과 폭력으로 분열이 계속되면서 국민 통합, 국민 신뢰 확보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국가 편입을 거부하며 쿠르드족의 권리를 인정하는 새 헌법을 요구하고 있고, 남동부에선 드루즈족이 정부군과 부딪히며 독립을 요구 중이다.
북서부에선 이슬람 소수종파 알라위파가 알샤라 정부가 소수집단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며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
이들 쿠르드족, 드루즈족, 알라위파 등 소수 집단은 분권화와 자결권을 요구하고 있지만, 알샤라 정부는 중앙집권 국가를 고수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알샤라 정부가 소수민족을 소외시키고 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기에 시리아 당국은 그동안 사회 기반 시설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약을 발표했지만, 주민 대다수는 아직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일자리를 부족하고 물가는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살림은 여전히 팍팍한 상황이다.
이러한 갈등은 이날 분위기에도 드러났다.
해안 도시 자블레와 그 주변 지역에선 상점들이 문을 닫고 축제 분위기에 거리를 두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지역의 알라위파 유명 지도자는 알샤라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이날 축제를 보이콧할 것을 주문했다.
쿠르드계 무장세력이 장악한 시리아 동부지역에선 아예 정부가 보안 우려를 이유로 집회를 금지했다.
국제사회는 통합을 강조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시리아 당국이) 정의, 투명성, 인권을 위한 긍정적인 조치를 했지만 지속적인 폭력과 잔혹 행위는 막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새 정부 집권 이후 자행된 심각한 인권 침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정의와 책임 추구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에서 "앞으로 남은 것은 정치적 전환 그 이상"이라며 "흩어진 공동체를 재건하고 깊은 분열을 치유하며 모든 시리아 국민이 안전하고 평등하며 존엄하게 살 수 있는 국가를 건설할 기회"라고 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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