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1946년 공포 헌법, 시대 안 맞아…실질적 군대인 자위대, 헌법에 기재해야"
연립여당, 자위권·국방군 명기까지 요구…'전쟁가능국가' 변모시 긴장 고조 우려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이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총선) 압승을 계기로 공포 80주년을 맞은 평화헌법 개정에 고삐를 당기려 하고 있어 향후 상황 전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자민당이 총선에서 중의원(하원)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310석)을 웃도는 316석을 차지했고, 향후 헌법심사회장 자리를 야당에서 가져와 개헌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11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이튿날인 9일 기자회견에서 "국가의 이상적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헌법"이라며 "조금이라도 빨리 개헌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이뤄질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끈질기게 노력할 각오"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총리 후보군에 있는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 연립여당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 등 유력 정치인도 개헌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자민당이 헌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현행 헌법이 1946년 공포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개헌은 다카이치 총리가 정치 스승으로 여기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숙원이기도 했고, 온건 보수 성향으로 평가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도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민당이 헌법 개정을 통해 담으려는 내용은 크게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선거구 합구(合區) 해소, 교육 충실 등 네 가지다.
그중 핵심은 평화헌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위대 명기다.
일본 현행 헌법 9조에는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군대를 갖지 않는다고 돼 있어서 자위대에 대한 언급이 없다.
자민당은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등을 보유한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고,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 2일 유세 현장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민당 헌법개정실현본부가 작년에 만든 '일본 헌법 개정 실현을 위해'라는 자료를 보면 자위대 명기와 관련해 자민당이 이미 작성해 놓은 개정안이 있다.
자민당은 자료에서 헌법 9조를 유지하면서 "우리나라(일본) 평화와 독립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자위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않고, 실력 조직으로서 내각 수장인 총리를 최고 지위 감독자로 하는 자위대를 보유한다"는 문구를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민당은 자위대가 국제 지원 활동 등을 해왔음에도 자위대의 존재가 합헌이라고 보는 학자가 적고 일부 정당도 자위대 존재가 위헌이라고 지적하고 있어서 이러한 '자위대 위헌론'을 해소하려면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개헌 논의에 불이 붙을 경우 자위대 명기에서 더 나아가 평화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견해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자민당 연정 상대인 유신회는 헌법 9조에서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을 명시한 2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유신회는 집단 자위권 전면 용인, 국가 권리인 자위권 명기, 국방군과 군인 지위 명기를 주장하고 있다.
유신회 의견이 수용되면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던 일본은 종전 80여년 만에 군대를 보유하고 '전쟁 가능 국가'로 탈바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중국과 북한, 러시아 등의 반발을 초래해 동아시아에서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긴장감이 고조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헌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닛케이가 짚었다.
일단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참의원(상원)에서도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는 여당 의석수가 248석 중 120석으로 과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헌안 발의선은 165석이다.
닛케이는 개헌과 관련해 우선시해야 할 주제도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며 "다카이치 정권 내에서는 발의 시기를 2028년 참의원 선거 이후로 보는 견해가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아베 정권 시절이던 2016년에 개헌 세력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고, 아베 전 총리가 2017년 자위대 명기 등을 주장하며 2020년에 새로운 헌법을 시행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짚었다.
아베 정권의 사학 비리 의혹이 터지면서 국회에서 개헌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고, 당시 연립여당이었던 공명당도 헌법 9조 개정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 개헌안 발의가 불발된 요인이라고 신문이 설명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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