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서 증시로 머니무브 징후…"주가-채권 음의 상관관계 당분간 지속"
한은·부총리 메시지에 3년물 금리 3.2%선 아래로…효과 이어질까…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반도체가 죽어야 채권이 산다."
역대급 실적으로 틈만 나면 주가 고점을 갈아치우는 반도체주가 한국 증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이런 차마 웃지 못할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증시 호황으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면서 안전자산인 채권 투자심리가 약해지고, 반도체 수출 중심의 경기확장 국면은 채권 강세 재료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다만 최근 당국이 국고채 금리가 높다는 인식을 연달아 드러내고 안정화 의지를 피력하면서 회복 추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며 주식투자 열기가 뜨겁지만 채권시장은 그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채권형 펀드와 주식형 펀드의 엇갈린 자금 흐름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12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국내주식형 펀드 설정액이 약 1조8천억원 증가한 반면 국내채권형 펀드에선 1조3천억여원이 유출됐다. 1개월 기준으로 각각 8조8천억원가량이 유입, 4조원가량이 감소했다.
3개월로 범위를 넓히면 주식형이 12조6천억원가량이 불어났고, 채권형은 12조9천억원이 줄었다.
채권형 펀드에서 돈이 대거 빠져나간 것은 금리 상승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국고채 금리는 3년물 기준 지난달 15일 시장 예상보다 매파적 스탠스를 보였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 급등한 뒤 이달 초에는 3.2%대를 돌파했다.

주식시장은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말 투자자예탁금이 100조원을 넘어섰고, 주식거래 활동계좌수도 1억개를 돌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꾸준히 불어나 어느덧 31조원 시대를 맞았다.
개인의 회사채 투자 열기가 식은 것도 또 다른 현상이다.
통상 회사채는 국채보다 신용위험이 큰 대신 수익률이 높고 중단기 투자 성향이 강해 상대적으로 주식 투자에 더 가까운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금융정보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올해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는 7천억원을 상회한 수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약 1조2천억원)보다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개인 투자자의 회사채 잔고는 지난 12일 기준 13조1천55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4조원 아래로 내려오더니 지속적으로 감소해 간신히 13조원을 넘기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한 위험선호에 채권 약세 심리가 심화했다며 "주식 상승 중심에 있는 반도체칩 가격 상승이라도 꺾이는 것이 확인돼야 채권시장 안정 심리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13일 보고서에서 주가와 채권수익 간 음의 상관관계가 보인다며 "현재의 경기 회복 기대감과 반도체 산업 호황은 주식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으나, 채권시장에는 기준금리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공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주가와 채권 간 음의 상관관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을 주도한 금리 인상 경계와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약화는 아직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두 요인의 배경에 반도체 경기 호조라는 공통 분모가 자리하는데 연초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설비투자(CAPEX)가 추가로 상향됐음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반도체 공급 부족이 해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수희 LS증권[078020] 연구원은 "현재 크레딧(신용) 채권 투자심리를 좌우하는 요소는 국채금리 변동성과 크레딧물 수급으로 판단된다"며 "타이트한 크레딧물 수급의 배경에는 메모리반도체 호황이 초래한 나비효과가 있다"고 짚었다.

채권시장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장기화 분위기 속에서 약세가 계속된 지 오래다.
여기에 추가경정(추경) 편성 경계, 일본 등 대외금리 급등, 고환율 리스크 등 채권시장에 비우호적인 재료에 틈만 나면 휘청였다.
올해 약 110조원의 국고채 순발행량과 최근 부상한 '벚꽃 추경론'에 따른 수급 부담도 채권시장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저가 매력이 있는 구간이지만 공급 부담이 일부 경감돼야 투자심리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중기적으로 국고채를 비롯해 추가 발행 확대 우려가 낮아지는 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현재 국고채 금리는 1∼2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할 정도로 과도하게 오른 측면이 있다는 게 시장 인식이지만, 변동성이 워낙 잦다보니 경계감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당국이 잇달아 채권시장 관리 의지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용훈 한국은행 금융시장국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지금 기준금리가 2.5%인데,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2%를 상회 중이어서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금리가 과도한 수준이라는 인식을 보였다.
이어 다음날인 13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일본 금리 상승, 수급 부담 등으로 국고채 금리가 다소 상승했다"며 "각 기관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중심으로 국고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9일 3.267%까지 치솟아 연중 고점을 기록했다가 이후 미국 고용지표 부진 기대감에 하락세로 전환했고, 잇따른 당국 메시지에 낙폭을 키워 3.2%선 아래로 내려온 상태다.
이달 말 한국은행 금통위를 앞두고 경계감이 다시 번질 수 있다.
KB증권은 한국 국채금리가 지속해서 하락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요인보다는 대내적인 요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한은 총재의 매파적 발언 강도는 1월 금통위 대비 약해질 것"이라며 "금융시장국장의 발언으로 2월 금통위 전후 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 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동결 장기화에 대한 경로가 제시되거나 반도체 경기 낙관의 눈높이가 적어도 추가로 상향되지 않는 부분이 확인돼야 변동성이 유의미하게 안정되겠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2월 말에서 3월 초까지는 고변동성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관망에 무게를 둔 접근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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