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 3억명 중 과반이 '네티즌'…숏폼·라이브쇼핑에 빠져 과소비
근골격계 통증 등 건강 문제도…포용적 디지털 환경·자녀세대 도움 필요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중국에서 노년층의 스마트폰 등 디지털 미디어 노출 시간이 길어지면서 노인들의 인터넷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12일 영국 BBC 중문판이 보도했다.
과거 자녀들에게 "화면만 보지 말라"고 다그치던 부모 세대가 이제는 종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면서 그로 인한 경제적 손실, 신체·정신적 건강 악화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춘제(중국 설) 등 명절을 맞아 고향에 온 젊은 세대가 부모의 스마트폰 사용을 관리하는 일이 암묵적인 '새로운 명절 풍속'이 됐다고 BBC는 전했다.
외국에서 유학 중인 가오(高)모씨와 그의 모친이 단적인 예다.
춘제를 앞두고 집에 돌아온 가오씨는 어머니가 '라이브 쇼핑' 방송을 통해 사 모은 크리스털 장식품이 집안에 가득 쌓여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머니의 휴대전화 사용 기록을 살펴본 가오씨는 하루 평균 사용시간이 10시간을 넘고 그 중 거의 8시간이 숏폼 영상 시청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는 장시간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바람에 어깨와 목의 통증이 심한 상태였고 결국 병원에서 척추 관절이 어긋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BBC는 중국에서 원래는 80∼90대 연령층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던 안구건조증, 녹내장, 경추증, 오십견 등 노인성 질환이 60∼70대 '젊은 노인'들에게 일찍부터 나타나고 있다면서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또 수면 부족으로 인한 정신적 무기력, 반응 둔화, 면역력 저하도 노인들의 취약한 건강 기반을 잠식하고 있으며 불안, 조급하게 성내는 성질, 인터넷 정보에 대한 무조건적 신뢰 등 과거 청소년층에서 나타나던 '인터넷 중독'의 특징도 노년층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노인 인터넷 중독의 경제적 피해는 더 직접적이다.
숏폼 드라마는 '최초 6회 무료, 이후 회당 1위안' 같은 요금제도와 자동결제 등의 방식으로 평소 채솟값도 아끼던 노인들의 주머니를 털어간다.
노인들은 또한 라이브쇼핑 방송의 허위·과대 광고로 필요 없는 물건을 잔뜩 사 모으기도 한다. 라이브쇼핑 방송의 경우 별도 그룹채팅방 등으로 노인들을 끌어들여 라이브방송이 차단된 이후에도 계속 물건 구매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금전적 피해는 가족 간의 갈등으로 이어지곤 한다.
홍콩 거주자인 류(劉)모씨는 본토에 사는 장모를 방문했을 때 장모가 라이브쇼핑 방송을 통해 1병당 200위안(약 4만원)이 넘는 녹즙 제품을 스무병 넘게 사놓은 것을 발견했다.
류씨는 장모가 최근 반년 사이 녹즙 구매에 2만위안(418만원)을 넘게 쓴 것을 알고 이를 말리려다 갈등이 깊어졌고, 한동안 장모가 류씨 부부와 연락을 끊었다고 말했다.
BBC 중문판은 전문가를 인용, 노인들이 생리적 기능과 인지 능력이 쇠퇴함에 따라 자기 통제 능력도 약해져 인터넷 중독에 빠질 수 있으며, 세대 간 교류가 줄어든 데에 따른 정신적 고독감 등 심리적 취약성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3억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억6천100만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중국 노령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노인의 약 60%가 "인터넷 중독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중국의 빅데이터 분석 업체 퀘스트모바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노인 세대의 1인당 월평균 인터넷 사용시간은 129시간으로 매일 4시간이 넘는다. 또 자정에도 실버 사용자의 30% 이상이 온라인 상태로 나타났다.
노년층의 인터넷 중독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노인들을 디지털 미디어와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인 디지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령 사용자들이 디지털 미디어 사용 시 일정 시간마다 휴식 알림을 띄우는 등 중독 방지장치를 마련하고, 노인 대상 라이브 커머스 업자들의 자격 심사를 엄격하게 하며, 관련 소비자 구제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구조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녀 세대가 노인을 도와 인터넷상에서 올바른 정보와 제품을 판별하도록 돕는 '디지털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류씨의 경우 지난해 '손자를 돌봐달라'며 장모를 홍콩으로 모셔 와 같이 살게 된 이후 장모의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확연하게 줄었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올바른 소비를 유도할 수 있었다고 BBC는 전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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