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침공에 턱없는 규모…거점 장악·핵물질 탈취 노리는듯
전문가 "상륙 땐 위험"…국무장관 "지상군 없어도 목표 달성"
트럼프 지침 아직 불확실…실전 투입보다 협상 지렛대일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최대 1만7천명 규모의 미국 지상군이 이란 인근에 집결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란 전쟁 양상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전면적인 침공에 1만7천명은 턱없이 부족한 규모지만, 이란 본토의 전략적 거점을 장악하거나 우라늄 재고 확보, 주요 섬 점령 등을 위한 다목적 카드로는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지상전 준비에는 이란과의 협상을 촉진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평화 협상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중동에 1만명의 지상군을 추가로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이미 지역에 배치 명령이 내려진 해병대 5천명과 제82공수사단 2천명에 더해지는 병력으로 보병과 장갑차, 군수 지원 부대가 포함될 가능성이 전해진다.
병력 1만7천명은 영토의 면적이나 인구를 따질 때 이란보다 훨씬 작은 이라크를 2003년 침공할 당시 투입됐던 15만명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이란 영토 내 지상군 투입을 지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지상군 없이도 모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중동으로 미군 병력을 증파하는 데 대해서는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이 대응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선택권과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우라늄 재고 인도와 핵심 핵시설 해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 미국의 강경한 요구를 이란이 수용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이란은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백악관의 타협을 끌어내 향후 미국의 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고 계산하며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이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실제 병력이 투입될 경우 수행 가능한 임무로는 이란 남부 연안 섬 점령, 해안 거점 확보, 고농축 우라늄 저장시설 확보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이 같은 작전은 모두 큰 위험을 수반한다.
이란 해군 본부가 있는 남부 항구도시 반다르아바스 인근 해안이나 원유 수출의 거점인 하르그섬 점령 작전은 상당한 미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의 섬들을 장악할 경우 해협 통제권 확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해당 지역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좁고 얕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다가 이란군의 미사일과 드론, 기뢰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 및 특수전사령부 출신인 세스 존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초음속 대함 미사일이 이란 본토에서 불과 몇 초 만에 날아올 수 있고, 고속 공격정과 드론의 폭격도 위협적"이라며 "사상자나 함정 피해 없이 작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지적했다.
상륙 이후에도 위협은 계속된다. 전문가들은 1만7천명 규모 병력으로는 장기 점령이 어렵고, 공중 지원 없이는 방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마크 몽고메리 전 미국 해군 소장은 "상륙한 미군은 밀집된 상태에서 표적이 되기 십상"이라고 우려했다.
우라늄 확보 작전 역시 고난도 임무로, 공병·특수부대·항공 수송 등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란 핵물질 상당수가 작년 6월 미군 공습으로 파괴된 시설 잔해 아래 매몰된 것으로 추정돼, 이를 확보하는 작업은 더욱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지상군이 투입되면 미군의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핵심 지지층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자국 내 반전여론을 고려할 때 지상전에 상당한 정치적 위험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추가 병력 투입은 실전 투입과는 별개로 압박 카드의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병력 증강 자체가 미국의 군사적 의지를 과시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군사옵션을 포함한 더 넓은 선택의 여지를 제공해 이란과 협상을 촉진하거나 합의에 힘을 보태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옵션을 실제로 실행하기보다는 선택지로 유지하는 것 자체가 전략적 메시지"라며 정보전·심리전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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