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FCCC·IPCC 등 기후변화 대응 국제기구 탈퇴
기후변화 불신·멸시…비준된 협약은 탈퇴효력 의문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 거부를 더 뚜렷한 방식으로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기후변화 연구, 대응정책 수립과 연계된 다수 국제기구에 대한 탈퇴가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했다.
여기에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구의 역할과 기능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기후변화 대응의 단적인 거부로 읽힌다.
UNFCCC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2년 체결된 기본 협약으로 여기에는 국제사회의 위기의식과 공통의 노력이 집약돼있다.
이 협약에서 탈퇴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을 막기 위해 200여국이 온실가스 배출 마지노선을 그은 2015년 파리협약에서도 자동 이탈한다.
IPCC는 세계 각지의 과학자들이 집단지성을 통해 기후변화의 실태와 향후 위험성을 연구해 객관적 근거를 수집하는 기구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이 기구를 탈퇴하는 것은 기후변화 자체를 불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자연보전연맹(ICUN),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국제태양광연합(ISA)에서도 탈퇴를 선언했다.
ICUN은 기후변화의 원인인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탄소흡수원인 숲과 바다의 보전에 힘을 쏟는 기구다.
IRENA와 ISA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대신할 청정 에너지원의 성장을 촉진하는 단체다.
그 때문에 이들 기구 탈퇴에서는 단순한 예산 절감을 넘어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 체계를 파괴하겠다는 전략까지 엿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응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2016년 대선을 앞둔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를 '중국이 지어낸 거짓말'이라며 불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맥락에서 1기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했다.
그는 집권 2기가 시작되자 기후변화 대응에 적대적인 정책 기조에 더 힘을 실었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도입한 기후변화 대응 규제를 철회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정부 웹사이트에서 지웠다.
태양광, 풍력 발전소의 개발을 저지하고 지구 온난화의 악영향을 희석하는 정부 보고서의 발간을 승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의 뒤를 잇는 UNFCCC, IPCC 탈퇴는 한층 더 강력한 조치로 기후변화 대응 유예를 넘어 관뚜껑에 못질을 하는 시도로 비친다.
기후변화 때문에 심화한 폭염, 가뭄, 산불, 폭우, 혹한 등 극단기상에 신음하는 세계인을 향한 냉소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진 갤브레이스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미국이 세계에 절실한 기후정책을 경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악관 기후고문을 지낸 지나 매카시는 "근시안적이고 창피하며 어리석은 결단"이라고 주장했다.
매카시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제를 발전시킬 수조 달러 규모에 투자,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값비싼 재앙에서 사람들을 보호할 역량을 스스로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권이 물러난 뒤 미국이 기후변화 대응 체계에 손쉽게 복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가장 큰 협약인 UNFCCC의 경우 미국 상원이 1992년 만장일치로 비준한 까닭에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탈퇴를 확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일부 법학자들은 비준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대통령이 탈퇴하더라도 백지화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번 논쟁도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 권한 확대와 맞물린 다른 사안처럼 연방 대법원 심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관측되기도 한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