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역사상 최대 규모 비축유 방출 추진, 한국도 적극 참여
정부, 금주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국내 유가 안정 총력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정부가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전략적 비축유 방출을 논의하고 있다.
만약 비축유 방출이 결정된다면 이번 주 발표 예정인 석유 최고가격제와 맞물려 국내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11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우리나라도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략적 비축유 공동 방출과 관련한 논의에 긴밀히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IEA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급등한 국제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해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비축유 방출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IEA 32개 회원국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각국의 방출 할당량 등을 조율 중이다.
전략비축유 공동 방출은 11일(현지시간) IEA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회원국 합의로 최종 결정된다. 다만 회원국 중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계획이 지연될 수 있어 만장일치 합의 여부가 관건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급격하게 치솟은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공동 행동의 필요성 등을 고려해 국제사회의 비축유 방출 논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IEA는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석유수출기국(OPEC)에 대응하기 위해 설립됐다. 급격한 유가 변동에 대비해 회원국에 순 석유 수입량 기준 최소 90일분의 비상 석유 비축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현재 IEA는 미국이 제안한 3억∼4억 배럴가량의 공동 전략 비축유 방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당시 IEA 회원국들이 두 차례에 걸쳐 시장에 공급한 1억8천200만 배럴을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2월 말 기준으로 울산, 여수, 거제, 서산 등 전국 9개 비축기지에서 1억4천600만배럴 규모의 비축 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며 실제 저장된 원유는 1억배럴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정부 비축유만으로도 석유 수입 없이 약 120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며, 정유사 등 민간 보유량까지 합산하면 총 208일분(세계 6위 규모)에 달한다. IEA 권고 기준인 90일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전략 비축유는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으로 석유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민간에 방출할 목적으로 저장하는 전략물자다.
정부 비축유의 약 70∼80%는 정제 전 상태인 원유 형태로 보관돼 있다. 나머지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액화석유가스(LPG) 등 석유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 정부가 비축유 방출을 결정한 것은 1990년부터 지금까지 총 다섯 차례였다. 다섯 번 모두 국제 공조를 통해 방출 결정이 이뤄졌다.
1991년 걸프전과 2005년 미국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2011년 리비아 사태 당시 전략비축유가 시장에 공급됐다.
미국 정부의 요청으로 전략비축유가 방출된 사례도 있다. 2022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국제 유가가 오르자 조 바이든 전임 미국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한국·일본·중국 등에 비축유 공동 방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가장 최근에 전략비축유가 방출된 것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비축유 방출 규모와 시기 등은 나오지 않았지만 과거 방출 사례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2011년 리비이 사태 당시 IEA 국제공조에 따라 당시 비축유의 약 4% 수준인 346만 배럴을 방출한 바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723만 배럴을 방출했다.
이러한 경우에도 국내 비축유는 IEA 권고기준인 90일 이상의 물량을 보유할 수 있어 비축유를 방출하더라도 비상시 석유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는 전날 울산 본사에서 손주석 사장 주재하에 석유상황실 점검회의를 열고 비축유 방출 상황에 대비해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
공사 관계자는 "IEA 국제공조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비축유 방출 상황에 대비한 지사별 입출하 설비 상태 등을 점검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이번 주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국제 시세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략비축유 방출을 통한 공급 확대와 최고가격제를 통한 가격 통제가 동시에 시행될 경우 단기적인 유가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changy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