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세 감세·보조금 확대 등 공약…10년물 국채 금리 27년만의 최고치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일본 정치권이 내달 8일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거를 앞두고 감세, 보조금 확대 등 각종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현행 8%인 식료품 소비세를 놓고는 여야 공통으로 감세를 외치고 있다.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약 27년 만의 최고치로 치솟는 등 경보음을 내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현지 언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사설에서 "여야 모두 설득력 있는 재원을 제시하지 않은 채 소비세 감세로 경쟁하는 현상에 금융시장이 경고음을 내고 있다"며 "너무나 무책임한 정치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야가 가계 지원을 향한 분배에 기울어져 있다"며 "재정 건전화의 목표를 제시할 책임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쏟아지는 감세·보조금 정책 공세
이번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없이 내세우는 공약은 식료품 소비세 감세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중도'를 기치로 손을 잡고 출범한 신당 '중도개혁 연합'(이하 중도개혁당)이다.
전날 당 대회를 연 중도개혁당은 식료품 소비세 제로 등 8개 항목을 핵심 공약으로 공식 발표했다.
현재 8%인 식료품 소비세 0%로 낮추면 연간 5조엔(약 46조3천억원)의 세수가 사라진다.
그러자 집권 자민당도 중도개혁당처럼 영구 폐지 정책은 아니지만 2년간 한시적으로 식료품 소비세를 없앨 방침을 세웠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실현을 위한 검토를 가속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재원 대책은 제시하지 않았다.
집권 자민당이 소비세 감세를 공약으로 제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임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해 선거에서 소비세는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 재원이라며 공약 채택을 거부했다.
자민당의 입장 변화에 따라 이번 총선거에서는 식료품 소비세 감면은 여야 공통의 공약이 됐다.
제2야당이나 군소 정당들은 더한 공약도 내놓고 있다.
소득세 비과세 확대 정책으로 인기를 끌어온 제2야당 국민민주당은 아예 전체 소비세를 5%로 인하할 것을 주장하면서 사회보험료 경감, 농가에 대한 식량안보기초지불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레이와신센구미는 소비세 폐지와 함께 10만엔(약 93만원) 현금 일률 지급도 공약으로 내놨다.

◇ 재정 악화 우려 고조…금융시장은 이미 반응
적극 재정을 주장해온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열린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재정 건전화 목표의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는 취임 후부터 기초 재정수지((PB·Primary Balance)의 연도별 정부 목표를 바꿔 수년 단위로 상황을 점검하고 대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을 핵심 지표로 삼자는 의견을 제시해왔다.
기초 재정수지는 사회보장, 공공사업 등에 들어가는 정책 경비를 새로운 빚을 내지 않고 조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지가 적자이면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게 된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2026회계연도 기초 재정수지는 전날 열린 회의에서 8천억엔(약 7조4천억원)의 적자로 예상됐다.
일본 정부는 애초 2021년도에 기초 재정수지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현되지 않고 있다.
애초 작년 8월 회의 때는 2026년도 3조6천억엔(약 33조원)의 흑자를 예상했지만 다카이치 정권 들어 책정된 대규모 추경예산 영향으로 상황이 바뀌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재정 확대에 따른 재정 악화 우려는 총선거를 앞두고 더욱 커지면서 이미 금융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국채 10년물 금리가 2.38%까지 올라 약 27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저 흐름도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닛케이는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소비세 감세를 주장하는 상황이어서 금리가 한층 더 뛰어오를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국채 잔고는 지난 2012년 말 약 700조엔에서 현재는 1천100조엔대로 늘어난 상황이다.
국채가 늘어나면서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반영된 국채 원리금 상환비용(국채비)은 역대 최대인 31조2천758억엔(약 287조3천억원)으로 증가해 처음 30조엔을 넘어섰다.
특히 금리 상승에 따라 국채 이자 지불비용만 13조엔(약 120조원)으로 전년보다 5조엔(약 46조원)이나 늘었다고 닛케이는 소개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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