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충돌 장기화 조짐에 환율 하단 계속 높아져
달러 강세에 높은 중동 의존도로 상방 압력 확대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이란 사태 장기화 전망에 따른 한국 경제 타격 우려로 1,500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환율 하단이 사태 초반 1,460원대에서 1,490원대로 크게 올라온 상황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더 급등할 경우 1,500원대의 '위기급' 고환율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가 시장에서 나온다.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9.1원 오른 1,495.5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2일(종가 1,496.5원) 이후 최고가다.
환율은 16.6원 오른 1,493.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10시22분께 1,499.1원까지 뛰었다가 상승 폭이 다소 줄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오전 장중 99.687로 100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의 분쟁 국면이 시장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에 위험 회피 심리와 달러 강세 분위기가 심화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점도 원화 약세를 자극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앞서 환율은 지난해 10월 추석 이후 가파르게 올라 11월 24일 1,477.3원까지 올랐다. 당시 내국인의 해외주식투자 급증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환율은 이후 횡보하다 12월 16일 1,480원을 넘었고, 24일 1,484.9원까지 치솟아 4월 9일(1,487.6원)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외환 당국의 강도 높은 시장 개입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영향으로 지난해 12월 30일 1,427.0원까지 급락했으나, 이후로도 여러 차례 오르락내리락했다.
특히 이란 사태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1,430.5원까지 하락했던 환율은 이달 첫 개장 직후 1,460원대로 상승했다.
이어 1,470∼1,480원대의 높은 수준에 머무르던 환율은 이날 1,490원대로 훌쩍 뛰어올랐다.
야간 거래(오후 3시30분∼다음 날 새벽 2시) 중 변동성이 확대되는 경향을 고려할 때 환율이 다시 1,500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지난 3일 0시 22분 1,505.8원을 찍은 적이 있다.
중동발 리스크에 원화가 다른 통화에 비해 유독 약세를 보이는 것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화석연료의 약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서 들여온다"며 "단순히 원유 수입국일 뿐 아니라 중동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라고 말했다.
반도체 수출 호조를 바탕으로 한 경상수지 흑자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부정적 변수로 꼽힌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장기화하고 고유가가 고착할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축소될 수 있다"며 "환율 상방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경상수지 악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원화가 약세"라고 말했다.
앞으로 환율 향방의 관건은 이란 사태 장기화 여부다.
미국과 이란 간의 충돌이 조기 봉합될 경우 환율도 빠르게 안정되겠지만, 중동 정세 불안이 잦아들지 못하면 고환율 국면도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지배적 전망이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중동 지역 정정 불안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점차 커지는 국면"이라며 "원화 약세 압력이 구조적으로 커지면 환율도 장기간 1,500원대에 머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낙원 NH농협은행 FX파생전문위원은 "유가가 100달러대에 머무르면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며 "1,500원 안팎에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외환시장 상황을 이란 사태 이전으로 돌려놓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백석현 이코노미스트는 "전쟁이 출구로 향하더라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2월 상황으로 되돌아갈 순 없을 것 같다"며 "에너지 공급망이 빠르게 정상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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