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수 거래 강제매매액 824억원…2023년 10월 이후 최대
"반대매매가 하락 부추겨" 우려…강제처분 대비 매도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태종 김유향 기자 = 이란 전쟁 여파로 9일 국내 증시가 다시 급락하는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가 부메랑이 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빚투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빚을 내 주식을 샀다가 주가 급락으로 이를 갚지 못해 강제 처분될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모니터링에 나섰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3조7천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갈아치웠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린 뒤 갚지 않은 금액이다. 이란 전쟁이 증시에 처음 영향을 줬던 지난 3일부터 변동성 장세가 지속됐던 사흘간 이 잔고는 매일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 6일에는 32조7천898억원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상승 추세다.
신용거래융자는 통상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일정 기간 내에 이를 갚지 못하면 주식은 강제로 청산되는데, 특히 급락장에서는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로 이어진다.
빚투가 늘어나면서 증권사들도 앞서 한도 관리 측면에서 신용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중단하는 등 잔뜩 긴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담보부족 발생 사례가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단기간 주가가 빠졌을 때 담보 부족이 발생하거나 위험할 수 있는데 급락 사태가 계속된다면 보완책이나 대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탁매매 미수금도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초단기 빚투로 분류되는 이 미수금은 지난 5일 2조1천487억원으로, 전쟁 발발 이전보다 배가 급증했다.
이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거래일 안에 대금을 갚아야 하지만, 이를 갚지 못하면 3거래일째 주식이 강제로 매각된다.
지난 6일에는 2조983억원으로 소폭 줄어들었지만, 당일 반대매매로 나간 주식은 824억원에 달했다. 전쟁 여파로 증시가 지난 3∼4일 폭락했던 바로 다음날인 5일 776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이는 2023년 10월 이후 최대로, 지난달 27일 76억원의 약 11배에 달했다.
지난 5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강제청산 비율은 6.5%까지 급등하며 하루 전(2.1%)의 3배를 웃돌았고, 지난 3일(0.9%)의 7배에 달했다. 6일에도 3.8%를 나타냈다.
코스피가 6,000선을 돌파하면서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샀던 투자자들이 이후 급락장에서 증거금이 부족해지면서 강제 처분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은행 마이너스통장(신용한도대출)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 5일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 NH농협)의 개인 마통 잔액은 40조7천227억원으로, 2022년 말 이후 3년 2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마통 잔액은 지난 3∼5일 사흘 만에 무려 1조3천억원이 불어났으며, 상당 부분이 증시로 흘러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용거래와 위탁매매 모두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데, 빚투는 하락장에서 지수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는 트리거(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미수거래의 경우 이틀 안에 증거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전날 종가보다 최대 30% 낮은 금액으로 강제 처분되기 되기 때문이다.
한 주식 카페에서는 이날 "더 떨어지면 신용 반대매매로 더욱 하락을 부추길듯하다", "이게 바닥이 아닐 듯 빚투 반대매매 몸조심하자"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모 씨는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난다"며 "남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가용한 금액으로만 투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도 "내일 반대매매 당할 것을 대비해 오후에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투자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이날 수석부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금융·산업별 위험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주가 변동성이 커지며 레버리지 투자자의 손실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해 신용융자와 한도대출 등 '빚투' 관련 자금흐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taejong7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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