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어떤 외교적 항의보다 직접적인 진짜 압박"

(서울·도쿄=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경수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을 둘러싼 중일 갈등 속에 중국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서 무력시위를 한 것을 두고 미군과 자위대가 대만 개입을 위해 지나야 하는 경로로 일본 본섬에 이례적으로 접근,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명보는 일본 방위성이 앞서 공개한 중국 항모 랴오닝함 전단의 5∼7일 이동 경로가 과거와 달리 일본 본섬인 혼슈에 가까워졌다고 9일 보도했다.
이전에 인민해방군 항모전단은 동중국해에서 오키나와섬(沖繩本島) 남서쪽과 미야코지마(宮古島) 사이를 지난 뒤 바로 서태평양으로 진입해 훈련을 계속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방향을 틀면서 항모전단과 일본 본섬과의 거리가 이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일본 방위성에 따르면 랴오닝함 전단은 지난 5일 동중국해에서 출발해 오키나와섬 남서쪽과 미야코지마 사이를 지난 뒤 오키나와섬 동쪽과 미나미다이토지마(南大東島) 사이를 통과해 7일 가고시마현 기카이지마(喜界島) 동쪽 약 190㎞ 해역까지 진출, 오키나와섬을 'ㄷ'자 형태로 에워싸듯 이동했다.
명보는 "북쪽으로 계속 밀고 나갈 경우 랴오닝함은 일본 본섬을 둘러싸는 원형의 항적을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한 본토의 1인 미디어를 인용해 "오키나와 동남쪽 해역은 요코스카 기지에 주둔한 미국 항모전단과 혼슈에서 출항하는 자위대 함정이 남하해 대만해협에 개입하려 할 경우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중요 길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랴오닝함과 055형 구축함 난창함, 052D형 구축함 시닝함 등 주력 함정이 해당 해역을 훈련구역으로 선택한 것은 "상대방의 중요 길목을 막아선 것과 같으며, 그 어떤 외교적 항의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일본이 진짜 압박을 체감하게 만든다"고 짚었다.
대만 중앙통신사(CNA)도 일본 자위대 퇴역 간부가 8일 엑스(X)에 올린 글을 인용해 "미군과 자위대가 항행경보를 발령한 훈련 해공역에 중국군이 고의로 진입해 항모 이착륙 훈련을 실시, 미군과 자위대 훈련을 방해하고 도발행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랴오닝함 전단이 오키나와 동쪽 섬들 사이를 지나던 6∼7일 전투기와 헬리콥터가 랴오닝함에서 약 100차례 이착륙했다.
또 6일에는 중국군 함재기가 일본 자위대 전투기를 상대로 두차례 레이더 조사(照射·겨냥해서 비춤)를 했다고 방위성은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과 일본은 서로 상대가 먼저 방해·위협 행위를 했다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날 일본 공영방송 NHK는 두차례에 걸쳐 간헐적으로 이뤄진 레이더 조사 때 중국군 함재기와 일본 자위대 전투기 사이의 거리는 각각 52㎞와 148㎞ 정도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일본 방위성은 당시 상황과 중국군의 의도 등에 대해 추가 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번 레이더 조사가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 측은 "정상적인 운영"이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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