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 해외 공장 폐쇄 이전부터 국내 공장 투자 늘려
외국 담배회사 국내 생산량 상당수는 내수 아닌 수출용
국내 흡연 규제는 OECD 중간 수준…흡연인구 급감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해외 공장을 없애고 한국으로 몰려든다?
최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국계 담배 제조사들이 해외의 공장은 없애고 국내 공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받았다.
이 글은 그 배경으로 한국은 담배 규제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흡연 인구는 많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의 담배 규제가 약해 해외 담배 회사들이 국내에 진출하고 있을까. 국내외 담배업체 제조사와 관련 연구 등을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해봤다.

◇ 외국계 담배 제조사 해외 공장 폐쇄하고 한국 생산량 확대?
이 글의 주장 중 외국계 담배 기업이 해외 공장은 잇달아 폐쇄하고 이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에서의 생산량을 늘렸다는 내용은 부분적으로 사실이다.
우선 '말보로' 브랜드로 유명한 필립모리스는 지난해 상반기 독일 베를린 공장에 이어 같은 해 7월 독일 지역에 마지막으로 남은 드레스덴 공장을 폐쇄했다.
이 회사는 호주 공장의 문도 닫았으나, 그 시기는 10여년 전인 2014년이다.
'던힐' 브랜드 등으로 알려진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도 2023년 말 스위스 봉쿠르 공장을 닫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 공장도 올해 연말까지만 가동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들 공장이 문을 닫은 큰 배경은 전 세계 담배 소비 감소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공장마다 차이가 있다.
필립모리스의 호주 공장 폐쇄는 당시 현지 당국의 강력한 담배 규제 도입이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BAT 남아공 공장은 현지의 불법 거래에 따른 낮은 공장 가동률이 폐쇄 이유다.
외국계 담배회사의 한국 생산이 확대되는 것도 맞지만 시기적으로 외국 공장이 폐쇄되기 이전부터 한국에 추가 투자가 이뤄졌다.
필립모리스와 BAT가 한국에 제조시설을 만든 것은 모두 2002년이다. 필립모리스는 경상남도 양산에, BAT는 사천에 공장이 있다.
필립모리스는 이후 2012년 양산 북정동에 신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양산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400억개비다. BAT도 2010년과 2016년 추가 투자를 통해 제2·3공장을 만들었다. BAT 공장의 지난해 기준 연간 생산량은 260억개비다.
폐쇄된 필립모리스 호주 공장의 물량 중 일부는 국내로 옮겨오기도 했다.
필립모리스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일반담배 생산 물량의 일부가 양산 공장으로 옮겨왔다"면서 "다만 이는 한국의 규제가 아닌, 양산의 수용 능력과 여러 사업적인 요인을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한국 공장의 생산량 상당수는 국내가 아닌 수출용으로 알려져 있다.
담배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장 생산분의 과반은 국내 판매용이 아닌 주변국 수출용이라고 전했고 필립모리스코리아측도 "내수보다 수출 물량이 많다"고 밝혔다.
BAT도 홈페이지에서 사천공장을 두고 "9개국이 넘는 나라에 수출하는 아시아 수출 허브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 한국의 흡연 규제가 약하다?…"OECD 기준 중간 정도"
한국의 흡연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는 주장은 평가 기준과 비교 대상에 따라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일정 기준에선 미흡할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평균 이상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년마다 각국의 담배 규제 정책을 '엠파워'(MPOWER)라는 7개 항목으로 나눠 이행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2005년 183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발효된 국제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을 토대로 한 이 제도는 ▲ 담배 사용 및 정책 정보 수집(M) ▲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P) ▲ 금연 지원 서비스 제공(O) ▲ 담배의 위험성 경고를 위한 건강 경고 부착(W1) ▲ 담배의 위험성 경고를 위한 금연 캠페인 실시(W2) ▲ 담배 광고·판촉·후원 금지(E) ▲ 담뱃세 인상(R) 등 총 7개 정책에서의 이행 수준을 평가한다.
한국은 지난해 ▲ 담배 사용 및 정책 정보 수집(M) ▲ 금연 지원 서비스(O) ▲ 담배 위험성 경고를 위한 금연 캠페인(W2) 등 3개 항목에서 '우수'(Complete) 평가를 받았다. 반면 담뱃세 인상(R) 등 2개는 '양호'(Moderate) 수준을,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P)와 담배 광고· 판촉·후원 금지(E)는 각각 '미흡'(Weak) 판정을 받았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중간 정도다.
2023년 대한금연학회지에 수록된 '한국의 담배규제 정책 이행 현황과 과제:WHO MPOWER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직전 조사에서 OECD 회원국은 7개 정책 중 평균 3.5개에서 '우수' 평가(2021년 기준)를 받았다. 당시에도 우리나라는 3개 항목에서 '우수'를 받았다. '우수' 평가 개수 기준으로 OECD 평균보단 낮고 38개국 중 19번째로 중위권 수준이다.
보고서는 '담배 연기로부터 보호' 항목을 예로 들며 법에 따라 청사, 학교, 의료기관, 공항 등 대다수 공공시설 및 장소가 금연구역이지만, 그 안에 흡연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WHO 기준의 전면적인 금연 구역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담배광고·판촉·후원 금지' 항목도 FCTC에 따라 모든 종류의 직간접적 담배 광고, 판촉, 후원활동을 금지해야 하는데 관련 법령으로 담배소매점, 잡지 등 인쇄물, 국제선 항공기 및 여객선에서의 담배 광고와 사회·문화·음악·체육 등의 행사에서 후원행위가 허용돼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담뱃세를 두고는 "2015년 1월부터 통상 궐련 한 갑(20개비) 가격이 2천500원에서 4천500원으로 인상되고, 담뱃세 역시 인상된 바 있으나 여전히 소매 가격 대비 담뱃세 비중이 73.9%로 WHO에서 우수 수준으로 요구하는 75% 이상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흡연 인구는 급감세…"매일 흡연 인구는 미국 등보다 많아"
흡연 인구는 빠르게 줄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연도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1998년(35.1%) 이후로 꾸준히 감소하며 2024년에는 16.7%를 기록했다.
남성 흡연율은 1998년 66.3%에 달했지만 현재는 28.5% 수준이다. 같은 기간 여성 흡연율은 6.5%에서 4.2%로 줄었다.
이는 담배 판매량 추이에서도 확인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국내 담배 판매량 추이(전자담배 포함) 통계를 보면 2024년 기준 국내 담배 판매량은 35억3천만갑으로 전년(36억1천만갑) 대비 2.2% 감소했다.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22년 36억3천만갑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했고, 10년 전인 2014년과 비교하면 19% 줄었다.

다만 OECD 국가와 비교하면 평균을 웃돈다.
OECD의 '2025년 한눈에 보는 보건 의료' 자료를 보면 한국의 15세 이상 매일 흡연율(2023년 또는 가장 최신 연도 통계 기준)은 15.3%로, OECD 38개 회원국 평균 14.8%보다 높다. 미국, 노르웨이, 호주, 스웨덴, 캐나다 등은 8%대고, 영국 10.5%, 벨기에 12.8%, 독일 14.6% 등도 우리보다 낮다.
담배 확산과 청소년 흡연 문제도 계속 지적된다.
2024년 담배 판매량 중 일반담배(궐련)는 28억7천만갑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으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6억6천만갑으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담배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일반담배 흡연자들이 빠른 속도로 전자담배로 옮겨간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전체 담배 판매량에서 전자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18.4%로 전년보다 1.5%포인트 증가했다.
전자담배 비중은 2017년 2.2%에 불과했으나 2년 만인 2019년 10.5%로 10%를 넘겼고 이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연도별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보면 2025년 청소년(중1~고3) 흡연율은 3.3%였다. 성별로는 남학생 4.4%, 여학생 2.1%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흡연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라며 "담배에 관한 소비자 반응이 빠른 편이어서 외국 업체들이 일종의 시험대로 한국 시장에 관심을 두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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