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사면·귀국 환영"…야권 "시민권 박탈해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저명한 이집트계 영국 민주화 운동가가 이집트에서 사면, 석방돼 영국에 입국한 이후 과거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둘러싸고 영국에서 정치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영국 언론에 따르면 2011년 아랍권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 이후 여러 차례 투옥과 석방을 반복한 알라 압델 파타는 지난 9월 이집트에서 석방돼 이달 26일 영국에서 가족과 재회했다.
압델 파타는 이집트 아랍의 봄 당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인물로 주목받았지만, 이후 10년 넘게 수감 생활을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고문에 대한 허위 정보를 유포한 혐의로 구금돼 2021년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했다. 압델 파타의 가족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이를 탄압으로 보고 구명 운동을 펼쳐 왔다.
압델 파타는 런던 태생인 어머니를 통해 자격을 얻어 보수당 정부 때인 2021년 12월 영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지난 26일 엑스(X·옛 트위터)에 "압델 파타가 영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한 게 기쁘다"라며 "우리 정부는 출범 후 이 문제를 우선시해 왔다. 사면 결정에 대해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후 정치권에서는 그가 과거 반유대적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확산했다. 압델 파타는 앞서 엑스에 "식민주의자, 특히 시오니스트 살해는 영웅적"이라고 썼던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이 번지자 이베트 쿠퍼 외무장관은 지난 29일 의회 외교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타머 총리를 비롯한 내각 주요 인사들이 압델 파타의 과거 게시물에 대해 몰랐다면서 외무부가 이런 '심각한 정보 누락'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압델 파타는 문제의 게시물이 사람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 사과했다.
그러나 야권은 압델 파타의 영국 시민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제1야당 보수당의 로버트 젠릭 예비내각 법무장관은 "이집트가 먼저 그의 시민권을 박탈하면 영국민은 이 극단주의자를 영원히 떠맡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익 성향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도 "너무 늦기 전에 이 이집트 혐오 선동가를 쫓아내라"고 촉구했다.
BBC 방송은 공익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 복수국적자의 영국 시민권을 박탈할 권한이 내무장관에게 있지만, 이는 대개 테러나 조직범죄 연루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때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부의 시민권 박탈 결정은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