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동부 달라" vs 우크라 "러 재침공 우려 탓 안돼"
DMZ 설정 등 대안도 거론…우크라 "먼저 안전보장" 요구 고수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17∼18일에 제네바에서 열렸으나 별다른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난 우크라이나전 종전 회담에서 타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우크라이나 동부 영토 문제였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 전했다.
쟁점이 되는 땅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주(州) 중 우크라이나가 통제권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형성된 전선과 도네츠크주의 행정적 경계 사이에 있는 이 부분은 길이가 약 80㎞, 폭이 약 65㎞이며 수십개의 마을과 소도시가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대부분을 점령했으며, 종전의 필수 조건으로 도네츠크주 중 나머지 부분을 우크라이나가 넘겨주도록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자체 주민투표 등을 거쳐 2022년 9월에 도네츠크주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4개 주의 합병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이 여전히 통제 중인 자국 영토를 할양해주면 러시아가 앞으로 우크라이나나 다른 나라를 다시 공격하도록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일방적 철수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또 휴전협정을 위반하지 못하도록 억제할 수 있는 안전보장 조치를 종전의 필수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NYT 취재에 응한 익명 소식통 3명은 최근 몇 주간 진행돼 온 협상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등의 협상팀이 도네츠크주 일부에 군대가 주둔하지 않는 비무장지대를 두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런 방안은 작년 11월에 트럼프 행정부가 만든 이른바 '28개조 평화안' 등에 포함돼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평화를 위해 영토를 내줄 가능성에 부정적 의견을 반복해서 밝혔으며, 지난 16일에는 소셜 미디어로 "침략자에게 영토를 내주는 것은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
작년 가을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을 러시아가 관할하되 돈바스 지역 내에 비무장지대를 두는 방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구체적 의견 표명을 피하면서 세부 사항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중에 푸틴의 외교정책 보좌관인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 경찰이나 국가방위군 병력이 해당 지역을 순찰할 수 있다면 러시아가 비무장지대 설치를 수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연구원으로 있는 윌리엄 테일러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는 비무장지대 설정 방안이 실현 가능한 해결책의 일부가 될 수도 있겠으나 우크라이나의 이익이 보호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추가적인 압력을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압적 해결책이나 불균형적 해결책이 아니라, 진정한 해결책이 되어야 한다"며 "강압적인 해결책은 안정적이지 못할 것이고.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이 구상을 보다 더 쉽게 수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협상팀은 비무장지대 내에 자유무역지대를 만드는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양국 군대 사이에 끼어 있어 분쟁이 재발할 위험이 오래 이어질 수밖에 없는 데다가 이 지역의 산업 시설이 거의 모두 파괴됐기 때문에 자유무역지대 투자 구상에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회의적 입장이다.
현재 이 지역의 주요 산업시설 중 남은 것은 석탄 광산 한 곳뿐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쟁점은 전선에서의 병력 후퇴 폭이다.
작년 12월 젤렌스키 대통령은 만약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병력을 후퇴시킨다면 똑같은 거리만큼 러시아군도 후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앞서 1월 23∼24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3자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측 협상팀은 보다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고 NYT는 전했다.

NYT에 따르면 취재원 3명 중 2명은 우크라이나 측이 양측의 병력 후퇴 폭이 반드시 대칭적일 필요는 없다며 아부다비 회담에서 입장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질 경우 통치 방식도 쟁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주에 국제 평화유지군을 배치하는 방안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익명 취재원 3명 중 2명은 협상팀들이 전쟁이 끝나면 이 지역을 통치할 민간 행정당국을 형성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취재원 중 1명은 이런 민간 행정당국에 러시아 측과 우크라이나 측 대표 양쪽 모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아직 합의에 이르려면 멀었다고 말했다.
평화안에 거론된 조치들의 진행 순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병력 철수, 비무장지대 설치, 안전보장 공식화, 전후 재건 자금 마련 체계 구축, 우크라이나 총선 실시 등을 어떤 순서에 따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에 우크라이나가 선거 실시나 돈바스 지역 병력 철수에 대한 합의에 앞서 안전보장에 대한 합의를 원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안전보장 합의서 먼저 서명한 후에 다른 서류들에 서명했으면 좋겠다"며 "이것은 공정성의 문제라고도 할 수 없고, 신뢰의 문제다. 안전보장이 먼저 이뤄지고 그 다음에 다른 모든 것이 이뤄진다면 파트너에 대한 신뢰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장래에는 러시아의 침략이 불가능할 것이며,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한다"면서 "단순히 '믿는' 것이 아니라,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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