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김성태·클럽 아레나 실소유주…'세금반칙왕' 공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조세포탈범 등 신상 명단 홈페이지 게시
신규 공개 체납자 1만명 처음 넘어…체납액 7조원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김성태(57) 전 쌍방울 그룹 회장과 '선박왕' 권혁(75) 시도그룹 회장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해 과세당국이 공개했다.
2019년 '버닝썬' 사태에 연루된 유명클럽 아레나의 전 실소유주 강범구(52)씨도 수백억원대 탈세 혐의가 유죄로 확정돼 명단에 올랐다.
국세청은 이같이 세금 반칙 행위를 한 이들의 인적사항을 국세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쳐 12일 홈페이지(www.nts.go.kr)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 '선박왕' 권혁 시도그룹 회장 개인 체납 1위
작년 말 기준 2억원 이상 국세를 1년 넘게 체납해 이름 등이 공개된 신규 고액·상습체납자는 1만1천9명이다.
올해 신규 공개대상은 개인 6천848명(4조661원), 법인 4천161개(3조1천154억원)다. 총 체납액은 7조1천815억원이다.
신규 공개대상자는 지난해(9천666명)에 비해 1천343명 늘며 처음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체납액도 전년(6조1천896억원)보다 9천919억원 증가했다.
개인 명단 공개자 중 3천938명(57.5%)이 수도권(경기·서울·인천)에 거주했다.
체납액은 2억∼5억원 구간에 5천350명(78.1%)이 몰려 있다.
연령별로 50대가 2천353명(34.4%)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개인 최고액 체납자인 권혁 시도그룹 회장은 종합소득세 등 3천938억원을 내지 않았다.
권 회장은 1990년 선박관리업체 시도물산을 설립한 이후 한국·일본·홍콩 등지의 자회사에서 사업을 활발히 벌여 '선박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2020년에도 증여세 등 22억원을 체납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도 증여세 등 165억원을 체납해 상위 10위에 들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등과 관련해 800만 달러 대북송금 등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려는 검찰로부터 회유를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이기도 하다.
신규 공개 법인 중 2천720개 업체(65.4%)가 수도권에 소재하고 있었다.
체납액은 2억∼5억원 구간에 77.9%가 몰려 있었다.
권혁 회장이 대표인 회사가 법인 중에서도 1∼3위를 차지했다. 각 회사는 2천132억원·1천537억원·1천534억원을 체납했다.
이번 공개 대상자는 압류·공매 등 강제징수나 출국금지·체납자료 제공 등 행정제재까지 받았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은 경우다.
분납을 선택해 체납액의 50% 이상을 냈거나 총액이 2억원 미만이 된 1천156명은 제외됐다.
국세청은 납부능력이 있음에도 체납발생 후 1년이 지난 국세가 3건 이상이고 체납액이 2억원 이상인 고액·상습체납자 6명은 감치하기로 했다.
체납을 예상하고 부동산을 미리 배우자에게 증여한 예식장업자, 고가 아파트에서 호화생활을 하며 자녀 계좌로 수입을 받은 체납자 등이 감치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은닉재산을 신고해 체납액을 징수하는 데 기여한 신고자에게는 최대 30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는 신고포상금 제도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 '버닝썬' 사태 아레나 실소유주, 조세포탈 혐의 확정으로 실명 공개
국세청은 이날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24곳, 조세포탈범 50명,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 4명,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위반자 22명의 인적사항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는 거짓 기부금영수증을 발급받았거나, 출연자 등을 임직원으로 고용해 상증세법 위반으로 1천만원 이상을 추징당한 경우다.
거짓 영수증 최다 발급 단체는 어울림교회로 총 309회에 걸쳐 22억4천47만원어치를 허위 발급했다.
추징 세액 최고액은 학교법인 동원교육학원의 1억6천504만원이었다.
공익사업 유형별로는 종교단체가 16개(67%)로 가장 많았다. 실제 기부금은 수백만원뿐이지만 영수증 발급 액수는 억대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 대상은 연간 포탈세액이 기준금액(2억∼5억원) 이상인 자다.
이번에 50명이 공개됐고 포탈 세액 총액은 1천992억원이었다.
그중에 유명클럽 아레나 실소유주 강범구씨는 포탈 세액이 가장 컸다.
그는 수입 신고를 누락하고 장부를 파기하는 방법으로 부가가치세 등 537억원을 포탈해 징역 8년에 벌금 544억원을 선고받았다.
서류상 대표인 임채권(48)씨도 약 212억원을 포탈해 징역 3년에 벌금 220억원이 확정되면서 이름을 올렸다.
클럽 아레나는 2019년 '버닝썬' 사태 때 빅뱅의 전 멤버 승리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성 접대를 제공한 곳으로 지목돼 수사받았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위반자는 신고기한 내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하지 않거나 과소 신고한 금액이 50억원을 넘어선 인들이다.
올해 대상자 4명의 평균 신고의무 위반금액은 566억5천700만원이었다.
세금계산서 발급의무 등 위반자 공개 대상은 거짓 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사유로 특정범죄가중법 위반 혐의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이다.
명의대여자를 모집해 세금 축소나 비자금 조성을 위한 거짓세금계산서를 파는 '폭탄업체'를 운영하며 수수료를 뜯은 이들이 대표 사례다.
송하준(44)씨는 926억원에 달하는 허위 세금 계산서를 발급했다가 징역 6년6개월·벌금 147억원을 선고받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업체 정인두(43)씨는 벌금 3년6개월에 벌금 140억원을 선고받았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재산 은닉 혐의가 있는 고액·상습체납자는 실거주지 수색·소송 제기·면탈범 고발 등 재산추적조사를 더욱 엄정하게 해서 조세정의를 실현하겠다"며 "성실납세 분위기 확산을 위해 세법상 의무 위반자 명단을 지속해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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