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가동 특성상 주야간 비용 상쇄…"중장기 비용 상승 우려"
주말·휴일 요금 인하에는 기대감도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김동규 한지은 강태우 기자 = 밤 시간대 요금을 올리고 낮 시간대는 낮추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안이 확정됐으나 석유화학과 반도체 등 장비산업계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주간 생산 비중이 높은 다수 제조업의 혜택이 예상되는 것과 달리 주야 상시로 라인을 가동하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철강 등 업계는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한 구조재편 중 최근 중동 사태의 직격탄까지 맞은 석유화학 업계는 이번 요금 개편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원료 투입 후 제품이 24시간 생산되는 연속 공정 특성상 생산량을 시간대별로 조정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번 개편 이후 업계의 생산 효율화를 위해 6개월의 유예 기간이 주어지만, 업계는 해당 기간 의미 있는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렇지 않아도 석화 업계는 최근 중동 사태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원재료 비용이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여천NCC가 이번 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계약 미이행을 알리는 '불가항력'을 선언하기도 했다.
여기에 유가 급등이 중장기적 전기요금 추가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업계 부담이 이중으로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이후 7차례에 걸쳐 70%나 인상되면서 원가 중 전기요금 비중이 큰 석화 업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이번 요금 개편에 따른 혜택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주간 생산 위주인 다른 제조업들에 혜택이 집중되게 돼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게 됐다.
석화 업계 관계자는 "전기료 추가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정작 심각한 위기 상황인 석화 산업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개편안"이라며 "원가 부담이 더 커질 경우 현재 진행 중인 구조재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도 이번 개편이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24시간 가동되는 특성상 전력 사용량이 많아 전기요금은 생산 과정의 중요한 비용 요소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편으로 낮 시간대 요금이 일부 인하되더라도 반도체 생산 공정 특성상 직접적인 인하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야간 요금 인상이 반영될 경우 전반적인 전력 비용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개편으로 반도체 업계에 인하 효과는 별로 없고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한적인 만큼, 당장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향후 전력 요금 체계 변화가 누적될 경우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비용 관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안을 내부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 업계 역시 이번 개편에 따른 혜택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로를 활용해 24시간 연속 조업 체계를 가동하는 철강 업계는 전력 수요가 적은 야간 시간대 수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야간 요금이 인상되면 비용 부담이 가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강회사 한 관계자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니 실질적인 전기료 인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업황이 어려운 상황에서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지역별 차등요금제 조기 시행 및 연료비 조정 요금 정상화 등 합리적인 전력 요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봄·가을 주말과 공휴일 요금 인하에 대해서는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편에 따른 전체적 영향은 미미한 수준으로 보인다"면서도 "주말 50% 인하 조치가 시행되면 주말 가동 비중이 높은 구조 특성상 실질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jo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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