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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북중열차 취재 이례적 허용한 中…북과 밀착 과시 속 대미 압박

입력 2026-03-16 07:07  

[특파원 시선] 북중열차 취재 이례적 허용한 中…북과 밀착 과시 속 대미 압박


(베이징=연합뉴스) 김현정 특파원 = 지난 12일 오후 중국 베이징 중심부에 위치한 베이징역 4번 플랫폼에서는 평소 볼 수 없던 두 장면이 목격됐다.
하나는 '베이징-평양'이라는 행선지가 중국어·한글로 나란히 적힌 국제열차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6년 만에 베이징역을 출발해 북한을 향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현장이 별다른 제지 없이 외신 기자들에게 사실상 개방됐다는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여권과 외신기자증을 지참한 상태에서 허가된 구역에서의 현지 취재를 명시적으로 허용하고는 있지만, 당시 현장 분위기는 평소 특파원들이 경험칙으로 알던 '허가 구역'과는 거리가 꽤 멀었다.
4번 플랫폼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공공 장소인 동시에 북중 관계 회복이라는 외교적 함의를 지닌 현장이었고, 12일은 베이징 시내 경비가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해지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여러 전례를 종합하면 이날 이곳에서 사전에 취재 사실을 공지하지 않은 채로 보도용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행위는 사복 경찰의 '신분증 제시·장비 철거·촬영 내용 삭제' 요구와 같은 즉각 제지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플랫폼 내 배치된 수십명의 공안과 역사 직원은 상황을 지켜볼 뿐 취재진을 딱히 제지하지 않았다. 16량 열차 중 단둥에서 분리돼 평양으로 향할 것으로 추측되는 열차의 마지막 두량으로 다가가는 것을 막거나, 촬영 경쟁으로 과하게 소란스러워지면 이를 말릴 뿐이었다.


승객을 가장해 열차표를 끊고 조심스레 분위기를 살피던 수십명의 각국 취재진은 예상 밖 상황이 펼쳐지자 커다란 방송용 카메라를 과감히 꺼내 들었고, 객실까지 오가며 촬영을 감행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별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의아한 장면은 베이징역 입구에서도 연출됐다.
국적을 불문하고 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는 역사 정문에서 외국인 전용 입구의 직원들은 외신 기자 이름과 소속, 여권번호 등이 적힌 것으로 보이는 A4용지 몇 장을 들고 있었고, 기자를 포함해 외국인이 들어설 때마다 이 리스트를 뚫어지게 보며 정보를 대조했다.
평소 같았다면 '블랙리스트'였을 이 명단이 진입을 허용하는 사실상의 '화이트리스트'가 됐다는 것은 별다른 제약 없이 모든 취재가 끝난 뒤에야 깨닫게 된 사실이다. 중국이 이날 즉흥적으로 현장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철저히 계산해 의도적으로 상황을 노출한 것이라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미중 정상회담과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외신을 동원해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라는 평가도 내놨다.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이 여전히 간과할 수 없는 핵심 플레이어라는 점을 부각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내비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이를 '지렛대' 삼으려는 속내가 엿보인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열차 운행 재개에 따른 인적 왕래 수요가 확인도 되기 전에 국적기인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베이징-평양' 노선의 주1회 정기 운항을 오는 30일부터 재개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이 같은 평가에 힘을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4일(현지시간) 중국에 호르무즈 해협 항로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군함 파견을 요구하며 협상 국면에서의 압박 도구로 중동 정세를 활용하는 모양새다.
협상 테이블에 앉기 직전까지 대북 관계 및 중동 정세까지 전략 경쟁의 전선을 넓힌 미중 양국의 치열한 수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hjkim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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