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콜 충격 일파만파…銀투자자들, 강제청산 피하려 주식 매도"
AI 과열론 경계심리 등도 귀금속 가격 급락 영향 미친 듯
코스피 종가기준 4거래일만 5,000선 아래로…원/달러 환율도 20원 넘게 급등
"시스템 전반 유동성 위기 아냐…단기 변동성 확대후 안정 전망"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황철환 임지우 기자 =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평가되는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낙점된 것을 계기로 글로벌 증시가 홍역을 앓는 모양새다.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코스피는 2일 5% 넘게 급락해 5,000선 아래로 떨어졌고,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체로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금·은 등 귀금속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역시 '패닉 셀링' 양상 속에 가격이 크게 밀렸다.
투기성 거래에 힘입어 귀금속 가격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이 증거금 비율을 대폭 올린 상황이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과 강제청산에 직면한 투자자들이 아시아 주식과 지수선물, 비트코인을 대거 현금화하면서 투매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 亞주요국 증시 동반급락…원/달러 환율 20원 넘게 급등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74.69포인트(5.26%) 내린 4,949.67로 장을 마쳤다.
지수는 101.74포인트(1.95%) 내린 5,122.62로 개장한 이후 등락을 거듭하며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급기야 오후 1시 9분께에는 전장보다 5.57% 내린 4,933.58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7일 이후 4거래일 만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1.25% 내린 52,655.18, 대만 가권지수는 1.37% 내린 31,624.03으로 종료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2.48%와 2.54%의 급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한국시간 오후 4시 17분 현재 2.94%의 하락률을 보인다.
워시 전 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낙점된 것을 계기로 국제 금·은 가격이 급락한 충격이 글로벌 증시 전반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달 30일 0.74% 상승한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주식 투매 등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이날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4.8원 오른 1,464.3원으로 집계됐다.

◇ 금·은 가격 급락후 하락세 지속…비트코인 등도 약세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는 4월 인도분 금 선물과 3월 인도분 은 선물이 각각 11.4%와 31.4%씩 급락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도 오후 2시 20분 현재 금 현물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4,676.90달러로 전장 대비 4.4% 내리는 등 가격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국내 금시세(99.99_1kg)도 전장보다 10.00% 내린 1g당 22만7천7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 역시 약세를 보인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2% 가까이 내린 개당 1억1천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10월 초 1억7천만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가 이후 계속 하락세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도 이날 4% 가량 하락한 320만원대에서 거래 중이다.
주된 배경으로는 워시 전 이사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으로 유동성 랠리가 약화할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감, 은 선물 증거금 상향, 귀금속 등을 사재기하던 중국 투기 자금의 갑작스러운 이탈 등이 꼽힌다.
◇ 블룸버그 "워시 지명에 中투기자금 이탈하며 급락 시동"
지난해 64% 폭등한 금값 랠리는 올해 들어서도 지속해 지난달 30일 폭락 직전까지 25% 급등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상장지수펀드(ETF)로의 자금 유입, 연준의 세 차례 연속 금리 인하, 잇따른 지정학적 긴장 등이 금과 은값 랠리를 이끌었다.

특히 올해 들어 금값 상승 속도가 가팔라진 데에는 중국 투기 세력의 대규모 매수세가 더해진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시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자 중국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섰고 결과적으로 폭락이 촉발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CME가 최근 9% 수준이었던 은 선물 증거금을 두 차례에 걸쳐 15%까지 상향한 조처 역시 변동성을 키웠다고 짚었다.
CME 측은 선물 페이퍼 계약과 실물 거래 비율이 356대 1까지 벌어지자 지속적으로 증거금을 인상해 왔다.
그런 상황에서 금과 은 가격이 급락하자 보유 중인 금과 은을 담보로 거래를 진행하던 펀드들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마진콜 요구에 직면했고, 강제청산을 피하려 위험자산을 대거 현금화하면서 주식시장 등으로 일파만파 충격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006800] 연구원은 "아시아 시장 급락의 출발점은 경기나 기업 펀더멘털이 아니라 금과 은의 급락으로 촉발된 담보 부족과 레버리지 구조의 붕괴로 추정된다"면서 이같이 분석했다.
추세추종형(CTA) 펀드의 알고리즘 매매가 매도세에 가담한 것도 증시 낙폭을 더욱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 "시스템 전반 위기는 아냐"…단기 변동성 확대후 안정 전망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연준 불확실성 확대로 그간 투기적인 자금 수요가 쏠린 자산군 위주로 급격한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면서 "천연가스도 폭락하는 등 원자재 시장의 패닉셀링이 주식시장으로 전이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스피 낙폭이 컸던 이유로는 작년 한해 75% 넘게 오른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직전 거래일까지 24% 가까이 상승하는 등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컸다는 점이 꼽힌다.
한 연구원은 "지수 속도부담과 차익실현 욕구가 연준 및 원자재 시장발 악재와 연계되어 매도 압력이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수 속도 부담이 있는 구간이기에, 숨고르기성 조정 가능성은 열어두는 게 맞았으나 하루에 4~5%씩 빠지는 것은 과도한 감이 있다"면서 "이렇게 지수가 5% 가까이 빠지는 시점에서 패닉셀링에 동참하는 전략은 그리 실익이 크지 않다"고 조언했다.
서상영 연구원도 "이 현상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유동성 위기라기보다는 금/은 등을 담보로 한 분야에 국한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시스템 붕괴 가능성이 제한적인 만큼 단기적 변동성 확대 후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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