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에 금융위 인사 동수 참여·증선위에 대면 사후보고 등
금감원 권한·통제 이슈 재부각…공공기관 지정 영향도 관심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배영경 강수련 기자 = 금융감독원이 예상보다 광범위한 영역까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직무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나서면서 금융위원회와의 전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금감원은 특사경 수사 범위 확대 시 본연의 업무와 시너지가 클 것이라면서도, 공권력 오남용 우려를 의식해 금융위 및 외부 전문 인사가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원회 설치 등 자체 통제장치도 협의 테이블에 올렸다.
그러나 금융위는 금감원이 자체 심의위를 통해 수사 착수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공권력 통제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양 기관의 갈등 국면이 조만간 결정될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민간 기업까지 수사?…특사경 확대 놓고 당국 간 파열음
25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이 최근 금융위에 '특사경 활용도 제고 방안'을 제출하면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금융위는 즉각 사무처장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데, 금감원 제안 상당수에 '근거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감원이 기존에 추진해온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와 민생 특사경 도입을 넘어, 회계감리와 금융회사 검사 영역까지 직무 범위 확대 필요성을 제기한 데 금융위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 전문성을 바탕으로 수사 업무를 담당할 경우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불공정거래 조사·민생범죄 대응뿐 아니라 검사·회계감리 영역에서도 특사경 도입의 실익이 크다고 보고한 상태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 및 회계감리의 목적부터 따져보고 있지만, 수사로 전환할 명분이나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회계감리를 받는 일반 민간기업 전체가 금감원의 잠재적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금융회사 검사 과정에서 곧바로 형사 절차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조직 '몸집 불리기'나 '권한 확대'가 목적이 아니라 대통령의 업무보고 당시 지시에 따라 검토 방안을 마련한 것이란 입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금융당국 업무보고에서 어떤 범위에 특사경이 추가돼야 하는지, 인지 수사권이 필요한지 등을 정리해 총리실로 보고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에 대한 후속 검토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위의 해석은 다르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특사경 제도의 일반적인 필요성이나 취지에 대한 발언을 아전인수격으로 곡해하거나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민간기구인 금감원이 민간기업·금융회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계좌추적·동결, 디지털 포렌식 등 전방위 수사 권한을 갖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법리적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공무원은 국가 직접 채용, 정치적 중립 의무, 단체행동권 제한, 징계 제도 등을 통해 직무 공정성이 담보되지만, 금감원과 같은 공무 수탁 사인은 이러한 장치가 적용되지 않아 공권력 남용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지적이다.

◇ 금감원 자체 '통제장치' 윤곽…동수 수사심의위·증선위 사후보고
금감원은 특사경 범위 확대와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를 추진하는 데 공권력 남용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관건으로 보고 자체적으로 구체적인 통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검토 중인 방안에 따르면 현재 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와는 별개로 금감원 인지수사 착수를 결정할 심의위를 금감원 산하에 둔다. 위원장은 금감원 공시조사 부원장보가 맡되 중립성을 위해 금융위 심의위 위원을 포함해 양 기관의 인원 비율이 최소 동수가 되도록 구성한다. 법률자문관 등 외부위원도 포함한다.
인지수사 상황은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대면 보고한다. 다만 수사 착수 시 보고를 거치면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으므로 사후에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금감원 조사국의 기획조사 사건만 수사 대상으로 삼는다는 내용 등을 세칙에 명시해 인지수사 범위를 제한하고, 영장주의 회피 우려를 잠재우고자 수사 전환 이전까지 조사·수사부서 간 정보교류는 차단하는 내용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금감원 특사경의 역할 강화는 필요하다고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인지수사권 부여에 따른 여러 부작용을 우려한다.
특히 금감원이 자체 심의위를 내부에 두고 수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구조 자체가 권한 통제·견제에 적합한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감원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아도 현재 운영되는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협력체계 안에서 금감원의 계좌추적권과 조사공무원의 강제조사권을 십분 활용해 불공정거래를 얼마든지 적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사경 수사가 되려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과징금 부과 같은 행정제재에 비해 형사처벌은 훨씬 높은 수준의 입증이 필요하고 시간도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한편,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이번 사안이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지난해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추진하며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을 개편안에 포함했다. 금감원의 권한에 걸맞은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정부·여당·대통령실이 조직개편안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추후 논의 과제 중 하나로 남겨둔 상태였다.
공교롭게 조만간 열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앞두고 금감원 특사경 권한 확대와 통제 문제가 재부각되자 일각에서는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에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금감원은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금융위 통제에 재경부 평가까지 더해져 독립성이 약화할 것을 우려한다.
금융위로서도 자신들의 산하 기관인 금감원 예산·인력에 재경부 입김이 강해지는 공공기관 지정에는 그간 부정적 입장이었으나, 최근 금감원 권한이 상당해진 상황에 맞춰 기존과 다른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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