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 건설사 대상 교섭요구' 노조 발표에 상황 주시
"현장마다 조건 달라…건설현장 특수성 반영 안된 점 문제"
(서울=연합뉴스) 임기창 기자 =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10일 시행됨에 따라 상시적 하도급 구조로 운영되는 건설업계도 원청에 대한 하도급 노동조합들의 교섭 요구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인 건설현장은 시공을 총괄하는 원청 건설사가 공종별로 전문건설업체에 도급을 주는 체계로 움직인다. 시공사(원청)가 하도급 노동자와 직접 근로계약을 하지는 않지만 작업 시간과 내용, 투입 인원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안전관리도 담당하므로 이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간주하는 노란봉투법 취지로 보면 하도급 노조가 원청인 시공사를 상대로 단체교섭 요구 등 노동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당장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가 이날부터 100개 원청 건설사를 대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 요구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힌 상황이다.
건설업계는 법 시행을 앞두고 법무법인과 노무법인 등에 의뢰해 조문 해석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받는 등 일찍부터 대비에 나섰지만, 노사관계에서 전례 없는 환경이 조성된 만큼 향후 어떤 형태로 교섭이 전개될지 등을 예상하기 어려워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에서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점이 가장 큰 변화"라며 "특히 원·하청 구조가 많은 건설산업 특성상 현장 단위 노무 이슈가 본사 차원의 교섭 및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건설현장은 제조업의 사내하도급 등과 달리 수많은 현장이 존재하는 데다 현장마다 업무 내용, 기간, 원가, 하도급사와 계약 조건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일률적인 교섭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교섭 요구가 오면 내용을 검토하고 응대해야겠지만 건설현장의 특수성이 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장마다 모든 조건이 달라지는데 이를 회사 차원에서 특정 노조와 협상하고 전 현장에 적용한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노조가 적정 하도급 대금 지급, 유급휴일 적용 등을 통해 임금 인상을 요구할 경우 전체적인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업계의 고민거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 비용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설사로서는 하루빨리 피지컬 AI(인공지능)를 상용화해 인건비를 줄이거나 도급 대신 회사 직영으로 수행하는 공종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노조가 시공사를 넘어 사회적으로 주목도가 높은 발주처를 상대로 원청 책임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신축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의 협력사 노동자들이 해고당한 일과 관련해 발주처인 SK하이닉스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기도 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공장 건설공사 발주처인 반도체업계의 주요 대기업이나 공공 공사를 발주한 공기업 등은 주목도가 큰 곳이라 노조가 이들을 상대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puls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