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리안 파데예프 예술감독, 한국인 무용수 찬사…"기량에 연기력 관심까지"
"김기민, 모두가 사랑하고 존중…예술가에 이보다 더 높은 평가는 없어"
"전민철, 매일 완벽하게 증명…퍼스트 솔로이스트 영입 결정이 옳았다고 확신"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발레단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무용수들이 있다.
2011년 이 발레단에 입단해 간판급 무용수로 자리매김한 베테랑 수석 솔로이스트 김기민(33), 지난해 입단과 동시에 퍼스트 솔로이스트에 올라 주목받은 신예 전민철(21)이다.
그리고 이들의 마린스키 입단과 성장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는 인물이 있다. 이 발레단을 이끄는 안드리안 파데예프 예술감독이다. 마린스키의 간판 무용수로 활약하다 2024년 7월 예술감독 자리에 오른 이 극장의 산증인이다.
파데예프 감독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연합뉴스 화상 인터뷰에서 김기민을 모두가 사랑하고 존중하는 스타로 평가했고, 전민철에게는 미래 마린스키의 진정한 수석 솔로이스트 재목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첫 한국인 무용수 유지연과 '동기동창'이기도 한 그는 이 극장을 통해 한국과 러시아의 발레가 계속해서 교류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 김기민과 전민철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김기민은 스타, 세계적인 스타다. 그는 러시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다. 전민철은 마린스키 극장에서 한국인들의 좋은 전통을 이어갈 모든 자격을 갖추고 있다.
전반적으로 첫째, 그들은 매우 예의 바른 사람들이다. 둘째, 그들은 매우 제대로 훈련받았다. 그리고 그들은 아주 훌륭한 스승들을 만났고, 놀라운 훈련을 받았다. 김기민의 스승은 마린스키의 전 솔로이스트 블라디미르 김과 마르가리타 쿨릭이다. 전민철도 매우 훌륭한 스승들을 만났다. 그들은 모두 매우 부지런하며 무엇보다 끊임없이 탐구하는 예술가들이다.
그들이 기술적 기량뿐 아니라 연기력에도 관심을 가졌다는 점이 매우 기쁘다. 김기민은 독특한 발롱(공중에 떠 있는 듯한 동작)과 점프, 회전, 믿기 힘든 속도감, 독특한 재능을 가졌다. 전민철은 완전히 다른 능력을 갖췄다. 놀라운 라인과 아름다운 체형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들이 자신을 무대 위의 예술가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레는 서커스나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이러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 김기민의 첫인상, 지금의 모습, 앞으로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 2011년 김기민을 처음 봤다. 그의 스승인 블라디미르 김이 나에게 전화했다. 오랜 기간 연락을 못 하고 지냈던 그는 전화로 제자를 마린스키 발레단장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내가 아직 솔로이스트로 무대에 서고 있을 때였다. 그는 김기민이 나의 리허설 공간에서 오디션 연습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사실 나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최근 김기민은 나에게 당시 일주일 동안 내 리허설 시간에 연습했다고 말하더라. 결국 마린스키 지도부는 그를 입단시키기로 결정했다. 그 후에 나는 극장을 떠나 멀리서 그를 지켜봤다. 공연을 보러 가고는 했는데 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는 15년간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왔다. 그는 정말 러시아 관객들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됐다. 러시아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그를 사랑한다. 관객들이 그를 사랑하고 전문가들이 그를 존중한다. 이것은 정말 소중한 것이다. 그 이상 무엇을 더 말할 수 있을까. 자신이 일하는 단체로부터 존중을 받는다는 것, 사실 예술가에게 이보다 더 높은 평가는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분명히 수석 무용수 자리에서 떠난다. 하지만 나는 김기민에게 그것이 아직 먼 문제이기를 강력히 바란다. 김기민은 훌륭한 체력 상태로 자신의 신체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그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아주 많다. 다양한 공연에서 많은 춤을 춰야 한다. 그는 마린스키 극장의 레퍼토리를 거의 다 췄는데,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복원하거나 새로 선보일 발레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그에게 건강과 힘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물론 우리의 시대(발레리노로 활동하는 기간)는 안타깝게도 매우 짧다. 보통 20년 정도다. 첫 5년은 성장기, 그다음 10년은 전성기, 그 후 5∼10년은 부상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유능하고 똑똑하며 자신을 잘 관리하는지는 모두에게 모범이 된다. 그래서 앞으로도 그가 여전히 독특한 무용을 선보이기를 바란다.

-- 전민철이 입단과 동시에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임명된 것은 상당한 파격이다. 그를 곧바로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 객관적으로 그는 그 지위에 완전히 부합한다. 그는 매일 완벽한 작업으로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연습실에서는 모든 것을 잘하지만 무대에서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전민철이 자신을 통제할 수 있고 무대에서 매우 집중하며 연습한 대로 정확하게 수행한다는 것을 봤다. 아마도 퍼스트 솔로이스트 임명은 조금 '선불' 같은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입단한 지 반년이 넘은 지금 나는 그를 퍼스트 솔로이스트로 영입한 마린스키의 결정이 옳았다고 확신한다. 아마 조금 성급한 결정이었지만 그때는 완전히 확신했고 누구도 이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미래에 그가 마린스키의 또 다른 진정한 수석 솔로이스트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것이 먼 미래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미래라고 생각한다. 그는 큰 잠재력과 기술적 역량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 입단 후 전민철이 보여준 기량은 어떤가. 그는 마린스키 입단 후 '라바야데르', '지젤',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에서 공연했다.
▲ 이미 그에 대해 많이 말했지만 항상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 시간이 지나면 더 큰 매력을 갖출 것이다. 그는 작품 하나하나를 통해 솔로 레퍼토리를 습득하고 있고 이를 큰 즐거움으로 여기고 있다. 발레단도 그의 전문적인 성장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그는 공연마다 완전히 다른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매우 중요한 점이다. 나는 그가 고전 발레 공연 측면에서 좋은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그가 현대 발레 공연에서 추는 모습을 꼭 보고 싶다. 그에게는 꼭 필요하다. 현대 발레를 경험한 이후의 '왕자' 역할의 춤은 달라질 것이다. 나도 관객으로서 그를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
-- 2011년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레오니트 야코브손 발레극장 예술감독을 지내다가 2024년 7월부터 마린스키 극장의 발레단 예술감독을 겸임하고 있다. 두 극장을 이끌며 무엇에 중점을 두고 있는가.
▲ 안무가 레오니트 야코브손의 이름을 딴 레오니트 야코브손 발레극장에서는 예술감독과 극장장을 겸하고 있다. 완전히 다른 업무와 책임을 가진 직책을 겸하고 있다. 마린스키 극장에서는 오로지 발레에만 집중한다. 마린스키에서 가장 중요한 임무는 이 독특한 극장의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이 전설적인 극장의 위대함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며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마린스키 발레단 예술감독으로서 첫 1년 반 동안은 유능한 젊은 예술가들을 받아들여 극장을 강화하는 것에 가장 노력을 집중했다. 극장에 들어온 재능 있는 예술가 중에는 물론 전민철도 포함된다. 두 번째로는 클래식 공연의 질에 신경 썼다. 코르드발레(군무)의 질도 아주, 매우 중요하다. 조명, 음향, 무대 디자인, 의상까지 공연에서 사소한 부분은 아무 것도 없다.

-- 마린스키 극장을 찾는 한국인 발레 팬들의 발길이 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체감하는가.
▲ 지난해 전민철이 첫 공연 '라바야데르' 무대에 섰을 때 그의 스승들이 오셨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과 주상트페테르부르크 총영사관 대표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일반 한국인들도 왔다. 그리고 거의 '디아스포라'(diaspora)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한국인이 전민철의 모든 공연을 관람하러 온다. 매우 기쁘다. 그들은 공연 후 전민철을 기다리며 큰 꽃다발을 주는데 이는 아주 중요하고 큰 응원이다. 특히 이곳에서 첫해를 보내는 사람에게는 적응과 응원이 필요하다. 관객의 반응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것은 에너지 교환이다. 서로 눈을 마주 보며, 한 사람은 말하고 싶어 하고 다른 사람은 듣고 싶어 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극장이다.
-- 김기민과 전민철이 마린스키 극장에서 춤을 추는 것은 러시아와 한국이 발레로 교류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러시아와 한국의 발레 교류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 많은 러시아 발레 교사들이 한국에서 일해왔고 지금도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김기민은 마린스키 극장의 전 솔로이스트 마르가리타 쿨릭과 블라디미르 김이 키워서 러시아로 데리고 왔다. 마린스키에서 함께 일했던 발레 예술가 중에는 유지연도 있다. 나는 유지연과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의 같은 반에서 공부했고 1995년 마린스키 발레단에 함께 들어왔다. 유지연은 수년간 무대에 서고 솔로 역할도 맡았다. 그는 지금은 모국인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인들에게 바로 러시아 발레를 가르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교류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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