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GW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추진…"천연자원 노린 투기꾼 수없이 봐"
전문가들도 열악한 인프라·혹독한 기후 지적하며 "비현실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신 인사와 현지 사업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고 나섰다.
현지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선임 보좌관을 지낸 드류 혼과 그린란드 출신 사업가 스벤 하덴베르그가 그린란드 서부 오지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자신들을 '환상의 콤비'라고 칭하며 이번 주 사업 예정지를 둘러보는 등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들의 구상은 빙하가 녹은 물을 이용한 수력 발전으로 막대한 전력을 충당해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겠다는 것이다.
계획에 따르면 2027년 말까지 300MW(메가와트) 용량의 센터를 가동하고, 2028년 말까지 1.5GW(기가와트)로 확장할 예정이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최대 규모다.
혼은 "미국과 그린란드 협력의 미래 모델이 되길 바란다"며 이미 1단계 사업 자금의 절반, 최종 단계 자금의 절반에 대한 투자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에 눈독을 들이며 미국 기업의 진출을 장려해온 기조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자신의 구상에 반대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을 향해 관세 부과를 위협했다가 철회하기도 했다.
이번 사업 구상에 대한 현지 반응은 회의적이다. 대규모 미국 자본 유입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그린란드 주민들은 과거에도 거창한 약속을 내걸고 천연자원을 노리다가 실망만 안겨준 투기꾼을 수없이 봐왔다고 WSJ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그린란드의 열악한 인프라와 혹독한 기후, 규제 장벽 등을 지적하며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린란드 기업협회의 크리스티안 켈센 이사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새로운 해저 케이블을 설치해야 하는데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정부의 승인 절차도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덴마크 디지털 인프라 싱크탱크의 시그네 라븐-호이가르드 국장 역시 "다른 곳에 짓는 것이 훨씬 수익성이 높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린란드의 북극 기후는 서버 냉각에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영구동토층 위에 대형 시설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기술이 만만치 않은 데다 항만·주거시설 확충과 자재 운송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사업을 주도하는 인물들에 대한 논란도 있다.
미 육군 특수부대(그린베레) 출신인 혼은 과거 덴마크 공영방송으로부터 그린란드와 덴마크 사이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미국의 비밀 영향력 공작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그는 현재 핵심 광물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기업 '그린멧'의 최고경영자(CEO)다.
유명 덴마크 정치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던 배우이자 사업가인 하덴베르그는 그린란드 독립을 주장하며 덴마크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그린란드 자원·에너지 담당 부처는 WSJ에 "이들로부터 프로젝트 건설 허가 신청은 아직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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