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관 정책' 도입해 외자 유입·경제 활성화 시도
中, '성장률 둔화' 타개책 찾기 분주…곧 발표될 15차 5개년 계획 등에 관심

(하이커우[하이난]=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미국과의 무역 전쟁 장기화와 내수 침체 속에서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둔화 타개를 위해 제시하고 있는 '대외 개방' 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무관세를 내세워 외자 유입과 경제 활성화에 나선 중국 남단 섬 하이난성의 '봉관'(封關)정책처럼 전격적 개방이나 지역 특수성을 살린 방안이 주목된다.
수년간 이어진 중국의 대외 개방 정책 중에서도 작년 12월 18일 시행된 봉관은 가장 전면적이고 실험적인 개방 모델로 꼽힌다.
봉관을 통해 하이난은 해외와 연결되는 1선(一線)은 개방하고, 본토와 연결되는 2선(二線)은 관리하는 이중 구조 아래 수입 상품 대부분에 대한 수입관세·수입 증치세·소비세를 면제했다. 면세 품목은 기존 1천900개에서 전체 세목의 74%에 해당하는 6천600개로 확대됐다.
특히 봉관은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주도해 추진·육성한 대응 카드라는 점에서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2013년 4월 취임 직후 하이난을 방문했던 시 주석은 이후에도 최소 세 차례 시찰에 나서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2018년 4월에는 섬 전체를 자유무역항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봉관 시행에 앞선 작년 11월에는 "하이난을 중국 개방의 주요 관문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시 주석의 대외 개방 기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관세를 부과하고 나서는 와중에 중국이 다자주의를 내세우며 국제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행보와도 맞물린다.
이런 흐름 속에 이번 주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대외 개방 정책 등이 추가로 마련될지 주목된다.
중국 정부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을 물리적 봉쇄로 막는 '제로코로나' 정책 추진 여파로 경제 성장세가 꺾인 뒤부터 매년 내수 진작책과 더불어 수출·무역 회복을 위한 대외 개방 정책을 발표해오고 있다.
코로나 대응용 재정적자 확대와 1조위안(약 211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 '쌍순환' 전략으로 내수에 방점을 찍었던 2020년에도 중국은 하이난 자유무역항 종합계획을 공개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해 서명하며 무역 다변화를 노렸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신청하고 높은 수준의 국제 통상 규범에 참여하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2023년에는 자동차·부동산 소비 회복을 위한 경기 회복 패키지와 함께 '외자유치 가이드라인' 발표로 외국인 직접투자(FDI) 둔화에 대응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지적재산권 보호 강화와 외국인 재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구체적 조치가 포함됐다. 외부에서는 이를 "외자 이탈 우려 속에서 투자 환경 개선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2024년에는 설비 교체와 소비재 구매를 유도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을 새것으로 교체 지원) 정책과 구체적인 대외 개방 및 시장 접근성 개선을 담은 '개방·외자 유치 행동계획'을 공개했다.
이때 중국은 웨강아오 대만구(광둥-홍콩-마카오 경제권) 국경 간 데이터 전송 표준을 만들고, 외국 기업 인력과 가족들에 대한 비자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등 실질적 방침을 선보였다.
가전·디지털로 대상 품목을 넓힌 이구환신 확대와 보육·휴가·서비스 등 소비 부담 경감책을 내놨던 2025년에도 중국 정부는 외자 유치 안정화 방안과 외국인 투자 장려산업 목록을 재차 발표했다.
특히 중국 정부가 1990년대 처음 공개해 2∼3년 주기로 손봐온 외국인 투자 장려산업 목록을 개정하고, 휴머노이드·인공지능(AI)·고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 항목을 대거 추가해 눈길을 끌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분석가들은 하이난 모델이 추후 중국 남부 연해 지역이나 디지털 무역 특구로 확장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익명의 경제학자는 로이터에 "하이난의 무역 자유화가 성공할 경우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경제의 더 많은 부분을 시장 원리에 맡기려 시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양회에서는 2026∼2030년을 아우르는 15차 5개년계획의 새로운 방향이 공개될 예정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컨설팅 업체 애클라임은 이번 5개년 계획이 내수 기반 강화, 첨단 제조업 육성과 함께 높은 수준 개방 확대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설계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하이난 자유무역항이 규제 혁신, 정책 실험의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중국이 새롭게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개방 정책은 그 강도에 따라 중국을 최대 무역국으로 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부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은 1천308억달러(약 189조4천600억원)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수입을 포함한 전체 교역액에서도 중국은 2천727억달러(약 395조60억원)로 2위 미국(1천962억달러)을 앞선다.
중국은 최근 한국을 향해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 협력과 제3국 공동 진출 등을 제시하는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최근 양국의 교역량이 전기·기계 등 주요 분야에서 급증하고 있다면서 "중국의 초대형 시장과 한국의 선도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양국이 견고한 산업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jkim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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