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헌법 "회원국 평등해야 국제기구 가입 가능"…美중심 평화위와 충돌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이탈리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 평화위원회에 가입 희망 의사를 밝혔지만 이 조직의 '트럼프 제왕 체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평화위 참여를 보류하면서 '헌법상 문제점'을 언급했는데, 동등하지 않은 회원국의 지위와 관련한 헌법상 조항 때문이다.
이탈리아 헌법 11조는 '다른 국가들과 동등한 권리를 갖는 조건'에서만 국제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다.
평화위가 미국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이탈리아가 가입했을 때 위헌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평화위 헌장은 임기 조항 없이 '도널드 J. 트럼프가 평화위 초대 의장으로 재직한다'고 못 박아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종신직을 보장하고 있다.
회원국 임기를 3년으로 제한했지만 출범 첫해 10억달러 이상을 내면 영구 회원국 자격을 주고 있어 회원국 간 권리가 평등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탈리아 야당뿐만 아니라 집권 연정 내부에서도 평화위 가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이끄는 극우성향 정당 동맹의 리카르도 몰리나리 대표는 "평화위는 미국의 지도력 뒤로 다른 국가들이 물러나는 구조"라며 "헌법 때문에 가입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위헌 논란을 인정하면서도 평화위에 관심을 표명하면서 가입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1일 현지 방송에 출연해 평화위 참여 결정을 미루면서 "흥미로운 기구에 참여할 기회를 스스로 배제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평화위 가입에 따른 위헌 논란을 인정하는 동시에 평화위 취지를 존중한다는 뜻도 부각하며 외교적 줄타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멜로니 총리는 유럽 주요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밀착한 지도자로 꼽힌다. 유럽 정상으로선 유일하게 작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roc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