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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에 정부·해운업계 긴장 고조…선박 30여척 대피(종합)

입력 2026-03-03 15:22   수정 2026-03-03 16:08

호르무즈 봉쇄에 정부·해운업계 긴장 고조…선박 30여척 대피(종합)
해수부·해운협회, 선박 진입 금지…대체 항만에 화물 하역 검토
범정부 긴급대책반 가동…"실시간 모니터링·수급 당장 문제 없어"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김보경 임성호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그간 우려해 온 해협 봉쇄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해운업계는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며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석유 물동량의 약 20∼30%가 지나는 핵심 원유 수송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 중동 원유 도입 비중이 전체의 69.1%에 달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날 정도로 이곳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3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재 호르무즈 해협 안에 있거나 인근을 운항 중인 국내 해운사 소속 선박은 30여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유조선과 벌크선박에 주력하는 국내 해운사들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이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운협회 등은 해협 내 선박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켜 계류하도록 조치하고, 인근 선박의 해협 진입을 금지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은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 중이던 컨테이너선 1척을 두바이항에 정박시킨 상태다.
아직 항로 자체를 우회하는 결정은 내리지 않았지만 위험구간 인근을 지나는 선박은 해협 내 항만 대신 대체 항만에 화물을 하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벌크선을 운용하는 팬오션도 우회나 운항 중단은 취하지 않고 있지만 선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고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팬오션은 두바이 사무소 주재원의 안전 여부를 확인했고, 재택근무, 출입통제, 일정 조정 등으로 탄력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전했다.
그리스, 독일, 일본의 주요 선사들이 이미 운항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한국해운협회도 HMM과 팬오션 등 회원사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및 선원 안전조치 준수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공문에는 ▲ 사전 안전교육과 비상 대응 훈련 실시 ▲ 선박별 보안계획 수립·시행 ▲ 전쟁보험 가입 상태와 특약 조건 재점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해수부 종합상황실 및 청해부대와 선박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대체 항만 기항 시 선원 지원을 위해 현지 대사관과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하고 있다.
범정부 긴급대책반 반장을 맡은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현재 석유와 가스 비축량은 충분하다"며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카타르에서 들어오는 중동산 비중이 20% 미만이라 당장 수급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부는 원유와 석유 제품 208일분을 비축해놓은 상태다.
양 실장은 "만약 수급 위기 발생 시에는 자체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비축유를 국내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하지만 아직 비축유 방출을 고려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이란과의 전쟁기간에 대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며 "4∼5주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보다 더 오래갈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이 경우 원유 공급 불안과 가격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는 "이란의 체제 변경까지 목표로 둔 전쟁의 성격이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유가 상승에 대비해 유류세 인하 등 유가 안정화 정책을 펴는 동시에 물류 차질로 타격을 입을 수출 기업들에 대한 정보 제공과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도 중동 상황 전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기민하게 대처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천∼두바이 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은 중동 위기 격화와 두바이 공항 출입 제한 등으로 해당 노선 결항 기간을 오는 8일까지 연장했다.
중동에 주재원을 둔 기업들도 직원 안전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란과 이스라엘에 근무 중이던 직원들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이집트, 요르단 등 인근 국가로 대피시키고 UAE, 카타르, 이라크 지역 직원들은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의 경우 정상 근무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비상 연락 체계를 유지하며 현지 상황을 실시간으로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날 오전 그룹 임직원에게 중동 전지역 출장 전면 금지, 경유 금지 등 출장 제한 지침을 내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동 지역 직원들은 모두 안전하게 체류 중"이라며 "필요시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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