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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주방서 단련된 셰프들…이력으로 본 대가 '백수저'의 정체

입력 2025-12-28 06:30  

호텔 주방서 단련된 셰프들…이력으로 본 대가 '백수저'의 정체
손종원·후덕죽·박효남·이금희·최유강·천상현 셰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최근 넷플릭스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시즌2가 공개되면서 호텔 출신 셰프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른바 '백수저'로 불리는 참가자 중에 호텔 출신 셰프들은 수십 년간 주방에서 다져온 기본기와 조직 경험이 경연 무대에서 빛을 발휘하면서,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 파인 다이닝으로 말하는 호텔 셰프, 손종원
'흑백요리사2'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손종원 셰프는 국내 호텔 파인 다이닝을 대표하는 인물로 평가된다.
손 셰프는 현재 레스케이프 호텔의 양식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와 조선 팰리스 서울 강남의 한식 레스토랑 '이타닉 가든'의 헤드 셰프를 겸직하며 두 레스토랑 모두를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손 셰프는 '월드 베스트 50 레스토랑' 1위에 올랐던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와 미국 샌프란시스코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 '퀸스'에서 수셰프(부주방장)로 경력을 쌓은 뒤, 2018년 레스케이프 호텔의 개관과 함께 합류했다.
손 셰프는 이 호텔의 '라망 시크레'를 이끌며 개장 2년 만에 미쉐린 1스타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2022년부터 조선 팰리스의 '이타닉 가든'을 맡아 2023년부터 역시 미쉐린 1스타를 유지하는 레스토랑으로 키웠다.
손 셰프가 이끄는 두 레스토랑은 프랑스의 레스토랑·미식 가이드 '라 리스트(La Liste)'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손 셰프 자신은 2023년 '라 리스트' 시상식에서 '올해의 신진 셰프'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손 셰프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재료를 찾고 연구하는 데 집중하며 위트와 진정성을 겸비한 파인 다이닝을 추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불도장으로 중식을 알린 호텔 주방의 대가, 후덕죽
'흑백요리사2' 팀전에서 후배들의 지시에 묵묵히 따르며 '팔로워십'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 준 후덕죽 셰프는 서울신라호텔 출신의 대표적인 중식 대가이다.
후 셰프는 국내 호텔업계에서 중식 조리사로는 처음으로 임원(상무) 직함을 단 인물이며, 중국 최고 지도자들로부터 요리 실력을 인정받은 이력을 지녔다.
후 셰프는 1977년부터 2019년까지 42년간 서울신라호텔 중식당 '팔선'에 몸담으며 창립 멤버이자 총주방장으로 활동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보양식인 '불도장(佛渡牆)'을 한국식으로 개발해 국내에 처음 소개한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상어 지느러미, 사슴힘줄, 잉어부레, 자연송이, 해삼, 오골계 등 고급 재료를 넣어 세 시간 이상 찌는 불도장은 이후 호텔신라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불도장은 '그 냄새에 끌려 스님이 참지 못하고 담장을 넘어 먹은 요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 때문에 불신자들의 항의를 받아 한때 판매를 중단한 적도 있다고 한다.
후 셰프의 요리는 중국의 후진타오 전 주석,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 등 중국 국가 지도자들로부터 "중국 본토 요리보다 더 훌륭하다"라고 극찬받기도 했다.
후 셰프는 접시닦이로 요리를 시작해 이사를 거쳐 상무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로, 2000년 보건복지 분야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인턴서 레스토랑 운영 최유강·대통령의 요리사 천상현
백수저 중에 신라호텔 출신이 2명 더 있다.
그 중 한명이 최유강 셰프다. 최 셰프는 신라호텔 인턴으로 시작해 '팔선'에서 10년간 일했다.
최 셰프는 이곳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유수 호텔에서 연수를 하게 됐고 이후 신라호텔 '더파크뷰'를 키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더파크뷰는 하루 매출이 최 셰프가 있기 전 700만원에 불과했는데, 그가 부임하고 나서는 1억원까지 뛰었다고 한다.
최 셰프는 호텔에서 나와 현재 '코자차'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신라호텔 출신은 천상현 셰프다. 천 셰프는 1998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4개월간 청와대에서 근무한 '대통령의 요리사'로 알려졌지만, 경력의 시작은 신라호텔이었다.
그의 에세이집 '대통령의 요리사'(2023)에 따르면 천 셰프는 '친구 따라' 신라호텔에 지원했다가 덜컥 합격했다.
천 셰프는 이 호텔 중식부에서 일하던 중 청와대에 입성하게 됐다. 여기서 '팔선'을 진두지휘했던 후덕죽 셰프와의 인연이 작용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는 중식을 할 줄 아는 한국인 요리사가 필요했는데, 후 셰프가 천 셰프를 추천한 것이다.
중식 애호가인 김 전 대통령이 좋아한 메뉴가 바로 불도장이기도 했다.
천 셰프는 청와대 요리사로 일하면서도 시간이 날 때 신라호텔에서 새로운 메뉴를 배우곤 했는데, 그때 후 셰프의 혹독한 가르침이 있었다고 한다. 천 셰프는 후 셰프를 '내 인생을 바꾼 사부'로 꼽는다.
이들 후덕죽·최유강·천상현 셰프 3인방은 신라호텔 출신이면서 전공이 중식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셰프들의 셰프 박효남·특급호텔 여성 총조리장 이금희
'흑백요리사2'에서 어릴 적 소여물을 썰다 오른손 둘째 손가락 일부를 잃게 됐지만 긍정의 힘을 얻게 됐다는 사연을 들려준 박효남 셰프는 양식 분야에서 '셰프들의 셰프'로 평가받고 있다.
박 셰프는 1978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경력을 시작해 1983년 힐튼호텔 개관 멤버로 합류했다.
1988년 업계 최연소인 38세에 힐튼호텔 이사로 승진했고, 2001년 외국인 주방장들이 독차지해오던 외국계 체인 호텔의 총주방장에 한국인 최초로 임명됐다. 외국계 체인호텔 총주방장 자리를 현지인이 맡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평가됐다.
2006년에는 요리사로서는 최초로 프랑스 정부로부터 농업공로훈장 '메리뜨 아그리꼴'을 받았고, 2014년에는 정부가 선정하는 '대한민국 요리 명장' 칭호를 받았다.
박 셰프는 힐튼호텔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뒤 2015년 세종호텔 총주방장 겸 전무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글로벌 체인 호텔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순수 국내 브랜드 호텔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로 이직을 결정했다는 게 당시 그의 설명이었다.
또한 세종사이버대학 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나서고 있다.

메이필드호텔의 조리본부장인 이금희 셰프도 내로라하는 호텔 셰프다.
이 셰프는 국내 최초로 특급호텔 여성 총조리장이라는 영예를 얻은 인물로 40년 가까이 한식 외길을 걷고 있다.
이 셰프가 이끄는 메이필드호텔의 한정식당 '봉래헌'은 서울시 주관 '2025년 서울미식주간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는 호텔 식당 근무 이력이 유명 셰프로 인정받는 도약대가 되는 이유로 ▲ 역할·위계가 분명한 다인원 주방 체계는 훈련·승급 경로가 뚜렷하고 ▲ 재료 구매·장비·인력 등 인프라가 갖춰져 고급 재료와 표준화된 작업을 안정적으로 반복 학습할 수 있으며 ▲ 호텔 브랜드가 만든 네트워크 속에서 다양한 메뉴·서비스 기준을 빠르게 체득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또 고정 급여 기반이라 인건·재료비 압박 속 자영업 리스크(위험)를 지지 않고 실력을 쌓기 용이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28일 "유명한 셰프가 되기 위해 반드시 호텔 경험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파인 다이닝은 인건비와 재료비 부담이 커 오너 셰프로 바로 나가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호텔은 업장이 많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pseudoj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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