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러시아 여성들 모집해 성매매·만남 알선…'콤프로마트' 작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1953~2019)이 러시아 당국에 포섭된 고정간첩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이 신문은 엡스타인이 2010년에 앤드루 당시 영국 왕자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을 소개하면서 그가 미모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과 재산과 권력이 있는 남성들의 성관계를 주선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엡스타인 사건 수사와 관련된 이른바 '엡스타인 파일' 문서 300만건, 사진 18만건, 영상 2천건을 공개했다.
이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문서가 1천56건, 모스크바를 언급한 문서가 9천여건 있었다.
문서 내용을 보면 엡스타인이 푸틴을 직접 만났던 것으로 보이며 아동 성매매로 유죄판결을 받은 2008년 후에도 만났던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 엡스타인은 부하직원에게 러시아 비자를 받도록 도와주겠다며 "나한테 푸틴 친구가 있는데 얘기할까?"라고 묻는 이메일을 보냈다.
엡스타인이 러시아 출신 성매매여성을 모집한 점을 들어, 유력 인사가 성매매 여성과 성관계하는 영상을 촬영한 뒤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는 이른바 '콤프로마트' 작전을 했을 것이라는 의심도 제기된다.
그는 2010년에 세르게이 벨랴코프 당시 러시아 경제개발부 차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모스크바 출신인 한 러시아 여성이 뉴욕 사업가들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벨랴코프는 러시아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이 설립한 'FSB 아카데미' 출신이다.
엡스타인은 해당 러시아 여성에게 이메일을 보내 만약 러시아에 투자하는 미국 사업가를 상대로 협박을 시도하면 FSB가 이 여성을 "인민의 적"으로 낙인찍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엡스타인과 그의 부하직원들이 러시아 여성들을 모집해 모스크바에서 파리나 뉴욕으로 보낸 정황을 시사하는 비행기 예매 기록 이메일도 미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문서에 포함됐다.
2013년 엡스타인이 자신 앞으로 보낸 이메일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가 러시아 여성과의 성관계로 성매개감염병(STD)에 걸려서 치료를 위한 항생제를 구하려고 했으며 이를 부인인 멜린다 게이츠에게 숨기려고 했다는 주장이 나와 있다.
이에 대해 빌 게이츠 측 공보담당자는 "터무니없고, 완전히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정보기관 관련 한 취재원은 영국 신문 '데일리 메일'에 앤드루 전 왕자, 빌 게이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이 "세계 최대의 허니 트랩"에 걸려들었다고 말했다.
'허니 트랩'은 로맨스나 섹스를 미끼로 공작 대상자를 함정에 빠뜨리는 것을 가리킨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엡스타인은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유대인인 영국 미디어 사업가 로버트 맥스웰(1923-1991)을 거쳐 옛 소련 정보당국에 포섭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맥스웰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위해 오래 간첩 활동을 했으며, 모사드에 사업자금을 요구하면서 만약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이 해 온 간첩 활동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는 얘기가 있다.
그가 1991년에 요트에서 추락해 숨진 것도 사고사가 아니라 모사드의 공작에 따른 것이라는 설도 있다.
맥스웰의 딸인 길레인-맥스웰은 한동안 엡스타인의 연인이었으며 그 후에도 성매매 공범 노릇을 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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