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654.00
(146.99
2.67%)
코스닥
1,156.39
(50.31
4.55%)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우분투칼럼] 아프리카의 기후위기, 연대인가 경쟁인가

입력 2026-02-19 07:00  

[우분투칼럼] 아프리카의 기후위기, 연대인가 경쟁인가
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가능성이 아니다. 지구 평균기온의 지속적인 상승과 해수면 상승, 빈발하는 극단적 기상이변은 이제 환경 문제의 범주를 넘어, 사람들의 삶의 조건과 국가의 존속 기반 자체를 흔드는 구조적 위기로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기는 전 세계에 동일한 방식과 강도로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적게 배출한 지역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가장 취약한 사회가 가장 먼저 붕괴의 위험에 노출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불균등한 기후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지역이 바로 아프리카다.



아프리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에도 미치지 않지만, 기후변화의 충격은 그 어느 지역보다 가혹하게 나타나고 있다. 가뭄과 홍수의 빈발, 사막화의 가속, 농업 생산성의 붕괴, 식량 위기와 전염병 확산, 그리고 대규모 강제 이주에 이르기까지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이미 정치·경제·사회·안보 전반을 동시에 흔드는 복합적 구조 위기로 전환되었다. 동시에 아프리카의 기후위기는 새로운 지정학적 경쟁의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은 각기 다른 전략과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아프리카의 기후 대응 공간에 개입하고 있으며, 이 과정은 협력의 가능성과 갈등의 위험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 원조 축소 이후, 기후외교를 아프리카에서 전략적 영향력을 회복하는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청정에너지 전환을 아프리카 정책의 중심축으로 설정하고, 태양광·풍력·배터리·전력망 분야에서 공적 금융과 민간 투자를 결합한 패키지형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동시에 기후 대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강조한다. 이는 에너지 전환이 노동시장과 산업 구조에 충격을 주는 상황에서 이를 관리하지 못할 경우, 기후정책 자체의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인식에 기반한 접근이다. 대외적으로도 이 원칙은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미국은 정의로운 전환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개도국에 일방적인 감축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전환의 비용과 위험을 공동 분담하는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려 한다. 이는 중국이 추진해 온 대규모 에너지 인프라 중심 전략에 대응하는 동시에, 규범과 산업 생태계를 둘러싼 지정학적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계산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기후 대응을 '일대일로'에서 '녹색 일대일로'로 재구성하며, 남남협력을 핵심 축으로 개도국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화석연료 지원을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대신 태양광·풍력·수력·전력망·전기차 인프라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의 에너지 시스템을 포괄적으로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표면적으로는 기후 대응을 산업 협력의 형태로 제시하지만, 중국의 제조업 기반과 기술 표준을 아프리카에 구조적으로 고착시켜 EU와 미국이 주도하는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개선)와 정의로운 전환 담론에 대응하려는 장기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녹색 전환이 중국 중심의 산업 생태계로 편입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러시아는 기후 자체보다는 식량, 에너지, 안보 등 기후위기의 2차적 효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후위기로 흔들리는 국가 권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며, 이를 지정학적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적 조건으로 인식한다. 식량 공급, 원전과 가스 개발, 군사 협력을 결합한 패키지를 통해 자원과 정치적 영향력을 동시에 확장하는 방식이다. 단기적인 전력 공급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화석연료 의존과 지정학적 종속을 심화시키는 부작용 역시 함께 수반된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로 일본의 접근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기후위기를 위험 관리와 제도 구축의 문제로 해석하며, 인프라 구축과 기후 적응을 결합한 '질 높은 성장' 모델을 제시해 왔다. 항만, 수자원, 도시 방재, 스마트시티 분야에서 기후 회복력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아프리카개발은행(AfDB)과 협력을 통해 장기·저리 금융을 제공한다. 이는 미국의 국내 정치에 따라 변동성이 큰 접근, 중국의 대규모 인프라 주도형 전략, 러시아의 안보·외교 결합형 전략과는 구별되는 방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제도와 관리 역량을 축적하는 신뢰 기반 접근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후변화가 아프리카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취약한 사회구조를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리고 있다. 아프리카 인구의 약 60%는 농업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다. 강우 패턴이 흔들리면 수확량은 급감하고 소득은 사라지며, 식량 가격 급등과 국가 재정 압박이 동시에 발생한다. 기후위기는 곧 생계 위기이자 정치·재정 위기로 전환된다.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에서는 2020년대 초반 이후 연속적인 가뭄이 이어지며 수천만 명이 기아 위험에 노출되었다. 특히 소말리아에서는 가뭄으로 가축이 대량 폐사하며 유목경제가 붕괴됐다. 이는 알샤바브와 같은 무장세력이 지역 주민을 흡수하는 토양이 되었다. 기후위기가 안보 위기로 전환되는 전형적인 사례다. 나이지리아 북부와 사헬 지역에서도 사막화로 목초지가 급감하면서 유목민과 농민 간 충돌이 일상화되고 있다. 이는 국가 통제력이 약화된 공간에서 폭력이 구조화되는 경로를 보여준다. 남부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역시 반복되는 홍수로 도로·항만·전력망이 파괴되며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이는 단기적인 재난 복구의 문제가 아니라, 수출과 투자, 나아가 국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다. 기후 충격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성장 모멘텀을 잠식하고 있다.
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책임과 피해 사이의 극단적인 불균형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화된 국가들이 장기간 축적해 온 탄소 배출의 결과가 이제 아프리카에 집중적으로 전가되고 있다. 기후위기는 자연재해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역사적 불평등이 만들어낸 인위적 재난에 가깝다. 선진국들은 2009년 코펜하겐 합의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연간 1천억 달러(146조3천억원) 규모의 기후 재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앰네스티의 지적에 따르면 현재까지 실제로 약속된 기금은 7억 달러(약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상당 부분이 무상 지원이 아닌 차관 형태로 제공되면서, 기후위기의 피해를 겪는 국가들이 오히려 새로운 부채 부담에 직면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낳고 있다.
아프리카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적응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다. 이는 환경 사업이 아니라 생존 인프라 구축의 문제다. 둘째, 손실과 피해에 대한 제도화된 보상이다. 이미 파괴된 농지와 침수된 도시, 사라진 생계는 시장 논리만으로는 복구될 수 없다. 이는 원조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책임의 문제다. 셋째, 아프리카의 녹색 산업화를 가능하게 하는 금융과 기술 체계의 근본적 개편이다. 재생에너지, 그린 수소, 친환경 농업, 배터리 산업, 탄소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아프리카는 또 다른 형태의 종속적 전환에 머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은 기후 취약국도, 전통적인 역사적 가해국도 아닌 중견국으로서 개발과 민주화, 산업화와 기술혁신을 동시에 경험한 국가다. 이는 아프리카가 직면한 전환의 딜레마를 이해하고, 함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단순한 신뢰 축적을 넘어 '전략적 전환 파트너'로서 역할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모로코의 풍력, 케냐와 탄자니아의 태양광, 서아프리카에서 동아프리카로 이어지는 'K-라이스벨트' 기반 스마트 농업, 에티오피아의 수자원 관리, 남아공과 나미비아의 그린 수소 산업은 한국의 기술과 기업이 결합할 수 있는 대표적 협력 분야다. 이를 아프리카 대륙 자유무역지대(AfCFTA)와 연계한다면, 기후 대응은 곧 산업 협력과 시장 확대의 동력이 될 수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니라 안보와 산업 전략의 문제다. 아프리카의 기후 회복력은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직결되며, 이는 곧 한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이를 방치할 경우 난민과 갈등, 공급망 붕괴로 되돌아올 것이며, 반대로 녹색 전환에 함께한다면 새로운 성장과 협력의 기회를 열 수 있다. 기후위기는 파괴이자 재구성의 계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심이 아니라 전략이며, 원조가 아니라 연대이고,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에티오피아에는 "거미줄은 약하지만 함께하면 사자를 묶을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아프리카의 녹색 전환은 국제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연대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될 수도, 모두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성수 교수
현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 겸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USC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정치학 박사, 저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비교정치', '현대아프리카의 이해' 외 다수, 외교부·법무부·한―아프리카재단·재외동포청 등 공공기관 정책 자문위원 및 한―아프리카 경제협력위원회 한국위원.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