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폭망? 과도한 얘기…국내에 달러 풍부, 문제는 안 팔아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 사라져…6명 중 5명은 "3개월 뒤 동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기준금리 동결 배경과 관련,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유지하기로 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환율이 지난 연말 40원 이상 하락했지만, 올해 들어 다시 1,400원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져 상당한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당연히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환율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펀더멘털 외에 수급 요인도 상당 정도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초 환율 상승분과 관련, "4분의 3 정도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었다"며 "나머지 4분의 1 정도는 우리만의 요인(수급)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부적으로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이 꾸준히 나오고 있고 해외 투자 물량도 줄여주고 있다"며 "대기업들도 해외에서 외환을 갖고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이 일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대규모로 달러를 사는 상황을 반복했다"며 "올해 1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투자 자금은 지난해 10~11월과 유사하거나 큰 폭으로 나가고 있다"고 비교했다.
그는 "지난 연말 수급 안정화 정책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고 단정하지는 않고, 우리 약점을 확인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환율 수준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6개월 전만 해도 금리를 안 내려서 실기했다고 하더니, 갑자기 환율이 오른다고 금리를 안 올려서 이렇게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 금리 정책은 환율을 보고 하지 않는다. 대신 환율이 물가에 주는 영향을 보고 한다"며 "금리로 환율을 잡으려면 한 2∼3%포인트(p) 올려야 하고,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고 했다.
고환율에 따른 금융위기 우려에도 거듭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는 대외 채권국이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도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는 아니다"라며 "외화 부채가 많아서 그걸 못 갚으면 기업이 무너지고 부도가 나던 과거 상황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에는 달러가 풍부하다"며 "환율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현물 시장에서 달러를 팔지 않고 빌려만 주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 총재는 또 "한국 경제가 폭망이고 환율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도한 얘기"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산업에서 누가 위너가 되더라도 앞으로 적어도 1년 시계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 전망은 좋다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과도한 유동성 때문에 환율이 올랐다는 일부 시각도 강하게 반박했다.
이 총재는 "제가 총재로 취임한 후 금융안정을 위해 가계부채를 줄이려 노력했고, 그 결과 M2(광의 통화)가 늘어나는 추세가 멈췄다"며 "한은이 돈을 너무 많이 풀어서 환율이 올랐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이어 "GDP(국내총생산) 대비 M2 비율이 다른 나라보다 2~3배 돼서 유동성이 크다고 하는 것은 들어보지 못한 이론"이라며 "계속 얘기하면 감정이 올라와 대답을 잘 못할 것 같다"라고도 했다.
이날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결정됐다.
앞서 지난해 8월, 10월, 11월에는 신성환 위원이 홀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으나 이번에 입장을 변경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들의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와 관련, "6명 중 5명이 3개월 뒤에도 금리를 연 2.50%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이라며 "5명은 앞으로 3개월 시계에서도 현 경제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1명에 관해선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인하할 가능성도 열어 놔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내수 회복세가 미약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 금통위 당시 3대3으로 팽팽하게 나뉘었던 금통위 내 의견이 이번에는 5대1로 바뀌어 동결 쪽으로 쏠린 셈이다.

이 총재는 "지난해 10~11월에는 금리 인하 기대에 많은 베팅이 있었다"며 "그래서 11월 외신 인터뷰에서 '방향 전환'을 언급해 시그널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것으로 부동산 경기가 완전히 잡힐 거라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은 서울의 가격 상승률이 연율 10%에 이르는 높은 수준"이라며 "수도권 주택시장이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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