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입력 데이터로 거래된 게 문제 본질, 가상자산 2단계법서 규제해야…미해결시 제도권 어려워"
특사경 불법사금융만 도입키로…수사 착수 48시간 내 결론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배영경 강수련 강류나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9일 빗썸이 대규모 비트코인을 실수로 잘못 지급한 사태를 두고 "가상자산거래소의 정보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가상자산거래소를 제도권으로 진입시키기 어렵다며, 디지털자산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에서 규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2026년 금감원 업무계획 발표 및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기입이 가능한 전산시스템에 관해 집중적으로 우려하고 있다"면서 "가상자산거래소 정보시스템 자체의 근본적 문제가 노출된 것"이라고 봤다.
특히 "오입력된 데이터로 거래가 실현됐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어떤 형태로든 가상자산 정보시스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가상자산시장이) 레거시화(제도권 편입)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이 부분이 해소되지 않으면 (거래소 입장에서는) 인허가 리스크까지 발생할 수 있게하는 규제·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빗썸사태) 검사 결과를 반영해 가상자산 2단계 입법 때 강력히 보완해야 할 과제가 도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잘못 지급된 비트코인은 반환 대상이라는 점도 분명히 강조했다.
이 원장은 애초 빗썸이 '랜덤박스' 이벤트로 1인당 2천원씩 당첨금을 주겠다고 고지를 분명히 한 만큼 "부당이득 반환 대상은 명백하다"면서 "반환 대상인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원물 반환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지급된 코인을 팔아 현금화한 투자자들은 "재앙적인 상황"에 처했다고도 표현했다. 이들이 오지급된 코인을 매도했을 당시보다 현재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른 만큼 원물 반환 때 거액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원물 반환을 안 해도 되는 사람도 있다"며 빗썸에 오지급된 코인을 빗썸이 보낸 것이 맞는지를 확인한 한 투자자의 사례를 소개한 뒤 "나머지 사람들은 끝까지 책임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이 빗썸사태를 예방할 수 없었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담당 인원이 20명이 채 안 되고, 그나마도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작업에 집중 투입돼 있다"고 인력구조의 한계를 털어놨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과 관련해서는 현행 자본시장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받고, 민생금융범죄 중 불법사금융까지만 직무범위를 확대하기로 금융위와 협의했다고 밝혔다. 애초 금감원은 민생금융범죄에 더해 회계감리, 금융회사 검사까지 직무범위 확대를 요구했었다.
이 원장은 "불법사금융 관련 외에는 금감원의 특사경 확대를 불편해하는 많은 기관이 있다"며 "(나머지 영역은) 다수 국민이 요구할 때 입법적 환경이 조금 더 넓어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특사경이 인지수사권을 부여받더라도 "수사 착수 전 금융위 수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수사 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수사심의위를 금감원 내부에 두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금융위 통제를 받기로 정리된 것이다.
이 원장은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는 부질 없는 일"이라며 "핵심은 48시간 내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자는 것, 수사 신속성"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의 기관 성격은 국가기관이 바람직하다'고 한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의 발언은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했던 기존 입장을 바꾼 것이냐는 질문에는 "입장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일본 금융청을 예로 들어 "(국가기관은) 일반 공무원이 아니고 별정직으로 구성되며, 급여체제나 재정구조도 다른 독립된 기구"라면서 "반면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은 국가 정책방향에 의해 (금감원 독립성이) 좌우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재산공개를 통해 알려진 이 원장의 개인투자조합 투자와 관련해서는 "소득공제용으로 하고 있다"며 금감원 감독 대상이 아닌 스타트업 벤처 10∼15곳에 분산투자하는 형태라 이해충돌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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