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에 고환율 지속…환헤지·재고관리 통해 대응
불확실성에 경영기조 보수화 예상…경기침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한지은 김민지 강태우 기자 = 미국의 이란 공격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불안과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율 급등은 수출 중심인 우리 경제에 나쁘지 않다는 인식이 있으나, 원가 부담 증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라는 측면에서 기민하고 정교한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급변하는 중동 상황과 시장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이날 장 초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보다 14.6원 내린 1,461.6원을 기록하는 등 1,460원대로 내려왔다.
미국과 이란의 물밑 접촉설로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다소 안정을 찾은 모양이지만 전날 야간 거래 때 환율은 1,500원을 넘어 치솟는 등 환율이 연일 널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원/달러 환율 등락 범위를 1,450~1,550원으로 제시하는 등 고환율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고유가와 강달러가 동반된 상황에서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경우 저항선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계는 이처럼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한 득실 계산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단 수출 위주의 주력 산업들은 당장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해외 수출 시 달러를 받는 만큼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수 있으나, 원자재 수입도 달러로 결제해야 해서 비용도 그만큼 증가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생산 거점을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로 다변화한 상황에서 투자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환율 변동 위험 회피를 위해 통화 스와프,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으로 환 헤지(위험회피)를 실행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완전히 글로벌화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이 기업에 이익이라는 인식은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환율에 따른 영향이 매출과 비용 측면에서 서로 상쇄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에 따른 원자재 비용 상승에 대해서도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원자재 장기 계약을 통해 단기 가격 변동의 위험을 줄이는 한편으로, 원자재와 제품 재고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관련 부서들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다방면으로 점검하고 있다"며 "리스크를 파악하는 대로 즉각 조처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은 이처럼 높은 변동성으로 경영 전략 수립이 어려워지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리스크가 단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투자보다는 보수적인 재무 운용과 현금 흐름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환율이 어느 정도는 안정세를 찾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도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경영 전반의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국제 교역 조건이 악화하고 국제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함으로써 글로벌 경기 둔화를 야기할 것이라는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가 쇼크가 장기화하면서 전 세계의 고물가, 고금리, 경기 위축이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강달러 현상은 상대적으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있고, 이에 따른 환율 추가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성장률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1,500원보다도 예측 불가능한 급등락이 더 문제"라며 "당장은 환 헤지나 가격 조정 등으로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사태가 길어질수록 대응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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