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홍바오 전쟁' 재현…AI 주도권 둘러싼 트래픽 쟁탈전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중국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 주도권을 놓고 수천억 원대 보조금을 내건 출혈 경쟁에 나섰다.
춘절(春節·설)을 계기로 보조금을 앞세워 이용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으로, 11년 전 모바일 결제 시장 판도를 바꿨던 이른바 '훙바오(紅包·붉은색 봉투에 담아서 주는 세뱃돈) 전쟁'을 연상시킨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중국증권보와 훙성신문 등 중국 언론에 따르면 텐센트(騰訊·텅쉰)는 이날부터 자사 AI 앱 '위안바오'(元?)를 통해 총 10억 위안(약 2천1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주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위안바오 앱을 내려받은 뒤 소셜미디어 계정에 연동하면 최대 1만 위안(약 209만원)의 현금을 주는 방식이다.
이벤트 소식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산했고, 위안바오는 이날 오전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에서 순식간에 1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빅테크 바이두도 AI 제품 '원신'(文心)을 앞세워 경쟁에 가세했다.
바이두는 총 5억 위안(약 1천50억원) 규모의 현금을 내걸다.
이용자가 자사 플랫폼에서 원신 앱을 다운받아 사용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바이두의 이벤트는 3월 중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중국 빅테크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내걸며 경쟁에 나선 배경에는 AI 앱 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앱은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豆包)로,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1억6천만명을 넘어섰다.
알리바바의 '첸원'(千?) 역시 MAU 1억명을 돌파했다.
반면 텐센트와 바이두는 AI 앱 분야에서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이 단순한 마케팅 이벤트를 넘어 AI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트래픽 전쟁' 성격으로 해석된다.
2015년 텐센트가 위챗 보조금을 앞세워 알리페이 중심이던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보조금 경쟁의 효과를 두고는 평가가 엇갈린다.
단기적으로 다운로드 수는 늘릴 수 있지만, 실제 AI 서비스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바이트댄스가 더우바오를 앞세워 중국 중앙방송(CCTV) 춘절 특집 갈라쇼 프로그램인 '춘완'(春晩)의 핵심 AI 플랫폼으로 참여하면서 선두 업체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IT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일 뿐 장기적으로는 성능과 서비스 완성도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며 "결국 기술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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