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위 경제대국 베이징서 정상회담…관계 '재설정' 방점
시 "中발전 객관적·이성적으로 봐야…적극·실용적 대중 정책을"
메르츠 "양국 간 도전과제 함께 대응…中, 에어버스 최대 120대 구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 베이징에서 회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독주'와 안보 압박 속에 만난 세계 2·3위 경제대국 정상은 입장차가 있어도 협력을 강화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해 나가자며 '관계 재설정'에 방점을 뒀다.
로이터·AP통신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독일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열린 메르츠 총리와 회담에서 "중국과 독일은 각각 세계 2·3위 경제대국으로 양국 관계는 서로의 이익뿐만 아니라 유럽과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가 더 혼란하고 복잡해질수록 양국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전략적 상호신뢰를 증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양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기를 희망한다"며 "독일이 중국의 발전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대중국 정책을 시행해 양국 관계를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 "중국은 유럽의 자립과 자강을 지지하며, 유럽도 중국과 함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개방·포용·협력·공영을 견지해 중국과 유럽 관계를 더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츠 총리도 양국 관계가 '큰 기회'라면서 "오늘 우리가 논의할 도전과제들이 있지만 우리가 작동하는 틀은 특출나게 좋으며 지난 수십년간 매우 잘 협력해왔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공통점을 강조하고 우리가 직면한 도전에 함께 대응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독일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확고히 따른다. 중국과 우호의 전통을 이어가고 상호존중과 개방협력을 고수해 양국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계속 심화하기를 원한다"며 "독일은 유럽과 중국의 대화와 협력 강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원칙적 입장을 설명하면서 핵심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 후 만찬으로 메르츠 총리를 환대했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기후변화와 녹색 전환, 동물질병 예방 협력과 가금류 제품 관련, 축구·탁구 등 스포츠 분야를 포함해 5개 협력 문서에 서명했다.
메르츠 총리는 회담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지도부가 에어버스 항공기를 대규모로 추가 주문할 것이라는 소식을 방금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추가 주문 규모는 최대 120대라고 말했으나 기종이나 구매 시기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중국과 경제 협력 확대 기회를 환영하면서도 과잉생산 등으로 2020년 이후 대중 무역 적자가 4배로 늘었다면서 "이런 상황은 건전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무역적자를 줄일 길을 열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메르츠 총리는 앞서 이날 오후 리창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우리의 협력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우려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고 공정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은 중국이 위안화 저평가와 보조금, 과잉생산 등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쌓아왔다는 유럽 국가들의 오랜 불만을 반영한다.
그럼에도 메르츠 총리는 시 주석과의 회담에 앞서 열린 양국 비즈니스 행사에서 "중국이 독일에 투자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석 달 사이 중국을 찾은 네 번째 주요 7개국(G7) 정상이다.
미국과의 통상갈등, 공급망 재편,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 서방 주요국이 중국과 관계 관리에 공을 들이면서 지난해 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이어 지난달에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잇따라 중국을 찾았다.
메르츠 총리의 중국 방문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처음이다. 독일 총리로는 2024년 4월 올라프 숄츠 당시 총리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
이번 방중에는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자동차 3사와 지멘스·아디다스·DHL·바이엘·코메르츠방크 등 독일 기업 대표 약 30명이 동행했다.
메르츠 총리는 26일에는 항저우로 이동해 중국 로봇기업 유니트리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중국과 독일은 경제무역 측면에서 긴밀한 관계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입장차와 독일의 대중 무역적자 증가, 수십년간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독일 자동차·기계·화학업체의 수익성 악화,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 중국의 희토류 등 핵심 광물 통제 등 마찰 요인이 적지 않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13일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중국은 세계 질서에 도전하는 수정주의적 강대국이라며 독일이 중국과 관계를 끊어서는 안 되지만 대중 의존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번 방중을 앞두고는 중국을 상대로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이 아닌 디리스킹(위험제거) 전략을 취해 무역정책의 취약점을 해소하면서 독일 기업의 현지 시장 접근성을 넓히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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