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 안정·전기요금 인상 등 영향…올해 영업익 20조 전망
한전, 재무 정상화까진 '먼길'…기업은 주택용보다 비싼 요금에 비명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한국전력이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15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나치게 올라 기업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한전의 이익 규모를 둘러싸고 논란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8일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한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5.56% 증가한 3조5천211억원으로 예측됐다.
작년 한 해 전체로는 79.76% 급증한 15조36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전망됐다. 이 경우 한전은 연간 기준으로 2016년 12조15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게 된다.
지난해 매출이 4.39% 증가한 데 비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데에는 국제 연료 가격 안정과 그에 따른 전력도매가격(SMP·전력구입가격) 하락,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전기요금 인상이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규헌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연평균 에너지 가격과 SMP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한전의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9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최근의 실적 개선은 적자 회복 국면에 가깝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던 2021년부터 2023년 사이 전기요금을 제때 올리지 못했다.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무려 47조8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누적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물가 충격을 고려한 정책적 판단이었지만 한전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
이후 요금 인상과 연료 가격 안정이 맞물리며 한전은 2023년 3분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0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수익성은 꾸준히 개선됐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전후로 쌓인 48조원대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 부담도 여전히 크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6조2천여억원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해 1∼3분기 이자 비용으로만 하루 약 120억원씩, 총 3조2천794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대규모 송배전망 투자도 예정돼 있어 막대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면 지속적인 재무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에 따르면 송배전 설비에 약 113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산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2022년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7차례에 걸쳐 약 70%나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2023년 11월과 2024년 10월에는 주택용 요금은 동결한 채 산업용 요금만 인상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이 커졌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은 1kWh(킬로와트시)당 185.5원으로 주택용(149.6원)과 일반용(168.9원)보다 월등히 비싸다.
산업계는 산업용 전기의 원가가 주택용에 비해 낮은데도 요금이 비싼 것은 비정상이라고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산업용 전기요금이 주택용보다 비싼 국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특히 석유화학과 철강 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와 글로벌 수요 둔화 속에서 전기요금 부담까지 겹쳐 수익성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국회에서 이른바 'K-스틸법', '석화지원법' 등 산업 지원책이 마련됐지만, 전기요금이라는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지 않는 한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전 측은 최근의 실적 개선이 과거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발생한 원가 상승분을 회수하는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국제 연료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 요금을 즉각 반영하지 못하면서 국민경제 충격을 흡수했고, 그에 따른 손실을 이제야 겨우 점진적으로 회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계는 이제라도 전기요금이 시장 원리에 따라 작동할 수 있는 합리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국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원가를 적기에 반영해 전기요금을 조정한다"며 "우리나라도 연료가격 상승분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적기에 인상했다면 최근처럼 연료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이를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처럼 정책 판단에 따라 조정 시점이 늦어지면 연료비 상승기에는 한전 적자가 커지고 하락기에는 요금 인하가 지연되는 왜곡이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전 역시 원가 반영을 강화하는 방향의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계절과 시간대별 요금제 등을 통해 낮 시간대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겠다는 방침이다.
한전은 오는 26일께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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