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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도 없는 '제조 데이터'…경남이 모은다

입력 2026-02-18 06:55  

미국 빅테크도 없는 '제조 데이터'…경남이 모은다
숙련공 노하우 디지털화해 PINN 모델 개발
초정밀 행동 AI로 공장 수출 시대 노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우리나라가 제조업 강국의 이점을 살려 세계 최초의 초정밀 행동 파운데이션 모델(LAM) 개발에 나선다.
엔비디아, 메타 등 미국 글로벌 빅테크들도 AI가 직접 현실 세계를 관찰하고 물리 법칙에 따라 추론하는 '월드 모델' 등의 LAM 개발에 앞장서고 있지만, 실제 제조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의 글로벌 시장 선점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정부는 초정밀 행동 모델이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장비 시장을 넘어 AI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새로운 블루오션을 만들고 물리 지능 내재형 공장 설루션의 해외 수출, 초정밀 제조 장비 국산화의 물꼬를 틀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미국 빅테크도 못 가진 제조 데이터 모아 초정밀 AI로
초정밀 행동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전북과 경남을 주축으로 추진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대규모 연구개발 사업 가운데 경남의 'PINN 모델 제조 융합 데이터 수집·실증 사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경남 산업단지 내 기업의 가공, 용접, 절삭, 사출 등 주요 공정에서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단위의 초정밀 제조 데이터를 수집해 '물리 정보 신경망'(PINN)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제조업 공정은 여러 요인 간의 연관성과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측정, 설명,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 다변량적인 특성을 가지며 시계열적 제약 조건 아래에서 일어나는 고도의 비선형적인 과정이다.
정해진 환경에서 정해진 시간에 따라 정해진 절차를 수행해야 하므로 내외부 온도, 습도, 진동, 대기압 등 미세하게 변화하는 현장 조건을 현장 전문가가 축적한 노하우를 통해 어떻게 조치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AI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실제 제조업 공정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것이 필수인데 미국 빅테크는 피지컬 AI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이 제조업이 붕괴한 상태인 탓에 실제 데이터를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
코스모스 등 월드 모델을 개발 중인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다량 공급을 약속하며 우리나라와 손잡은 것도 실질 제조 데이터 확보가 목적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PINN 모델 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경남대학교 경남지능화혁신사업단장 유남현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제조 공정이라는 것은 로봇이 태권도를 따라 하는 것과는 엄연히 다르다. 어떤 재료를 가지고 몇초간 얼마의 힘을 가한 뒤 다시 식혔다 열을 가하고 등 분초별로 이뤄진 수없이 많은 작업의 총합"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런 데이터는 인터넷상에 존재하지 않고 있다 하더라도 특정 과정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며 "경남은 반도체, 화학공업을 제외한 자동차, 조선, 방산 등 모든 제조 데이터가 집결된 곳으로 숙련된 작업 전문가의 노하우를 디지털화해 축적하고 각각의 데이터가 가지는 의미를 온톨로지화해 AI 모델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알려진 제조 데이터가 공정을 겉에서 모니터링한 수준으로 1Hz(헤르츠)∼5Hz의 10여종 데이터가 수집된 것이라면 물리 현상을 이해하는 정밀 융합 데이터는 100Hz∼2kHz(킬로헤르츠)에 이르는 초정밀 계측 데이터 100여종 이상을 확보한다.

이를 통해 AI가 공정의 물리적 인과관계를 학습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및 최적화를 할 수 있어 AI 예측의 신뢰도 및 정밀도가 극대화된다. 한마디로 AI가 공장에서 제대로 된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합성 데이터·모니터링 수준의 영상 데이터를 학습한 피지컬 AI는 '블랙박스'로 비유되고 초정밀 계측 데이터를 활용한 AI는 '화이트박스'로 표현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 초정밀 행동 모델로 스마트공장 수출·지역경제 지탱
세계 최초의 PINN 모델이 개발되면 제한된 공정 센서 데이터만으로 보이지 않는 금형 내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정·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적은 데이터로도 물리 법칙을 이해하거나 역설계하는 일이 가능해 AI 기반 공정 제어 및 실시간 최적화로 이어질 것으로 사업단은 기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본사업에 앞서 지난해 진행된 사전 검증(PoC)에서 경남 8개 기업의 일부 공정에 대해 PINN 데이터를 확보,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했다.
이 중 신성델타테크[065350]는 플라스틱 사출·조립 공정에서 작업자 행동, 원자재 상태, 불량 형상 등 실제 데이터를 연계한 AI 학습용 데이터셋을 구축하고 디지털 트윈 모델을 활용해 공정 품질을 사전에 예측·보정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난해 검증 단계에서 PINN 모델을 위한 멀티모달 데이터가 243테라바이트(TB) 확보됐다.

과기정통부는 세계 최초 PINN 모델 및 제조 특화 행동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한 뒤 오픈소스로 개방하고 나아가 한국형 공장 모델을 세계로 수출하는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구 감소 등 여파로 숙련 인력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국내 지역 제조업을 AI로 뒷받침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일 국회 과학기술방소정보통신위원회 업무보고서에서 "제조·물류·조선 등 우리나라의 강점 분야를 중심으로 전 산업에 피지컬 AI를 확산하는 '피지컬 AI 핵심 경쟁력 전략'을 상반기 중 수립하고 3분기부터 분야별 유망 AI 서비스의 도입·활용을 저해하는 규제를 유예, 면제하겠다"고 밝혔다.
cs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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