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료 치솟자 선원 위험 눈감은 채 선주들 운항 강행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채 각국 유조선이 고립된 와중에 그리스 등 일부 국가 선박들이 피격 위험을 무릅쓰고 이곳을 통과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해운 전문 데이터 업체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와 마린트래픽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후 그리스 선적 최소 10척과 중국 회사 소속 선박 최소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
전쟁 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한 그리스 선박의 선주는 "위험이 엄청나다"면서도 "하지만 바다는 언제나 위험이 큰 사업이다"고 토로했다.
이들 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 자신들의 위치를 숨기거나 야밤에 운항하는 방식을 택했다.
해운 관계자 사이에서 "적군 욕조에 들어가는 것"으로 불리는 이런 무리한 항해를 선주들이 감행하는 이유는 이란 전쟁 발발 후 물류 운송료가 천정부지로 오른 것을 노렸기 때문이다.
선주들은 전쟁으로 보험료와 선원 임금이 막대한 수준이지만 위험천만한 항해를 한 번만 성공해도 큰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선박 중개업체 자료를 보면 유조선 소유주의 일일 평균 수익은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현재 일부 선박 소유주는 용선료로 하루에 50만 달러(약 7억5천원)를 받기도 한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며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며 이곳의 선박 운항을 장려했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선원들 목숨을 건 도박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한다.
실제 이란군은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있는 선박을 향해 미사일, 드론 공격을 감행해 최소 16척의 선박이 피해를 봤다.
이에 더해 미국과 영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이곳에 기뢰를 부설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르웨이 억만장자 존 프레드릭센이 1980년대 이란과 이라크 분쟁 당시 미사일 공격에도 이 지역에서 원유를 선적·수송해 막대한 돈을 벌었던 사례가 있다면서도 최근 상황이 "그 이후에 나온 대담한 항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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