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외삼촌 일가 지배 회사 빼놓아…최장 19년간 규제 피해
HDC "고의 없는 단순 누락…고발 유감"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몽규(64) HDC[012630]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 지정을 위한 자료(이하 '지정 자료')를 내면서 계열사를 다수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 검찰에 고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소회의 의결(주심 김정기 상임위원)에 따른 조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취임 후 대기업 총수 고발은 세 번째다. 올해 초 김준기(82) DB[012030] 창업회장과 성기학(79) 영원무역그룹 회장이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이유로 고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정 자료를 내면서 계열사를 2021년 17개, 2022년 19개, 2023년 19개, 2024년 18개 빼놓았다. 중복을 제외하면 누락 회사는 모두 20개다.
이 가운데 SJG홀딩스 등 12개는 정 회장의 외삼촌인 박세종(87) SJG세종[033530] 명예회장 일가가, 인트란스해운 등 8개는 여동생 정유경(56) 씨와 그의 남편 김종엽(55) 인트란스해운 대표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으로 공정위는 파악했다.
지정 자료를 허위로 낸 행위는 정 회장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에이치디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된 2006년부터 2024년까지 최장 19년에 걸쳐 이어졌다. 공정위는 다만 공소시효(5년)를 고려해 2021년 이후 누락만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누락 회사 20개사 중 18개사는 친족독립경영 인정요건을 충족해 작년 3월 계열 제외됐으며 나머지 2개는 보유지분율 감소로 2024년 계열회사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이런 사정은 장기간 이어진 지정 자료 누락의 위법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공정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공정위는 정 회장이 장기간 총수의 자리에 있었고 친족 간의 교류가 지속된 점에 비춰볼 때 지정 자료 허위 제출을 인식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저'(동생 일가 회사 8개)하거나 '상당'(외삼촌 일가 회사 12개)하다고 판단했다.
HDC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과 정 회장의 비서진은 친족 회사 누락을 발견해 해당 회사로부터 계열 요건에 해당한다는 확답을 받고 예상되는 제재 수준을 검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초 공정위가 정 회장의 사촌 정몽진(66) KCC[002380] 회장을 지정 자료 누락으로 검찰에 고발한 일이 계기였다.
당시 정 회장이 이 사안을 보고 받고 해당 친족을 직접 만나보도록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는 등 자료 누락은 고의적이라고 공정위는 평가했다.
누락한 회사들의 자산 합계는 1조원을 웃돌았다. 이들 기업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빠져 사익편취 규제 또는 공시의무 등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지적했다.
박 명예회장 일가가 소유한 전시업체 쿤스트할레는 에이치디씨 계열회사에 건물 관리 업무를 맡기는 등 장기간 거래 관계가 이어지기도 했다.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이유 없이 지정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HDC는 "상호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온 친족 회사들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단순 누락에 불과하며 내부적으로 재발 방지를 위한 절차를 개선했다"며 "정몽규 회장 고발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HDC는 "이후 절차에서도 동일인(정몽규 회장)이 고의로 은폐할 부당한 의도나 동기가 없었음을 소명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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