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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불붙은 한미 경영권 분쟁…4자연합 균열 조짐

입력 2026-03-08 06:13  

또다시 불붙은 한미 경영권 분쟁…4자연합 균열 조짐
박재현 대표 연임 놓고 최대주주·창업주 가족 갈등
주총 앞두고 이사회 표대결 가능성…전문경영인 체제 위기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 작년 주주총회에서 극적으로 봉합됐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올해 주총을 앞두고 또다시 '시계 제로'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한 때 '흑기사'였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한미약품[128940] 박재현 대표 연임을 두고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4자연합'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자산 가압류 소송 중인 양측이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을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면 그룹이 또 한 번 경영권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형제측 떠난 '흑기사' 신동국, 이번엔 모녀측과 대립각
8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 사태는 2024년 초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한 OCI그룹 통합 방안을 두고 송 회장·임주현 부회장의 '모녀측'과 임종윤·임종훈 '형제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촉발됐다.
당시 신 회장이 형제측 흑기사로 나서 같은해 3월 주총에서 OCI[456040] 통합안을 부결시키고 임종훈 대표 체제를 출범시키며 분쟁이 형제측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신 회장이 그해 7월 모녀측과 손잡은 뒤 사모펀드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와 '4자연합'을 결성하면서 국면을 반전시켰다.
뒤이어 작년 2월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 이사회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사임하고 송 회장이 대표로 복귀하면서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4자연합의 승리로 종결됐다.
작년 3월 한미사이언스 주총에서 외부 영입 인사인 김재교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한미약품 박 대표와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가 들어섰다.
한동안 평화로운 듯했던 구도는 올해 들어 신 회장과 전문경영인인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간 갈등이 표출되고 송 회장이 박 대표를 옹호하며 균열이 발생했다.

◇ "대주주 경영간섭" vs "전문경영인 건전 견제"
박 대표는 지난달 중순 신 회장과 대화 녹취록을 공개하며 팔탄공장 임원의 성추행 징계 과정에서 신 회장이 가해자에게 조사 사실을 누설하고 비호했다고 주장했다.
또, 신 회장이 원가 절감을 위해 이상지질혈증 치료신약 '로수젯'(성분명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원료를 미검증된 중국산으로 바꾸려 했다며 품질 경영을 훼손하고 의료 현장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지난달 24일 간담회를 열어 징계 절차에 관여한 바 없으며, 오히려 박 대표가 연임을 위해 청탁하러 온 자리의 대화가 왜곡된 채 녹취록에 공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경영 간섭설에 대해서도 대주주가 원료 수의 계약에 의존해온 경영진 잘못을 바로잡고 경쟁 입찰로 전환하기 위해 지주사 대표 승인을 받아 감사한 것일 뿐이라며 기업 발전과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미약품 임직원들이 최근 본사 로비에서 신 회장을 비판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등 박 대표를 지지하고 나선 데 이어 송 회장까지 박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입장문을 내면서 대주주들 간 갈등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송 회장은 지난 5일 입장문에서 성비위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대주주는 경영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견실한 방향을 제시하고 지지하며, 전문경영인은 부여된 권한과 책임 아래 회사를 이끌어가는 것이 한미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길이다. 한미는 특정 개인 한 사람이 전권을 쥐고 운영할 수 없는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한미 사태는 대한약사회가 5일 로수젯 원료 변경 논란과 관련해 "경영 논리가 아닌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검토하라"고 촉구했다면서 전 제약업계 관심사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 한미약품 이사회 주도권 공방 주목…4자연합 해체될까
개인 최대 주주와 창업주 가족이 박 대표 요구에 대해 이견을 보이면서 4자연합이 균열을 넘어 해체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표 등 이달 임기가 만료되는 한미약품 이사 5명 선임을 두고 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이사 선임은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52.63%를 보유한 4자연합에 달렸지만 박 대표 재선임 여부 등을 놓고 4자연합 내 합의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박 대표 재선임에 부정적인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3%를 가진 최대 주주이면서도 한미약품 이사회 재구성안을 놓고 4자연합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4자연합에서 탈피해 주요 안건을 두고 표 대결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신 회장이 독자 노선을 걷거나 표 대결에서 다른 목소리를 낸다면 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모녀측과 라데팡스가 작년 4자연합 계약 위반에 따른 '위약벌' 채권 확보를 목적으로 신 회장 자산 가압류와 수백억 원대 소송을 한 점도 분열 원인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미 내부에 측근 한 명 없는 신 회장이 우호적으로 지분 투자했다가 볼모 신세가 된 것으로 느낄 수 있다"며 "신 회장은 자신과 측근 이익을 챙기지 않고 건강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드는데 4자연합이 같이하든지 같이 하기 싫으면 관두자고 해도 좋다는 입장으로 안다"고 말했다.
harri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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