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편집에 "기만적이고 악의적 묘사" 문제 제기…미국 플로리다 연방법원에 소장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 BBC에 "단호히 맞서라"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 의회폭동'에 대한 BBC 다큐멘터리가 왜곡 편집으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하면서 BBC를 상대로 합계 100억 달러(약 14조7천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 AFP통신 등 주요 글로벌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소장은 15일(현지시간) 마이애미 소재 플로리다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제출됐다.
소장에서 원고 트럼프 측은 피고 BBC가 "허위이며, 명예를 훼손하며, 기만적이고, 비하적이고, 선동적이고, 악의적인 묘사"를 했다며 "2024년 대통령선거 1주일 전에 피고가 이를 방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선거 결과가 나오도록 선거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려는 비열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예훼손과 플로리다주 법으로 금지된 기만적이고 불공정한 거래 관행을 문제삼아 2건의 청구항목에 대해 각각 50억 달러(7조3천500억원)를 청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한 데에 대해 BBC에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BBC는 블룸버그의 논평 요청에 즉각 답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이 다큐멘터리에서 자신의 발언이 짜깁기돼 실제로 하지도 않은 말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고 반발해왔다.
트럼프는 그가 지지자들에게 연방의회 의사당으로 행진하라고 말한 부분과 "지옥 같이 싸우라"고 말한 부분은 다큐멘터리에 들어 있으나 평화시위를 촉구한 부분은 방송에서 빠졌다며, 이는 왜곡 편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사당 행진 촉구' 부분과 "지옥 같이 싸우라" 부분은 거의 1시간 간격으로 발언된 "전혀 별개 부분"인데 편집으로 이 두 부분을 붙여버림으로써 "의도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발언의 의미를 그릇되게 제시했다"는 것이 원고 트럼프 측 주장이다.
트럼프 측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후 BBC는 방영 1년 만인 올해 11월 초 잘못을 인정하고 공개 사과했으며, 팀 데이비 BBC 사장과 데버라 터네스 보도본부장이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 법원이 아니라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은 영국 법상 명예훼손 소송 제기 시한인 1년이 만료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BBC는 문제의 다큐멘터리가 미국에서 방송된 적이 없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플로리다 유권자들은 이를 시청할 수 없었다고 주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BC는 영국 TV 시청자들이 내는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다. 영국 법 전문가들은 트럼프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할 경우 정치적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정부는 BBC에 단호히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것을 주문했다.
스티븐 키녹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그들(BBC)은 '파노라마' 프로그램에서 발생한 몇몇 실수에 대해서 사과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명예훼손과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는 답변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나는 BBC가 이 점에 대해 단호히 맞서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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