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143.20
(100.93
1.62%)
코스닥
1,171.65
(21.13
1.77%)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기로에 선 아프리카 민주주의] ⑤전문가 진단

입력 2026-03-03 07:01  

[기로에 선 아프리카 민주주의] ⑤전문가 진단
"선거 제도만으론 부족"…국가 시스템 바로 세워야
민주화 정착시킨 한국 경험, 아프리카 참고 사례로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2020년 이후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 지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에서 기존 정부 전복을 노린 군부 쿠데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가나, 잠비아, 보츠와나, 모리셔스 등 일부 국가에선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가 정착되는 양상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결과를 가르는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국가 시스템의 온전한 작동 여부다.
민주주의의 뿌리인 선거 제도뿐 아니라 치안과 조세, 행정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고, 분출하는 사회적 요구가 제도권으로 원활히 흡수되는 구조가 갖춰져야 민주주의 체제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 쿠데타 낳는 '원심적 민주주의'
김성수 한양대 유럽아프리카연구소장은 쿠데타 확산 배경에 대해 "형식적 민주주의와 붕괴한 국가 역량 사이의 괴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대의 민주주의의 기준인 선거가 정기적으로 치러지고 헌법도 유지되지만, 정작 국가는 시민 안전을 지키고 세금을 거두어 재정을 운영하며 행정을 집행하는 기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치안이 흔들리고 일자리와 공공서비스가 부족해지면 민주주의는 삶을 개선하는 제도가 아니라 이름만 남은 절차로 인식된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혼란이 심화하면서 국가의 통치 능력은 더욱 약화하고, 권력이 중앙의 통제에서 벗어나 주변으로 분산돼 겉으론 민주적 절차가 유지되지만 실제로는 국가의 중심이 비는 '원심적 민주주의' 체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민족주의적 포퓰리즘, 테러 확산, 국경 통제 실패, 정치 엘리트 부패, 사법부의 정치화 등이 겹쳐 정부의 공정성과 중립성은 약화하고 시민 신뢰는 빠르게 소진돼 질서 회복이나 국가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우는 세력에게 쿠데타의 빌미를 주게 된다는 분석이다.

김 소장은 아프리카에서 반복되는 쿠데타가 민주주의 자체의 실패라기보다 형식만 남은 민주주의가 드러낸 구조적 한계, 다시 말해 '책임지는 국가'의 부재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정리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시급히 복원해야 할 제도적 조건으로 기본적 통치 역량을 갖춘 국가 시스템을 거론했다.
그는 "시민사회의 활성화와 참여 확대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축이지만, 국가가 치안을 유지하고 공정한 조세제도를 운영하며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법과 행정을 예측 가능하게 집행하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면서 "선거와 헌법이라는 절차적 장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그는 "외부 지원이 단기적 정권 안정이나 군사 협력에만 집중될 경우 오히려 취약한 국가 구조를 왜곡할 수 있다"며 "국제사회는 선거 지원이나 제도 이식에 머무르기보다, 조세 행정 역량 강화, 반부패 시스템 구축, 사법 독립성 보장, 공공 재정의 투명성 제고 등 국가 기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장기적 제도 구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은 국가가 책임지고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국제사회가 그 기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변화 요구하는 아프리카 청년 세대
아프리카 여러 국가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와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작년 10월 마다가스카르에서 Z세대가 주도한 시위 여파로 안드리 라조엘리나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마이클 란드리아니리나 대령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적 변화가 단적인 사례다.
이에 대해 김광수 한국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은 아프리카에서 Z세대의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붕괴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새로운 권력 구조가 청년 세대에게 제도권 정치 참여 통로를 충분히 열어주지 않는다면 변화 요구가 민주주의 심화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며 아프리카 국가들이 청년들의 목소리를 제도적 변화로 연결할 정치 구조의 개방성과 수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평화적 정권 교체가 자리 잡아 가는 보츠와나 등 비교적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선 정당 체제가 유지되면서 시민사회와 언론이 자율성을 확보한 점이 공통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 국가에서는 민주주의가 특정 지도자나 사건에 의존하지 않고 제도·규칙·정치 문화의 결합으로 작동해 왔다"면서 "그 결과 정권 교체가 곧 체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아프리카 민주주의 향방 좌우할 변수
김영완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향후 아프리카 민주주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 ▲ 온라인 네트워크 확산 ▲ 미국과 중국의 대외정책 변화를 꼽았다.
김 교수는 세계적으로 민주주의 후퇴가 나타나고 있다며 서구 민주주의를 발전 모델로 인식해온 아프리카 국가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의 급속한 확산과 관련해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민중의 힘을 모으는 연결망이 발달할수록 독재를 지양하는 정치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예전처럼 민주주의 확산을 지지하지 않고, 중국은 아프리카 국가의 체제 자체에 관심을 두지 않으면서 협력하는 독재에 대해선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며 이런 환경이 아프리카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아프리카 민주화, 한국 역할은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한국의 경험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참고할 만한 비교 사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대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소장은 "아프리카에서 한국은 식민 지배와 전쟁을 겪은 국가가 어떻게 자생적으로 발전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 발전이 민주주의 토양을 만들고 성숙한 시민사회가 다시 투명한 거버넌스를 요구하며 국가 발전을 견인한 한국의 선순환 모델은 권위주의와 경제난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프리카 지도자와 시민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는 엘리트 간 타협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희생으로 쟁취한 결과라는 점에서 세네갈의 '옌 아 마르'(Y'en a Marre) 운동 같은 아프리카 청년 세대의 정치 참여 흐름과 맞닿아 있다"며 변화의 주체가 '내부의 시민'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구체적으로 선거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행정 서비스 문턱을 낮추는 디지털 플랫폼 구축 분야에서 한국이 앞선 IT 기술을 활용한 협력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