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 당국이 가자지구 전쟁 기간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 일부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전략적인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예루살렘포스트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 일부 관리들은 전쟁 중 사망한 일부 팔레스타인인에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금전만 지급하는 '엑스 그라티아'(ex gratia) 방식의 배상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스 그라티아는 라틴어로 '호의로' 정도의 의미다. 한국어로는 '시혜금' 또는 '위로금' 정도로 번역된다.
금전을 지급하는 측이 공식적으로 책임을 떠안지 않으면서도 피해자에 대한 도의적인 조치를 할 수 있는 방식이다. 1988년 미국이 이란항공 여객기를 오인 격추한 사건 때 유족들에게 이 형태의 배상금을 주는 등 과거 선례가 여럿 있다고 한다.
이는 작년 10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한 뒤로 사실상 전쟁이 멈췄고, 이후 이스라엘인 인질 생존자와 사망자 시신이 모두 석방되는 등 상황이 많이 변했다는 판단에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전쟁 초기는 엑스 그라티아 지급이 시기상조였겠지만, 이스라엘이 많은 목표를 달성하고 하마스에 상당한 타격을 준 지금은 (배상이 이뤄져도) 이를 가자의 승리로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배상이 시행될 경우 이스라엘군이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 파괴된 가자지구의 건물들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이 매체는 분석했다.
특히 지난해 발생한 적신월사 활동가 사망, 가자인도주의재단(GHF) 주변 민간인 사망 등 특정 사건과 관련해 금전 지급이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의 전현직 법무 관료들은 "이스라엘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특정한 결점들을 시인하는 것이 국가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엑스 그라티아' 시행 구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동안 전 세계 언론이 가자지구 주민이 겪는 고통과 참상을 보도하는 가운데서도 이스라엘은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제3자를 돕는 데에 그쳤고, 이런 미온적 태도는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에 동조하는 정서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예루살렘포스트는 "공정한 시각을 지닌 미국인과 유럽인, 캐나다인, 일본인 등 많은 이들은 이스라엘이 일종의 자성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이스라엘 편에 서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형사재판소(ICC) 등에 계류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의혹과 관련한 사건들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개진하는 것만으로는 이스라엘의 대외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인정을 구체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스라엘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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