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80년대 로봇 도입, 북부 산업지대 급격 쇠락
AI로 美명문대 취업도 막혀…한국도 전문직 직격탄
현대차 노조 '아틀라스' 제동, AI vs 노동자 첫 충돌
'잉여 인간' 양산 불가피, 'AI는 곧 복지' 논리 벗어나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1980년대 미국 북부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공장들은 로봇 팔과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며 인간 중심의 생산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미국 자동차 산업 전체 일자리는 1979년 약 93만 개로 정점을 찍은 뒤 1984년까지 20만 개 이상 사라졌다.
자동화로 밀려난 노동자들은 서비스업과 물류 등 저임금 직종으로 이동했다. 포드·GM·크라이슬러 '자동차 빅3'는 강성 노조를 피해 남부 비노조 지역과 멕시코 등 해외로 공장을 대거 이전했다. 북부 산업 지대는 '러스트 벨트'로 전락했다.

40여년이 지난 지금, AI가 디트로이트 자동화 이상의 충격을 일으키고 있다. 중산층의 기반이었던 사무직·관리직에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직까지 AI의 업무 대체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하버드 등 아이비리그 학생들조차 대기업에 수백장의 이력서를 내도 면접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골드만삭스 등 가장 선망받는 직종인 대형 투자은행의 대졸 인턴 합격률이 0.7%를 기록했다. 업계에선 AI가 앞으로 5년 안에 대기업 신입 사원의 절반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적처럼 AI는 공장의 생산성을 무한대로 증대시키겠지만, 그 과실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통제하는 상위 극소수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는 이미 초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명문대 컴퓨터과학과를 나와도 30%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극소수의 천재만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자동화 당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주주와 경영진, 엔지니어 계층에 집중됐던 상황과 흡사하다. 차이라면 이번에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도 없애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AI가 통번역·법률·회계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 전문직 채용 자체가 줄고 있다. 과거 신입 여러 명이 밤새 하던 번역과 판례 조사, 보고서 초안 작성을 AI 한 대가 순식간에 처리하면서 기업의 채용 동기가 약화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의 AI 로봇 '아틀라스' 공장 투입에 노조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를 단순한 '귀족노조' 프레임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AI 도입 이후 밀려난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라는 현실적 근거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AI가 디트로이트 자동화보다 더 무서운 이유는 육체노동을 넘어 인간의 두뇌까지 대체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밋빛 AI 낙관론에서 벗어나 '무고용 성장'과 '잉여 인간' 시대에 대비하는 일이다. 디트로이트 때처럼 재교육과 재배치가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AI 원리를 이해하고 생산 수단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AI 로봇세 징수와 기본소득 제공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데이터·플랫폼 수익의 사회적 환수,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주거·의료·교육을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 서비스(UBS) 같은 구조적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아틀라스의 신기한 동작에 감탄하면서 고임금 생산직의 저항을 비난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AI가 곧 복지이자 고용창출'이라는 자본의 논리를 경계하고 잉여 인간의 삶을 지탱할 사회적 합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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