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한전·한수원 국제 분쟁에 근본책 없이 '권고'에 그쳐
조직개편 후 통제 권한 상실…한전·한수원 갈등 조정에 한계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1조원대 원전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의 국제 분쟁에 대해 정부가 10개월 만에 내놓은 해법은 '권고'에 그쳤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의 자율 운영에 개입할 수단이 마땅치 않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정부 조직개편 이후 두 기관에 대한 산업통상부의 통제 권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산업부가 1분기 내 발표를 목표로 추진 중인 한전-한수원 간의 원전 수출 체계 개편 역시 이행 강제력이 없는 권고안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약 10억달러(1조4천억원) 규모의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추가 공사비 정산을 둘러싼 한전과 한수원 간 분쟁을 국내에서 해결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양 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근본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도록 주문했다.
산업부는 지난달 27일 제29차 적극행정위원회를 열고 법적 리스크와 쟁점을 검토한 결과 이같이 의결했다.
앞서 한수원은 바라카 원전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을 정산받겠다며 지난해 5월 한전을 상대로 영국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중재를 신청했다.
이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공기업 간 갈등으로 세금이 거액의 소송비로 낭비되고, 원전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갈등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산업부는 LCIA 중재를 대한상사중재원으로 이관하도록 양 기관에 권고했다.
국내 이관을 통해 과도한 소송비용을 줄이고 원전 기술 해외 유출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하지만 산업부가 내놓은 해법은 강제력 없이 권고에 그쳐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재를 국내로 옮기려면 양측의 합의가 필수적인데, 이달 초 새롭게 선임될 한수원 사장이 이에 동의할지는 불확실하다.
협의체 가동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협의체를 통해 근본적인 합의안을 찾으라고 했지만, 비용 정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부가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적인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부가 강제적인 지시 대신 권고를 택한 것은 법적 부담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는 공공기관의 자율적 운영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부가 경영 판단에 개입할 경우 직권남용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한쪽에 유리하게 합의가 이뤄질 경우 반대편 기관 경영진에게는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 이후 산업부의 위상 변화가 이번 사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조직개편으로 원전 수출 정책은 산업부에 남았지만, 국내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한전과 한수원의 주무 부처가 기후부로 바뀌면서 산업부의 감사권 등 통제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한계는 산업부가 현재 추진 중인 '한전-한수원 원전 수출 체계 일원화' 방안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산업부는 한전과 한수원의 이원화된 원전 수출 기능을 통합하거나 제3의 전담 기관을 신설하는 등 원전 수출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연구 용역에 착수한 상태다.
1분기 중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양 기관이 자율 경영권을 내세워 수용을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비용 정산 문제는 배임 이슈가 걸려 있어 조심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수출 체계 일원화는 국가적인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결단의 영역인 만큼 훨씬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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