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선 '58년 만의 정권교체' 모범 사례도…역동성과 장기 집권의 공존
올해도 8개국서 대선 예정…민주주의 퇴보냐 전진이냐 '갈림길'

[※ 편집자 주 = 2026년 아프리카 대륙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젊은 세대의 거센 변화 요구와 잇단 군부 쿠데타의 부활, 일부 민주주의 모범국가의 안정적 정국 운영 등 뚜렷한 명암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민주주의 진로에 있어 퇴보냐 전진이냐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아프리카 정치의 역동성과 복합적 현상을 짚어보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전문가 의견 등을 전하는 5건의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가장 젊은 대륙 아프리카의 민주주의가 기로에 서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Z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의 바람이 거세지만 '세계 최장 독재자'들의 집권 연장과 잇단 군부 쿠데타의 역풍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아프리카의 전반적 정치 지형 변화를 다시 한번 훑어보면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특권층 부패와 일자리 부족 등에 시달린 글로벌 Z세대의 반정부 시위가 동남아에서 중남미를 거쳐 아프리카까지 불어왔다는 것이다.
히말라야산맥 네팔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정권을 무너뜨리고 태평양 건너 페루 등을 강타했으며 인도양 섬나라 마다가스카르까지 밀어닥쳐 당시 대통령을 국외로 몰아냈다.
◇ 글로벌 Z세대 시위, 아프리카도 영향권…가장 젊은 대륙에 최장기 고령 집권자 논란
북아프리카 입헌군주국 모로코에선 재무장관이 나서 Z세대 시위가 나라를 위한 경종이 됐다면서 일자리 창출 약속 등 젊은 층 달래기에 나섰다.
카메룬에서도 청년층이 '도둑맞은 선거'라며 봉기하고 앙골라와 케냐 등에선 급격한 도시화 속에 SNS 등을 활용한 디지털 세대의 민주화 요구가 거세다.
그런가 하면 최장기 집권 지도자들의 정권 연장이 거듭되고 서아프리카에선 쿠데타 벨트의 부활이 지속됐다.
최근 유복렬 전 주카메룬 한국대사의 한 언론 기고문에 따르면 15억명 인구인 아프리카 54개국 절반(27개국)이 독재국가이다. 30년 이상 '독재자'가 군림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7개국인데 5개국이 아프리카에 있다.
지난해 10월 카메룬에선 당시 92세인 폴 비야 대통령이 8선에 성공하면서 최고령 국가원수로 등극했다. 새 임기 7년을 다 채우면 99세까지 50년간 내리 집권하는 셈이다.
올해 1월 우간다에선 요웨리 무세베니 대통령이 역시 7선에 성공해 40년째 권좌를 지키고 있다.
적도기니에선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음바소고 대통령이 83세 고령으로 47년 차 집권하고 있다.
장기 집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대부분 서구 언론을 중심으로 우세하지만, 이런 정치적 안정판이 내전과 식민주의 유산에 맞서 안정적 정국 운영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들 사이에 혼란과 충돌에 빠지기보다 안정을 우선하는 암묵적 동의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개발독재 속에 르완다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깨끗한 나라이자 IT 선도국가로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일부 지도자 부패와 신뢰 문제가 있어도 형식상 민주국가라는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신디스와 음쿠쿠 주한남아공 대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싱가포르의 지도자 리콴유를 독재자라고 하는가. 사실 그는 수십 년 장기 집권했지만, 형식상 선거는 치렀다"면서 "아프리카에서도 장기 집권 지도자들이 있고 선거를 치른다.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 20년 만에 연쇄 쿠데타 부활 흐름…글로벌 거버넌스 위기 반영 측면도
장기 집권 문제 외에 서아프리카를 중심으로 한 쿠데타 부활 흐름도 아프리카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일조하고 있다.
1950년대∼1990년대 초 아프리카 대륙에선 모두 200건 이상의 쿠데타가 발생해 그 중 절반이 성공했다.
전 세계 쿠데타의 절반 가까이가 아프리카에서 일어났다. 아프리카 45개국이 최소 한 번은 쿠데타를 겪었다.
2000년대 이후 아프리카에서 쿠데타는 한동안 잦아드는 추세였다.
그러나 서아프리카와 사헬지역(사하라 사막이남 반건조 지대)을 중심으로 소위 '쿠데타 벨트'가 재형성됐다. 수단, 말리, 기니, 차드, 니제르, 가봉, 부르키나파소 등에선 지난 6년간 10건이 넘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아프리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 이브라힘 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의 거버넌스 지수는 2022년부터 개선 흐름이 완전히 멈춰 섰다. 2023년 기준 대륙 인구의 절반 가까운 곳에서는 거버넌스 지수가 10년 전보다 오히려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화되는 안보 위기와 참여 환경의 위축에 따른 결과로, 글로벌 차원에서 민주적 제도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거버넌스의 위기는 최근 동아프리카의 민주주의 모범국이라 불리던 탄자니아에서도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이 여성 지도자 최초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선거 과정의 유혈사태와 야당 탄압 논란이 국제사회의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 민주주의 모범국들도 건재…남아공 '흑백연정' 실험 주목
반면 아직 희망의 신호들도 뚜렷하다.
2024년 보츠와나에선 58년 만에 선거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를 이뤄내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정치적으로 안정된 국가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세이셸, 카보베르데 등 섬나라들은 높은 경제 수준을 바탕으로 민주주의가 공고한 편이다.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 남아공의 정치 실험도 주목된다. 2024년 총선 이후 집권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백인 주도 성향의 제1야당 민주동맹(DA) 등과 꾸린 통합정부(GNU)는 시장의 우려를 딛고 비교적 순항 중이다.
올해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흑백 연정' 협치 모델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소위 민주주의 위기는 아프리카만의 문제도 아니다.
전통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보루를 자처하던 서구 사회조차 거센 역풍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행정부 2기 미국의 '민주주의 침식'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며, 유럽 전역도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은 극우세력의 부상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최신 보도(2월 18일자)에 따르면, 유럽인 5명 중 한 명꼴로 '특정 상황에서는 독재가 민주주의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주주의 발상지' 그리스에서 응답자의 76%가 자국 민주주의 작동 방식에 불만을 터뜨렸다.
대한민국도 '12·3 비상계엄' 사태를 딛고 가까스로 민주주의를 회복했다.
민주주의는 1980년대부터 세력을 넓혀 전 대륙으로 확산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1990년대 다당제 도입 등 민주화 물결이 일면서, 더 이상 무력이 아닌 '투표'를 통한 정권 교체 국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참된 민주주의는 실질적인 정당 간 경쟁 선거와 표현·종교·사상의 자유 등이 보장되는 법치를 바탕으로 한다.
아프리카 대륙 내부에서는 서구식 모델 이식을 넘어선 '아프리카형 민주주의'에 대한 목소리도 꾸준히 나온다.
일찍이 탄자니아 국부 줄리어스 니에레레가 공동체 정신에 기반한 '우자마'(Ujamaa)라는 토착적 민주 사회주의를 주창했다. 이는 사회 통합에는 기여했으나 경제적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프리카를 단순히 '정치 후진국'의 대명사로 저평가하는 시각도 엄존한다. 그러나 54개국이 포진한 광활한 아프리카 대륙은 저마다 다양한 민주주의 모델을 실험 중이며, 비관과 희망이 복잡하게 교차하고 있다.
올해 최소 8개국에서 대선이 예정된 가운데, 아프리카 민주주의 향방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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