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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숙의 집수다] 혼란한 부동산 세제…'1주택=실수요자' 원칙 흔들리나

입력 2026-01-22 06:01   수정 2026-01-22 07:01

[서미숙의 집수다] 혼란한 부동산 세제…'1주택=실수요자' 원칙 흔들리나
李대통령·金정책실장 잇단 발언에 "선거 후 증세 현실화하나" 술렁
'똘똘한 한 채' 증세 가능성에 고가 1주택 보유 은퇴자 등 불안
지방선거 후 논의 본격화 전망…"다주택자 움직임도 빨라질 듯"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에 3주택을 보유한 직장인 A씨는 최근 도심의 아파트 1채를 중개업소에 매물로 내놨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높은 보유세 부담도 '마이너스 통장'까지 쓰면서 버텼지만, 최근 다시 기류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이다.
A씨는 "지난 정부가 보유세 부담을 많이 줄여줘서 버틸 만했는데 앞으로 지방선거 이후 어떤 정책이 나올지 예측이 어려워서 매도를 결정한 것"이라며 "5월9일 이후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도 문제지만, 보유세는 소득이 없어도 내야 해 심리적 압박이 크다"고 말했다.
부동산 세금과 관련한 증세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10·15 대책에서 밝혔던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이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누진세율 강화 발언으로 재점화되며 증세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1주택자는 보호 대상", "세금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은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면 다주택자는 물론 고가 1주택자에 대해서도 보유세와 양도세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며 혼란스러운 반응이다.



◇ 고가 1주택자 "보유세 못 내 집 팔아야 하나"…정책실장·대통령 발언 달라 혼란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 정부와 여당은 계속해서 엇박자 행보를 보였다.
정부는 대출·거래 허가 등의 규제와 공급대책으로 집값이 잡히지 않자 10·15 대책에서 '부동산 세제 합리화' 방안을 만들겠다며 사실상 증세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지방선거를 의식한 여당이 세제 개편을 부인하면서 시장의 혼란을 키운 것이다.
그러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똘똘한 한 채의 보유세와 양도세 과세표준 구간을 세분화하고 누진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시장이 다시 술렁거리고 있다.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그간 실수요자로서 보호 대상으로 여기던 고가 1주택 보유자도 보유세와 양도세를 현재보다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여서다.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1주택자는 보호 대상"이며 "지금으로선 세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하는 것은 깊이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선을 벗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는 상황이면 당연히 세제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증세 가능성을 열어둔 탓에 세제를 둘러싼 시장의 해석은 더욱 분분하다.
현재 부동산 관련 커뮤니티에는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더니 집값도 못 잡고 결국 선택한 게 증세"라는 불만의 목소리와 "똘똘한 한 채를 잡기 위해 고가 주택에 대한 증세가 필요하다"는 반박 글이 올라오는 등 논쟁이 뜨겁다.
고가 주택 보유자들은 당장은 아니어도 결국 집값이 안 잡히면 증세가 현실화하는 것이냐며 불안한 모습이다.
이는 과거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 전력이 있어 더욱 그렇다.
당시 민주당은 주택 거래로 인한 양도 차익 규모와 관계없이 일괄 적용된 1세대 1주택자의 장특공제를 거주기간에 따른 공제율을 그대로 두되, 보유기간에 따른 공제율은 양도 차익별로 10∼40% 차등 적용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양도차익이 5억원 미만이면 기존 40%의 공제율이 인정되지만 5억∼10억원 미만은 30%, 10억∼20억원 미만은 20%, 20억원 이상은 10%로 축소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당시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라는 비판에 무산됐지만 최근 들어 다시 김용범 정책실장의 발언으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연합뉴스가 신한은행 신한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이 방식으로 1주택 비과세 대상자의 양도세를 계산해본 결과 현재보다 2배 이상으로 세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10년 전 10억원에 매수해 거주한 주택을 40억원에 매도할 경우 현재는 최대 80%의 장특공제가 적용돼 1억5천520만원을 부담하면 되지만, 장특공제 혜택이 50%(거주기간 40%+보유기간 10%)로 줄면 양도세가 약 3억4천740만원으로 124% 증가한다.
또 15억원에 매수한 주택을 10년 보유 및 거주 후 35억원에 매도한다고 가정할 경우 현재는 양도세가 8천895만원 선이지만 장특공제 축소 후에는 약 2억220만원으로 133%가량 증가한다.
종합부동산세는 현재 2주택자 이하의 경우 과세표준에 따라 0.5%(3억원 이하)∼2.7%(94억원 초과)의 누진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김용범 정책실장 말대로 누진세율이 6∼45%에 달하는 소득세처럼 보유세의 누진 구간을 확대하면 고가 주택일수록 세 부담은 현재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고가 주택의 세 부담을 늘리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잦아들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강남3구 등 인기 지역의 매물이 나오고, 집값도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세 30억∼50억원 수준인 강남의 전용면적 84㎡는 한 채만 보유해도 보유세가 1천만∼2천만원에 달한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까지 60%를 적용한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0%로만 올려도 보유세는 전년도의 50% 이상 오르는데 종부세 누진 구간과 세율을 상향하면 고가주택의 보유세 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며 "일반 직장인은 물론이고 은퇴자들은 지금이라도 집을 팔아야 하는 것이냐며 걱정하는 전화가 매일 걸려 온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현재 양도세와 보유세 중과 여부가 결정되는 가구 수 기준을 가액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지방의 5억원짜리 아파트를 6가구 보유한 다주택자와 서울의 30억원 아파트 1가구를 보유한 사람은 총액 기준으로 똑같이 30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것이지만, 지방 다주택자가 세제 면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른 문제의식이다.




◇ 지방선거 후 개편 윤곽 나올 듯…다주택자 매물 나올까 촉각
이재명 대통령이 일단 "1주택자는 보호 대상"이라고도 밝힌 만큼 똘똘한 한 채 증세 문제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정부의 세제 합리화 방안 마련과 여야 논의를 거치며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여당 내에서는 1주택자여도 고가주택에 대해 과도한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일부 세무 전문가들도 "세액으로만 놓고 보면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장특공제나 비과세 혜택이 상대적으로 큰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똘똘한 1주택자에 대한 증세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선 자신이 살 집이 아닌 다른 집을 매수하는 사람은 '다주택자=투기꾼'으로 보고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본인이 거주할 집 한 채를 사는 경우 '1주택자=실수요자'로 간주해 보호 대상으로 여겼는데, 고가 1주택에 대한 증세는 민주당의 기존 과세 원칙을 뒤집는 것이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의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 세금 규제가 심화하면서 외곽의 주택들을 팔아 똘똘한 한 채를 사겠다며 토지거래허가까지 받아 실입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집값을 거주자가 올린 것도 아닌데 고가 주택이 됐다고 해서 거주용 주택에 누진세율을 올린다면 반발이 클 것 같다"고 말했다.
당장 은퇴자들은 "평생 집 한 채를 보유하고 살다가 집값이 오른 것인데 세금 부담 때문에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며 반발한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4년 조사 기준으로 전국의 소유 주택 1천268만4천99가구 가운데 은퇴 시기가 된 60세 이상이 보유한 가구 수는 약 576만4천918가구로 전체의 45%에 달한다.
서울 주택으로 범위를 좁히면 60세 이상 보유 비중은 46%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일각에서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의 원인 진단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대학교수는 "똘똘한 한 채 열풍의 출발점은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을 넘어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는 달라진 사회 풍조와, 정권이 바뀌어도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근본적으로 풀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학습효과가 맞물린 결과"라며 "그런데 정부는 양도세와 보유세에서 원인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기조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장 5월9일까지 유예된 양도세 중과도 부활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으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다고 왜 세금을 깎아주느냐"며 다주택자의 장특공제 혜택 축소를 시사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양도세가 중과되고 장특공제 혜택도 받을 수 없지만 비규제지역에서는 연 2%씩, 최대 30%의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부활하면 현재 조정대상지역인 서울과 경기 12곳의 주택을 매도할 때는 장특공제 혜택이 사라지지만, 지방 등 나머지 지역에선 장특공제 혜택이 여전히 유지되는 셈이다.
다만 다주택자 장특공제 혜택을 전면 폐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정부는 현재 침체한 지방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등을 매입하거나 인구감소 지역에서 '세컨드홈'을 매입할 때는 1주택으로 간주하는 등의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주택자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매도 물건이 큰 폭으로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많은 다주택자가 증여나 매도로 의사결정을 했고, 남은 사람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여 전세를 끼고 있거나 집을 내놔도 쉽게 팔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문제"라며 "일단 마음 급한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내놓을 것 같지만 보유세 등 개편 움직임을 봐가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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