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등대공장 84개 달해…美·獨·日 합친 것보다 많아
'대륙의 실수' 샤오미 최초 대형가전 공장 가보니
자동화율 97% '다크 팩토리'…자기부상 기술로 효율 극대화
대형가전 자체생산 경험부족은 샤오미 숙제…사후서비스도 검증 필요

(우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중국이 국가 단위의 '인공지능(AI) 플러스(+)' 전략을 중심으로 세계 산업계를 선도하는 '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등대공장은 AI·빅데이터 등을 도입해 설비가 고도화된 스마트팩토리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혁신적 산업현장을 의미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의 전방위적 지원과 방대한 데이터자원 및 응용 시장을 기반으로 전통 제조 분야 선도기업을 AI 기업으로 도약시킨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과거 대량생산·주문자부착형(OEM) 산업으로 인식되던 가전 제조 분야에서 최근 중국은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첨단 기술 집약 가전공장을 우한에 설립한 샤오미가 대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소형 생활가전에 이어 스마트폰·전기차로 영역을 넓히던 샤오미가 자사 첫 대규모 가전 공장을 세운 것은 국가적 등대공장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가전 분야에 최첨단 기술 접목…'등대공장' 쏟아지는 중국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중국의 등대공장은 84개로 전 세계 등대공장의 41.8%를 차지한다. 중국은 5년 이상 전 세계에서 등대공장이 가장 많은 국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등대공장은 2018년부터 WEF와 컨설팅 기업 매켄지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도입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공장에 이름을 붙이고 있다.
등대공장 규모 2위인 미국에는 32개가 있고, 제조강국 독일(18개)과 일본(15개)이 그 뒤를 잇는다. 미국·독일·일본 3개국의 등대공장을 모두 합해도(65개) 중국에 못 미친다.

스마트 팩토리 규모 면에서도 중국은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중국의 스마트 팩토리 규모는 2022년 1조 위안(약 207조3천800억원)을 넘어선 이후 매년 10%대 성장세를 거듭해 지난해 1조2천854억위안(약 266조5천662억원)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에 이어 가전 분야의 굵직한 대기업들이 등대공장 리스트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가전 선두 기업인 하이얼과 메이디는 AI 기반의 자동화 시스템과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탄소제로' 성과로 줄줄이 등대공장 간판을 따냈다.
하이얼은 총 12개의 등대공장을 보유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대공장을 가진 기업으로 꼽히고, 메이디는 6개로 두번째를 기록 중이다.
선정된 공장들은 산업용 사물인터넷(IoT) 플랫폼과 AI 기반 3D 모델링, 딥러닝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과 납품 효율을 높였다는 점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다.
다만 이들 기업의 제품은 여전히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인지도가 제한적이고, '저가 제품'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 제조업 분야의 중소·중견업체들은 여전히 자동화 수준이 낮고, 스마트 공정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 관리자와 AI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 속도·품질 전면에…최근 가동 시작한 샤오미 우한 가전공장, 첨단 기술 집약
한국에서 '대륙의 실수'로 잘 알려진 샤오미는 최근 첨단 기술을 집약한 가전공장을 중국 후베이성 성도인 우한에 설립, 지난 10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대륙의 실수'는 뒤처진 것으로 여겨졌던 중국산 제품이 의외로 뛰어난 기술 등을 선보일 때 쓰는 반어적 표현이다.
우한 기차역에서 20여㎞ 떨어진 둥후신기술개발구 내 50만㎡ 규모 부지에서 현재 연간 700만대 규모로 에어컨이 생산된다.
소형 생활가전을 기반으로 몸집을 키워 최근에는 스마트폰·전기차에 화력을 모으던 샤오미가 대형 가전에 눈을 돌리고, 25억위안(약 5천177억원)을 투자해 공장을 건설한 것은 국가적 '등대공장'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샤오미가 세운 최초의 대규모 가전 공장이자, 스마트폰과 전기차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스마트 팩토리인 우한 공장을 지난달 30일 찾았다.
가전을 빠르게 조립하는 로봇팔과 쉴 새 없이 철컹대며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그 옆으로 자율이동로봇(AMR)이 자재를 싣고 유유히 움직이는 풍경은 이제는 익숙한 '스마트 팩토리'의 전형이다.
샤오미 우한 공장은 여기에서 컨베이어 벨트의 소음과 AMR 이동량을 최소화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가전 업계에서 유일한 4.2㎞ 길이의 '자기부상'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서다.
기존의 기계 방식과 비교해 자기부상식 컨베이어는 정밀한 위치 조정이 가능해 조립 정확도를 5배 높였고, 그 결과 6.5초에 한 대씩 쏟아지는 에어컨의 출하 합격률은 99.8%를 웃돈다는 게 샤오미 측 설명이다.

공장은 사출·전자제어보드·열교환기·외기 조립까지 주요 공정을 내부에 모두 갖췄는데, AI 기반 공정 제어로 원료 공급부터 성형, 물류 이송까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해 품질검사를 수행한다.
샤오미는 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에어컨 제품에 '10년 무상 보증' 서비스를 내걸었고, 품질 개선을 위한 검사실과 성능 실험실도 공장 내부에 갖췄다.
현장의 샤오미 관계자는 "우리의 목표는 품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조 단계에서 완전히 차단하고, 시장 밖으로는 내보내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한 공장 내에서 전자제어보드를 생산하는 표면실장기술(SMT) 공정은 자동화율이 약 97%에 달한다. 관련 설비들은 이미 조명이나 냉난방 시설 없이 24시간 가동이 가능한 다크 팩토리에 가깝다.
다크 팩토리는 사람 대신 로봇이 생산 공정에 투입돼 실내조명이 없는 어두운 공장을 뜻한다. 실제 일부 라인은 자연광과 부분 조명만 켜둬 어두침침한 상태였다.
다만 실제 현장 곳곳에는 설비와 생산품 점검을 위한 인력들이 배치돼 완전 자동화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샤오미 관계자는 "성수기에 대비해 생산과 무관한 확인 작업을 하는 것"이라면서 "실제 생산에 필요한 배치 인원은 보이는 것의 절반이 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와 정부의 가격 경쟁 단속 등 중국 내부 상황을 고려할 때 우한 공장에서 제조한 샤오미의 에어컨이 머지않아 해외로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우한 공장 내 추가 라인 개설을 통해 내년부터 세탁기와 냉장고 생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샤오미는 OEM 방식 외에 대형 가전을 대량으로 자체 생산해 판매해 본 경험이 없고, 그에 따른 사후 서비스나 품질 관리 역량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은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대형 가전은 그간 샤오미가 주력해온 소형 가전 및 스마트폰 대비 수명이 길어 관련 역량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한국의 삼성, LG를 비롯한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업력이 짧고 영업망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외형 확장에 제한적 요소로 꼽힌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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