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주식시장 강세 '1월 효과' 기대 속 주도업종 찾기 활발
반도체 등 AI 밸류체인 여전히 유효…버블 논란은 숙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소형주도 주목…"12월 들어 거래 급증"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2026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과 반도체 호황 전망 등에 바탕을 둔 낙관론이 주를 이루는 분위기다.
다만, 미국 경제의 'K자형 양극화' 심화와 미국 중간선거 등 이벤트에 대한 경계심리를 고려할 때 대체로 후반기에는 상승 탄력이 둔화할 것이란 관측이 대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2026년도 코스피 밴드를 제시한 8개 증권사는 내년도 코스피 하단을 3,500∼4,000으로, 상단을 4,500∼5,500으로 전망했다.
◇ "트럼프, 어떻게"…올해도 미국에 웃고 울 세계 증시
대다수 전문가는 상반기에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상고하저' 증시 흐름을 예상했다.
우선 글로벌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인 주요 배경 중 하나로 꼽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상반기 중 마무리된다.
자산이 많은 사람은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지는 이른바 'K자형 성장'으로 미국 민심이 크게 흔들린 상태이 가운데 금리 인하가 양극화를 한층 확대할 수 있다는 점에도 시장은 촉각을 세우고 있다.
당장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미국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레임덕'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입할 수 있어 보인다. 비슷한 시기 미·중 관세유예가 만료되는 것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우호적 글로벌 유동성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I 성장 스토리와 맞물린 기업실적 상향이 시장 전반의 레벨업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상승 탄력은 하반기보다 상반기에 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2025년 상반기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반기는 AI 투자 랠리가 증시를 지배했다"면서 "2026년 증시를 여는 질문은 이 두 가지 요인이 어떻게 변화할지다"라고 짚었다.
미국 경제를 좌우 중인 AI 산업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의 수익성을 담보할지, AI 산업과 리쇼어링(생산기지 본국 복귀) 관련 투자만 강하고 여타 부문은 극도로 부진한 'K자형 성장'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연구원은 "미 증시는 AI 버블 논란과 생산성 혁명 기대 사이에서 주가 등락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익 개선세가 유지되는 한 하락장으로 추세 전환하는 일은 없겠지만 관련 논란이 고개를 들 때마다 큰 폭의 등락이 반복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1월 강세 업종' 찾아라…한해 주식시장 주도 경향
국내적으로는 기업 실적 개선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9∼10월 단 두 달간 코스피가 30%에 육박하는 급등을 기록한 것도 반도체가 주도하는 실적 전망 레벨업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6년은 40%대, 2027년에도 10%대 이익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고, 최근에도 반도체 중심의 실적 전망 상향조정이 진행 중"이라면서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꺾이는 시점에 증시는 이번 대세 상승을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초에 강세를 보인 업종이 짧게는 상반기, 길게는 한 해 동안 시장을 주도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1월 한 달간 시장 수익률을 '아웃퍼폼'(상회)하는 업종을 면밀히 들여다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연구원은 "제 경우 실적 개선을 압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반도체와 함께 정부 정책과 대규모 연구개발(R&D)·산업정책 예산 집행 등이 맞물려 있는 성장주에 주목한다"면서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는 로봇, AI, 자동차, 2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 등이 있다"고 조언했다.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도 1월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주식·채권 비중을 높이고 현금 등 비중을 줄일 것을 권하며 "11∼12월 기술적 과열을 해소한 만큼 2025년 4분기 실적 시즌에서 강한 실적 모멘텀을 통해 재차 신고가 경신을 재개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기적 수급 모멘텀은 정점을 통과한 만큼 실적이 뒷받침되는 중대형 기술주를 선두로 금융·소재·산업재 강세를 기대한다"면서 "한국 역시 반도체와 전력/인프라 등 AI 전반 밸류체인이 포트폴리오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 삼성전자·하이닉스, 내년도 강세 예상…중소형주도 '들썩'
올해 코스피 강세를 이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2026년에도 가파른 실적 성장세 속에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종욱 삼성증권 테크팀장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2027년 3분기 이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메가팹'(초대형 반도체 공장) 오픈 전에는 (반도체) 공급난 해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당분간 삼성전자 위주의 점유율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고 이 팀장은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에 2026년은 메모리 시장 점유율 회복의 해"가 될 것"이라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 캐치업, (차세대 D램) D1c의 공격적 공정전환, 경쟁사 대비 충분한 클린룸 잔여공간 등을 고려할 때 D램 공급 부족 시대의 가장 큰 수혜가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에도 HBM4 제품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등 HBM 기술 리더십을 유지하며 밸류에이션에 대한 눈높이를 높여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한편에선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 속에 최근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중소형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창민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12월 들어 코스피 대비 코스닥 거래대금 비율이 약 0.74배로 10월(0.42배)과 11월(0.47배) 대비 상승했다. 코스닥 시장 거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그는 "연초에는 통계적으로 주식시장 강세가 나타나는 '1월 효과'가 관찰되는데 그중에서도 중소형주 강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2005∼2025년 사이 1월 평균수익률은 코스닥이 가장 높고, 코스피 소형주가 그 뒤를 따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 연구원은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1월에는 중소형주를 고려하되 유동성(거래활성도)과 개인수급이 확인되는 종목 중심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면서 "코스피 소형 및 코스닥에 포함된 시가총액 2천억원 이상 종목 중 12월 거래대금, 개인순매수 강도 및 개인거래비중 상위종목을 스크리닝 아이디어로 제시한다"고 조언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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